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포리의 갈매기"

 


푸른사상 시선 42
지은이 / 강 민
160쪽 | 205*127mm | 208g | ISBN(13) : 9791130802435
정가 : 8,000원

-시집소개-
푸른사상 시선 42권. 한국잡지기자협회 회장, 동국문학인회 회장, 한국작가회의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윤동주문학상, 동국문학인상, 펜문학상 등을 수상한 강민 시인의 시집으로, 삶은 물론이고 시대와 역사에 대한 시인의 진지하고 치열한 인식이 들어 있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만추(晩秋)
꿈앓이
찢긴 깃발의 노래
새해
소묘 4
엄마!
개망초 연가
산수령(傘壽嶺)을 넘는다
아, 불통의 하느님 들으소서
오늘은
외포리의 갈매기
인사동 아리랑 1
인사동 아리랑 2
인사동 아리랑 3
인사동 아리랑 4
인사동 아리랑 5


-추천글-

강민 시인의 작품들을 읽고 있으면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거대한 뿌리」)라는 김수영의 목소리가 들린다. 강민 시인이 추억하는 부모와 아내, 천상병, 목순옥, 민병산, 신동문, 김문수…… 한국전쟁, 경안리 주막, 4ㆍ19혁명, 판잣집, 인사동, 대학로, 명동, 소국당……. 그 추억들이 있는 한 시인의 가족과 친구와 동오리와 외포리와 하늘과 새와 유월에 대한 사랑은 영원하다. 시민과 그들의 함성과 촛불과 조국의 역사와 평화와 그리고 자유에 대한 사랑도 그렇다.

 

맹문재 (시인, 안양대 교수)


흔히 시는 젊어서 쓰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참신하고 예리한 감각이 없어가지고는 좋은 시를 쓸 수 없다는 뜻일 게다. 실제로 젊어서 아주 뛰어났던 시인도 늙어서는 좋은 시를 남기지 못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나 강민 시인은 전혀 여기에 해당하지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시가 좋아진다는 평파닝 과찬이 아닐 정도다. 이 시집에도 팔순을 넘기고 쓴 시가 많은데 삶의 현실에 밀착되어 있는 이 시들은 감동적일뿐더러 시적 완성도에 있어서도 젊었을 때의 시를 능가한다. 일제강점기와 남북 전쟁 그리고 국토의 분단과 군사독재라는 온갖 수난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 갖는 분노와 아픔의 노래들을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는 나는 눈물 없이 읽을 수가 없었다. 삶에 대한 그의 진지하고 치열한 생각, 그리고 꿈을 버리지 않는 아름다운 표현인 그의 시들이 말의 장난에 지나치게 탐닉한 결과 너무 난해해서 독자로부터 외면당하는 오늘의 우리 시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면 싶다.

 

신경림 (시인,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시인 약력-


최근작 : <외포리의 갈매기>,<당신 곁에 있어서 행복합니다 2>,<이별을 준비한 사랑> … 총 3종 (모두보기)
1933년 서울에서 태어나 공군사관학교와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했다. 1962년 『자유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63년 시 동인지 『현실』에 참여했다. 시집『물은 하나 되어 흐르네』『기다림에도 색깔이 있나 보다』『미로에서』, 이행자 시인과 함께한 시화집『꽃, 파도, 세월』등이 있다. 한국잡지기자협회 회장, 동국문학인회 회장, 한국작가회의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윤동주문학상, 동국문학인상, 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자유와 순정을 나는 외로운 갈매기"

“어젯밤 그들은 어느 꿈에 머물다/아픈 추억 물고/여기 외포리 바다 위를 날고 있는가//북녘의 바다에서 남녘의 하늘로/남녘의 바다에서 북녘의 하늘로/내 겨레 뜨거운 가슴은 여전히 먼데”
─ 「외포리의 갈매기」 부분

강민 시인의 시집 『외포리의 갈매기』에 실린 시편들을 읽는 내내 우리 시대 우리나라 시인들의 숙명이 떠올랐다. 해방 후 분단과 독재를 살아내는 시인의 올곧은 양심과 지조에 고개 숙여졌다. 꿈과 추억과 사랑과 예술혼을 향한 순정한 로맨티스트인데도 시에서 그런 에스프리를 접어둘 수밖에 없게 한 분단 현실이 아프고, 그런 현실을 아파하고 타개하려는 시인의 올곧은 자세가 숙연케 했다. 그런 부당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지조 있는 자세에서도 나남 없이 다 껴안는 도저한 휴머니즘에 절로 고개 숙여졌다.
강민 시인은 대학 시절 서정주, 조지훈 시인으로부터 시를 배웠다. 서정주에게서는 누구에게든 편안하게 대해주는 인간성을, 조지훈에게서는 잘못된 시대의 흐름에 맞서는 선비정신, 지조를 배웠다. 초등학교 때부터 남들은 다들 대통령이나 장군이 장래 희망이라 말할 때 당당히 문인이라 말하며 뭔지도 모르고 그저 좋아 빠져든 문학. 그러나 「지조론」의 시인 조지훈에 끌려 정 많은 사람이면서도 시에서는 의리와 지조로 일관하고 있는 시인이 강민이다.
‘지조’ 하면 대쪽 같고, 깐깐하고, 고집불통이어서 ‘메마름’이 떠오르기 십상이지만 시인은 아니다. 문단에서 술 한 번 밥 한 끼 안 얻어 먹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걸어 다니는 한국문단사’로 불릴 정도로 선배 잘 모시고 후배 잘 챙기는 마당발이다. 무엇보다 진보며 보수, 학벌이나 지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순정한 인간성으로 다들 감싸안은 도저한 휴머니스트이다.
1962년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이듬해 김수영, 신동문, 고은, 송혁, 권용태 시인 등과 함께 시동인 ‘현실’을 결성해 현실을 직시하는 창작 활동을 펼쳤다. 군사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 ‘현실’이란 전위적인 타이틀을 내건 사람이 시인이다. 로맨티스트이고 휴머니스트인 시인이 이렇게 시에서만큼은 반세기 이상 대쪽같이 우리네 현실을 직시하며 다들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구가하려 했으니 안쓰럽고 숙연할밖에.
이 시집의 표제작으로 위 프롤로그로 올린 시 한 대목에서도 시인의 그런 자세는 잘 드러나고 있다. 분단의 최북단 강화도 외포리에서 갈매기는 한쪽 날개는 꿈과 추억의 아슴한 시적 에스프리의 바다를, 한쪽 날개는 아픈 분단 현실의 바다를 날고 있지 않은가.
“비는 멎지 않았다/희뿌연 물보라 속 그 안에서/꽃은 몸살을 앓는다/줄기에는 물이 아니라 피가 흐른다/멍든 사랑으로 햇살은 흐리고/눈먼 사람들은 제 짓거리들을 찾아 떠났다/바람이 불 때면/흔들리는 잎으로 오열을 삼킨다/시시로 더해 가는 신열이 온몸을 달구면서/달이 지는 시간에/혹은, 제 무게를 감당치 못하고/별이 쏟아지는 미명에/꽃은 핏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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