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바람’, 70x22cm.


찻물끓이는 소리가 명징한 다향과 함께 ‘필소헌筆笑軒’에 넘쳤다. 현곡면 하구리, 고향에 온지 4년여 되었다는 남령 최병익 선생의 작업실 필소헌에서 정성껏 우려낸 진한 녹차를 오랫동안 마셨다. 인사동 갤러리에서 열릴 초대전 이야기가 무르익었다. 남령 최병익 초대전 ‘붓그림자 솔바람을 머금다’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열린다.

인사동의 지극히 화려하고 섬세한 표현력이 넘치는 작품들 속에서 그윽하게 자신에게 침잠할 수 있는 선생의 전시는 저무는 연말의 서정과 맞닿아 있다. 자신을 반추해보면서 잔잔한 여유를 가지는 시간을 통해 도회인들에게 색다른 정신의 풍요를 허락하는 것이다.

‘지극히 단순화 시키는 작업’을 텅 빈 공간의 여백미와 함께 선의 질로 승부를 건 남령 선생은 이번 전시를 자신있어 한다.

 

'허주', 70X22cm

 

이번 전시는 올 봄 부산 전시에 이어 고향솔밭 풍경을 담은 작품을 중심으로 지난 40여 년간 구축해 온 작품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로 최근까지 작업한 50여점이 출품된다.

정통 서예를 통달한 서법가로 잘 알려진 선생의 시서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기존의 화법과 구도에서 벗어나 과감한 사물배치와 구성, 강렬한 채색에 고유의 필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그의 유년시절의 추억이 깃든 고향 솔밭 정경을 새로운 해석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외에도 문자를 추상화 해 오방색으로 나타낸 특유의 문자도, 격조높은 전통서예 작품과 함께 난초잎의 느낌을 살려 최초로 선보였던 난엽체의 작품, 매서운 눈매의 달마도의 틀을 깨고 해탈의 기쁨을 평안한 웃음으로 표현하고 있는 미소달마도와 문인화에 이르기까지 경계를 초월해 무게를 잃지 않으면서도 유려함과 리듬감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그의 필묵세계를 고루 엿볼 수 있다.

“고향의 솔밭은 성장기 그늘의 쉼터였고 놀이터였다. 내 추억의 장소로 소나무 작업의 영감을 얻는다. 그 솔밭에서 보이지 않는 소나무의 내면을 맑고 청아한 솔바람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솔잎을 표현함에 있어 기존의 차륜법과 반차륜법으로 그렸는데 기운생동이 덜했다. 그래서 파필법을 시도해보았더니 춤추는 듯한 소나무에서 솔바람이 느껴졌다. 인고의 세월을 담으면서도 맑은 기운의 소나무, 찬 바람이 휑한 소나무의 맛, 솔내음을 담아내고 싶다” 면서 선생만의 작풍으로, 솔바람소리를 잡아내는 것은 화두와도 같다고 전했다.

갑골문, 전서, 예서, 행서, 초서, 한때 추사체에 몰입하기도 한 선생은 서체란 구별이 없고 ‘근본이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선생은 탁하고 거칠기 쉬운 검은 먹으로 맑은 기운을 표현하는 것, 선비의 고결하고 강직하고 타협하지 않는 정신을 선의 질에 담는 작업을 추구한다.


 

선생을 초대한 공아트스페이스 공상구 대표는 “남령 선생은 시서화에 걸쳐 빼어난 관조미와 법고창신의 정신을 통한 고유의 미감을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작가다. 옛것을 토대로 새로운 해석과 고유의 필법을 구축하며 묵묵히 작품세계를 완성해 온 그를 가장 잘 대변하는 소재로서 소나무를 주축으로 선보인다”고 했다.

소나무의 그윽한 멋에 취하는 것도, 솔바람소리와 솔향을 챙겨가는 것도 오직 관람자의 몫.
오는 26일 오후 5시 30분,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오프닝.

남령 선생은 경주고, 동국대 행정과, 교육대학원 한문과를 졸업하고 중국미술학원 서법과를 수료했다. 대한민국 가훈 서예전 대상(문체부 장관)을 수상했으며 단체전으로 중국장안 서법대회, 난정필회, 중국당대 서법대전 등 다수 초대전을 가졌고 개인전으로는 상해미술관(서법가협회 공식 초대전), 동아일보 일민 미술관, 미소달마전, 시서화전 등의 전시를 가졌다.

주요작품 휘호는 경주예술의전당 표석, 기림사 사적비, 경주 세계 역사 유적지구 표석, 경주 남산 정상비, 단석산 정상비 등 경주 도처에서도 작가의 작품을 대할 수 있다.

경주신문사 / 선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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