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부터 사흘간의 연 이은 외출로 하던 일의 차질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월요일인 지난 15일, 사진가 한정식선생과의 약속으로 아내와 함께 인사동 ‘여자만’에 갔다,
뜻밖에 그 곳에는 시인 강 민선생과 신경림선생 등 문인 몇 분이 자리하고 계셨다.
반가웠지만 함께 할 처지는 아니었는데, 오후4시 ‘유목민’에서 이명희씨를 만나기로 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식사를 끝낸 후 한정식선생과 ‘장은선갤러리’에서 전시중인 이창남씨의 사진을 보러 갔다.
장시간 노출에 의한 바다 풍경이 마치 회화 같은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요즘은 회화와 사진의 경계가 사라졌다.

사진 같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는가하면 그림 같은 사진을 찍는 사진가도 있는데,

단지 붓과 카메라라는 표현도구만 다를 뿐인 것이다.

시간이 되어 ‘유목민’으로 가는 길가에서 이명희씨를 만났다.
반가워하는 말괄량이 여배우의 수다는 여전했다.
술집골목으로 접어드니 강 민선생과 심우성선생께서 노상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술집 문 열기만 기다리고 계셨다.

강 민선생은 “문학의 집. 서울” 9월호에 게재된 “전쟁과 미로‘로 보여주셨는데,

옛 양평 집 에서 떠나올 때 마지막으로 찍었다는 기념사진을 보며 그리움과 아쉬움을 같이 했다.

심우성선생께서는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화색이 만연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는 10월 초순경 광화문광장에서 이애주씨와 공연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할 일이 생기면 신바람 나는 것이다.
그 느릿한 지팡이 굿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리고 조상의 가보로 물려받았다는 향통까지 가져와 보여주었는데,
심씨 가문의 기록들이 꼼꼼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아내가 “선생님께서 제일 좋아 하는 건 무엇입니까?”라고 여쭈었더니

망설임 없이 “난 여자를 제일 좋아 합니다”고 대답해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솔직한 대답이었고, 노익장의 끼를 느낄 수 있는 말씀이셨다.

이 날은 송구스럽게도 심우성 선생께서 찻값에다 술값까지 다 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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