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문화운동으로 시작한 미술 인생…화집 출판기념 전시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물기를 먹은 화선지와 목판에 우리 땅과 사람을 담아내다 보니 30여년이 훌쩍 갔습니다. 1980년대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민중문화운동으로 미술계에 발을 디뎠는데, 돌아보면 지금까지 재미있게 잘 지낸 것 같습니다."

전통 수묵기법에 기반을 둔 목판화로 다양한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 김준권(58)이 자신의 미술 인생을 돌아보는 화집 '나무에 새긴 30년'을 내고 10∼29일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기념 전시회를 연다.

1일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이러한 목판화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뭔가에 홀렸나 보다"라며 "왔던 길을 되돌릴 수도 없고 계속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털털하게 말했다.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미술교사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참여하다가 해직당했고 동료 화가들과 함께 민중판화전을 열었다.

민중미술을 하다가 이러한 수묵 목판화에 집중한 계기에 대해 "시야가 달라졌고 스스로 입체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는 대답을 내놨다.

한국의 수묵 목판화를 좀 더 자세히 연구하고 싶어 중국과 일본으로 떠나 한중일 판화를 비교한 적도 있다.  

1993년에는 서울에서 충북 진천으로 작업실을 옮겨 '동네 길과 동네 사람'을 소재로 자주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김준권은 "동네 고샅길 하나를 보고서도 한없이 감동할 수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수묵 목판화의 매력에 대해선 "찍을 때마다 종이에 물을 얼마나 적시는지 그 순간의 감각이 어떤가에 따라 찍히는 그림이 달라진다"며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최대 60번을 찍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권의 수묵목판 작품 '山韻'(2009)

 

종이에 찍고 그늘에서 말리기를 거듭하는 과정을 한 달 넘게 하며 완성하다 보면 화선지의 반복된 수축과 팽창이 남모를 깊이감을 준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작가는 1984년에 첫 개인전을 낸 이후 최근까지 국내외에서 30여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달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졌다가 몸을 추스르고 나온 작가는 "한국의 목판화 제작 환경이 열악하지 않느냐"면서 미술시장이나 상업 화랑 등지에서 이러한 작품들을 많이 취급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수묵 목판화로는 드물게 열린다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연도별로 7∼8점을 선별해 판화 250여점, 초기 유화 20여점 등을 보여준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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