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원 화백ⓒ민중의소리

 

자연스러움의 만찬이다. 마음을 다스리고 서로 나누는 삶, 이해와 사랑으로 뿌리 내린 ‘자연정신주의’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오준원 화백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삶의 운치와 여유가 찾아온다. 시끌벅적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휩쓸리지 말고 한 템포 느리게, 함께 어울려 살라는 지혜가 느껴져 마음속에 온광이 일렁인다.

"자연주의정신을 기조로 평생 작업을 해왔다. 어려서부터 자연을 좋아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연처럼 정도에 맞게 살면서 행복하길 바란다. 그것을 말하려고 마흔 번 가까이 개인전을 열어왔다."

오 화백은 오미자를 닮았다. 인터뷰 당시 옛 노래가 흘러나오는 인사동 찻집에서 오미자차를 마셔서 그런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의 성이 오씨여서 그럴 수도 있겠다.

아니다. 그는 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여문 오미자 열매처럼 열정적이다. 또 여러 가지 맛으로 미각을 즐겁게 해주는 것처럼 활력이 넘치고, 감기와 갈증, 설사를 멎게 하는 효능처럼 재주가 많다.

그래서 그는 오미자를 닮았다.

개인전에는 당연하게 신작

경험이 지혜가 되려면 냉철한 이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또 경험을 현실에 적용하려는 각고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 연륜만 쌓인다고 경험이 모두 지혜로 변이되는 것은 아니다.

오준원 화백은 그림을 그리면서 많은 사색과 성찰을 해왔다. 그것이 자연주의정신을 만들었고, 그의 화력에 바탕이 됐으며, 독창적인 작품으로 가치를 실증했다.

오 화백이 수십 회 개인전을 열 수 있었던 이유도 다르지 않겠다.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전시를 열기란 매우 힘들다. 행동이나 삶의 방식, 세계관 등 작가의 모든 것이 그림에 담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전을 열 때마다 신작을 발표하기란 더욱 힘들다. 그림은 고된 노동이 뒤따른다. 그래서 명성을 얻거나 먹고 살기 편해지면 잠시 붓을 놓는 화가도 더러 있었다.

오 화백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그는 하루도 붓을 놓은 적이 없었고, 개인전을 열 때마다 늘 신작을 발표해왔다. 정력이 다소 떨어질 나이에도 열정은 식지 않았다. 쉽고 편한 것만 찾는 청춘에게 귀감이 되는 삶이다. (나이 얘기를 꺼려 소개하고 싶지 않지만, 사진을 보면 젊은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이 어떠냐. 이렇게 독창적인 작품을 본 적 있나.(웃음) 난 개인전을 열면서 항상 신작을 발표했다. 자연도 항상 변하는 것처럼 내 작품도 변해야 한다. 멈추면 자연정신주의와 맞지 않다. 하루에 먹고 자는 시간 빼놓고 그림만 그릴 때도 있었다. 지금도 매일 붓을 잡는다."

인간에 닿은 자연정신주의

오준원 화백은 갤러리에 의존하는 작가가 아니다. 대부분 어떻게 하면 갤러리의 힘을 빌려 커볼까 고민하는 작가들이 많다. 실제 어떤 작가들은 작품과 관계없이 자신의 배경과 갤러리의 힘으로 순식간에 명성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오 화백에게 중요한 것은 품위였다. 명성을 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진짜 자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자존감이었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작업을 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소리를 듣는 것도 싫었을 테다.

"그림을 팔아도 물감을 다 사버린다. 많은 작품을 팔았어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인내의 세월이었다. 그래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게 좋다. 이제 한 발짝만 더 나가면 좋겠는데 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오 화백은 홀로 묵묵하게, 끊임없이 조화를 이루며 순환하는 자연의 생명력,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마음을 작품에 투영해왔다. 장르나 형식 또한 얽매이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인간에 닿아 있다. 자연을 미적 개념으로 옮겨내는 자연정신주의의 치열함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염려가 깊숙이 자리 잡았다. 욕망과 폭력으로 넘친 우리 사회가 자연처럼 순탄하고, 아름답게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회가 좋아졌으면 좋겠다. 그림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를 아름다운 것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사회적 의제를 담아낸 전시를 고민 중이다. 예를 들면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전시 같은 거다. 평화가 자연정신주의 아니겠나."

오준원 화백의 개인전이 15일부터 인사동 윤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빈틈없는 구성과 유려한 표현, 독창적인 색감이 특징인 오 화백의 예술세계를 확인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여유ⓒ민중의소리

 

열정ⓒ민중의소리

 

[민중의소리 / 이동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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