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군상 그린 그림, 고통과 소외 속 ‘현대인의 자화상’
소련 연방 해체 직전 모스크바에서 개인 초대전 열기도…

 

 

지난 해 11월 29일 오후 5시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3층 전시실에서는 ‘목숨보다 그림’이라는 주제로 서양화가 박권수의 유작전 개막식이 열렸다. 이 전시회는 ‘박권수를 사랑하는 모임’(박그사)이 마련한 것이었는데, 박그사는 영화배우 최민식과 소설가 박인식이 공동대표를 맡고 개그맨 전유성, 탤런트 이효정, 성우 배한성, 연극배우 이호성, 행위예술가 심철종, 영화감독 이만, 화가 오만철, 연극연출가 기국서, 시인 송현 등 107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박권수 화백의 유작전 개막식에는 생전에 친분이 있는 각계의 지인 200여명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개막식에 참석했던 한 지인은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박그사 박인식 대표의 사회와 부인 황예숙 여사의 인사말로 시작된 개막식에는 무세중 전유성 송현 김명성 이성룡 이호성 이효정 이두엽씨 등 여러 벗들이 나와 지난 회고담으로 박화백의 생전 주벽을 털어놓아 그 때 그 시절을 그립게 했다. 그리고 아들 박상하군이 생전에 박 화백이 즐겨 불렀던 노래를 불러서 옆에서 듣던 어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게 만들었다. 고 박권수 화백을 기리는 추모제로 행위예술가 김백기씨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보는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얼굴에 촛물을 쏟아가며 고통을 끌고가는 그의 행위는 목숨보다 그림을 사랑했던 서양화가 박권수의 치열한 작품세계를 다시 한번 생각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 박권수 화백은 서천 사람이다. 1950년 한산면 죽촌리에서 태어나 한산중학교와 서천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동토’의 작가 박경수(1930~2012)는 그의 친형이다.

1977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그는 1982년 서울미술회관 전시를 시작으로 31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1986년 미국 뉴욕 바자렐리센터 전시를 통해 한국미술을 해외에 수출한 그는 소련 연방 해체 직전인 90년 모스크바 프롤레타리아 뮤지엄에서 한국 작가로는 처음 초대전을 열어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스페인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을 오가며 치열하게 활동하던 그는 2005년 간암으로 쉰다섯 짧은 생을 마감하고 한산 죽촌리 생가에서 멀리 내려다 보이는 안당리 유택에서 영면하고 있다.

 

그는 10여년 세월동안 인간을 그렸는데 그가 그려내는 인간 군상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이 된 듯한 소외된 인간상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포즈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표정은 한결같이 굳어있고 극단의 고통 속에 일그러지거나 자신의 내면을 투시하는 표정들이다. 이에 따라 화면의 뒷배경은 생략되어 있고 여럿이 같이 있어도 서로가 타인으로 머물러 있다. 즉 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현실적인 상황 설정이 없이 상호간에 교류나 교감이 완전히 단절된 군상들이 대부분이다. 미술평론가 이일은 그가 그려낸 인간 군상들에 대해 이렇게 평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박권수 자신의 얼굴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자기 자신을 모델로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그의 회화 그 자체가 자전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 치더라도 그의 회화는 어던 한 개인의 ‘자화상’임을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자화상 너머의 현대인의 인간조건 바로 그것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 화백의 부인 황예숙씨(도예가)도 그의 그림을 민중미술이나 어떤 이로올로기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는 그림이라고 말한다.

그는  “남편이 워낙 사람을 좋아했다. 전국에 산삼 씨 뿌리는 모임 ‘농심마니’를 주도하고, 홍대 앞에 화랑을 내면서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는 생계를 이으려 홍익대 입구에 차린 디자인 가게에서 최민식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무명이었던 최민식은 화가인 형 최찬식과의 인연으로 박 화백과 가게를 꾸리면서 호형호제했다. 최민식은 지금도 인터뷰에서 가장 생각나는 사람으로 고인을 꼽는다고 한다.

그가 주도했던 농심마니의 산삼심기 행사가 오는 10월 31일부터 2박3일 동안 지역 주민들과 함게 서천군 관내 산에서 열리는데 이 때 서천문화원에서 박권수 화백의 추모행사와 공연이 함께 열릴 예정이다.

 

 

[스크랩 / 뉴스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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