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어느 저녁, 인사동 한 갤러리에서 고미술 강연이 열렸다. 친분있는 미술 관계자 열댓명이 모인 다과회 형식의 조촐한 자리였다. 많이 들어보긴 했으나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청자투각칠보무늬 향료, 청자구름학무늬 매병 등 고려청자 ‘읽는 법’에 대해 원로 미술사학자로부터 배웠다. 연화화생(蓮花化生). 우주 창조의 생명력을 담은 청자의 ‘영기(靈氣)’가 초여름밤 참석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청자는 아름다웠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고미술을 다루는 사람들이 영 아름답지 못하다. 한국의 고미술 시장은 도난품 거래, 부실 감정, 가격 부풀리기 등 고질적인 적폐(積幣)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술품경매사들은 “경매에 나온 고미술품은 거의 전부가 도굴품이라고 봐야 한다”고 탄식한다. 한 감정사는 “고미술품의 도난ㆍ진위여부를 제대로 감정할 수 있는 공신력있는 기관이 사실상 없다”고 토로했다.

인사동 고미술품 ‘거상(巨商)’들이 서로를 향해 ‘도굴꾼’이라고 비난해 온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화재단속반 출신 인사,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등이 고미술계 비리를 ‘은폐’하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고미술품 감정과 거래를 관장하는 한국고미술협회 김종춘 회장이 횡령,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는 법정 밖에서도 논란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김 회장측은 언론에 보낸 해명자료에서 “청화백자가 가짜라는 소문”이라며 선조의 얼이 밴 문화재를 폄훼하는 듯한 표현, “석연치 않는 이유로 공소를 제기”라며 준사법기관의 처분에 의혹이 있는 것 같은 어휘를 적시해 논란을 키웠다. 김 회장은 현재 무고, 명예훼손 등 맞고소로 대응중이다.

‘장외공방’은 자칫 선조들의 숭고한 문화예술 정신에 흠집을 내고, 나아가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고미술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사건 관계인들은 은인자중하고 법의 판단을 기다려야 옳다. 장외 소음은 고미술계 공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시는 비호세력 논란이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사법기관의 엄정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헤럴드경제 / 김아미 라이프스타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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