“영원히 기억하려고…” 전문 작가에 전시회도

“무지개다리를 건넌 우리 아이를 그려주세요.” 고객이 보낸 알 듯 말 듯 한 메시지가 반려동물 그림작가 이수진씨(26)의 스마트폰 메신저에 도착했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말은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음을 뜻한다.

이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반려동물과 가족들의 초상화를 그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죽은 반려동물을 그리워하거나, 현재 모습을 남기려는 이들이 이씨에게 그림을 의뢰한다. 이씨는 “요즘은 하루에 한 개꼴로 주문이 들어온다”며 “반려동물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 그림을 그려달라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수진씨가 그린 고양이 초상화.

 


반려동물 문화가 예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려동물을 담은 회화나 사진작품이 대중적 인기를 얻는가 하면, 상업미술계에선 초상화, 피규어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

김지윤씨(30)는 반려동물 전문 회화로 인기를 얻은 경우다. 지난 18~25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김씨의 전시회는 주말마다 관객들로 성황을 이뤘다. 미술치료를 전공한 김씨는 유학생활 중 우연히 반려동물을 그린 후 ‘치유가 된다’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접하고 동물 전문 작가가 됐다.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사진전과 사진작가(펫토그래퍼)도 등장했다. 사진작가 금혜원씨(35)는 지난해 반려동물의 죽음을 주제로 한 사진전을 열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미국을 오가며 반려동물의 장례식장과 화장터, 묘지, 납골당 등을 촬영해 화제를 모았다. ‘옵틱핸즈’씨(34·필명)는 반려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반려동물을 실제 모습에 가까운 조각모형(피규어)으로 만드는 업체도 지난해 국내에 들어왔다. ‘샌디캐스트’는 1000여종의 원본틀을 바탕으로 조각모형을 제작하고 있다. 샌디캐스트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닮은 견종을 모형으로 보고 위로받는 분도 있었다”며 “반려동물 조각모형을 예술품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늘면서 구매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정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 대표는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컨버전스가 반려동물의 영역에서도 확인된 것”이라며 “동물의 일방적인 희생을 통해 행복을 얻는 게 아니라 동물과 인간의 행복이 이어져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 박용하·김원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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