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과 바느질을 결합해 개성적인 작품활동을 하는 김순철 초대전이 서울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7∼24일 열린다. ‘복을 품은 금항아리’라는 주제가 붙은 이번 전시에선 전통 채색 기법으로 모란이나 댓잎을 여백에 채우고 가운데에 항아리 모양을 배치한 그림 등 20여 점이 전시된다.

항아리는 금색 또는 붉은색 실 등으로 바느질돼 있다. 항아리의 단아한 곡선이 화면을 안정감 있게 비춘다. 칠하고 꿰매는 과정으로 시각적인 한지의 특성과 바느질로 느낄 수 있는 도톰한 촉감이 잘 어우러져 있다.

작가는 전통 채색기법으로 모란이나 댓잎 문양으로 여백 없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 위에 한 땀 한 땀 겹겹의 실로 화면을 꿰맨다. 그러면 우아하고 담백한 도자기 형태가 드러난다. 단아한 도자기의 실루엣이 금실로 빼곡하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나와 한국화의 전통을 이어가는 작가는 캔버스에 항아리를 그려 넣는다. 속도와 기술이 생명인 현대에서 손으로 일일이 형상화한 도자기에는 노동과 땀의 시간이 배어 나온다. 바느질은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는 시간이다.

붙이고, 새기고, 칠하고, 닦고, 꿰매기를 반복한 작업이다. 작품에는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 껍질의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평면 위에 도톰한 요철과 질박한 느낌이 스며들어 있다. 항아리는 인내를 머금은 듯하고 응축된 에너지를 발산하는 듯하다.

시각과 촉각 효과가 극대화돼 힘과 빛이 실려 있는 그림이다. 그러면서도 소박하고 정갈한 이미지가 돋보인다. ‘About Wish’라고 이름 붙인 신작들은 우아하고 담백한 기품이 깃들어 새해맞이에 제격이다.

국민일보 /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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