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이 엄마의 한 맺힌 절규가 생생하다.
"당신만 가면 나는 우째 살란말고~"
김해 정남규씨가 지난 6월 30일 오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갔다.
유족으로 아내 이호현씨와 아들 정재훈, 딸 정현정, 정현영, 며느리 제갈유경, 사위 박정환, 민병환씨가 있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둘도 없는 친구 정남규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받았다.
군불을 지피다 받은 하늘 무너지는 소식은 아궁이에서 피어나는 연기까지 더해 온통 눈물범벅을 만들었다.
시커먼 눈물 자국에 얼룩진 내 모습이 마치 저승사자 몰골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텃밭의 상추를 씻어 차에 싣고, 일정이나 주머니사정은 생각 않고 무작정 출발했다.
고속 통행료 없는 해안 길을 돌고 돌아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차에서 내리다 남규의 환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형님! 오랜만입니더”라는 말에 그제사 남규 동생 경규씨 임을 알아 차렸다.
장례식장 부근에는 창원의 김의권, 변형주, 울산의 황성근씨 등 여러 명이 기다리고 있었고.
늦게는 부산의 신윤택, 마산의 강동수씨 내외까지 문상 와, 남규 덕에 옛 친구들을 두루 만날 수 있었다.
정남규는 20대 후반, 김해농협에 근무할 무렵 만난 오래된 친구다. 서로 조가 잘 맞는 친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같이 어울리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몰랐고, 어떤 때는 음악 듣고 노는 재미에 빠져 오늘만, 오늘만 하다 일주일을 무단결근한 적도 있었는데, 남규의 기지로 가짜 깁스까지 하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아마 그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들을 모운다면 책 한 권은 족히 될 만한 분량이다. 이젠 친구들 술 좌석에서나 회자될 전설로 남았지만...
그는 매사에 지혜로워 내가 잘못한 일까지 감싸 안는 너그러움으로, 항상 곁에만 있어도 마음 든든한 그런 친구다.
사진을 시작하며 만남이 뜸해지긴 했지만, 경상도 촬영 길에는 꼭 그를 만났다. 주로 김의권씨가 사는 창원이나,
황성근씨가 있는 울산 '유혹' 등에서 만났으나, 가끔은 정선 만지산을 찾아 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간에 이상이 생겨 좋아하는 술을 못 마신다는 이야기를 했으나, 간암 증세가 그처럼 심각한 줄은 미처 몰랐다.
그리고 보험을 탔으니 전국장터 프로젝트에 기름 값이라도 보태라며 50만원을 건네준 적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제 목숨 값을 내 놓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1월 하순경 이강용씨 전시장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죽음 선택권”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꺼낸 것이었다.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환자의 존엄사는 물론,
의식이 있어도 오래 살 수 없는 고통 심한 환자들은 스스로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존엄사가 어제 오늘의 논란은 아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당시부터 간암에 의한 심한 통증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두 내외만 알고 발설하지 않았으니 아무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족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의 가족 사랑하는 마음은 유별나다.
잘 사는 자식들에게 짐 되고, 일 나가는 아내가 안스러워 병원 입원마저 마다 한 것이다.
그 심한 고통을 집에서 감내한 남규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프다.
죽을 것을 예감이나 한 듯 남긴, 절절한 유서속의 슬픈 감나무 이야기도 궁금하다 . 한
친구야! 어차피 한 번은 떠나야 할 길이라면 그냥 훌훌 털고 마음 편히 떠나거라.
그 곳에 가면 수진이도 종배도 있으니, 너 좋아하는 천상음악 들으며 재미있는 자리 한 번 만들어보렴.
뒤 따라 갈테니 푸대접이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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