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북한아이들 Happy North Korean Children

천민정展 / CHEONMINA / 千珉正 / photography.painting

2014_0626 ▶ 2014_0729 / 월요일 휴관

 

 

천민정_Happy North Korean Children 1-1_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110×160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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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703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트렁크갤러리TRUNK GALLERY

서울 종로구 소격동 128-3번지

Tel. +82.2.3210.1233

www.trunkgallery.com

 

 

 

'북한'이라는 극장의 '행복한 아이들' ● '북한'이나 한국의 분단 체제를 다룬 미술 작품은 이전에도 있었다. 한참 위로는 손장섭의 회화 시리즈부터 남북 관계의 이중성과 시차적 관점을 그린 박찬경의「Flying」, 남한과 북한 사이에 가상 국가를 세운 양아치의「미들코리아」등이 있다. 천민정의 '폴리티컬 팝' 시리즈는 앞에 열거한 작품들보다 훨씬 간결하게 이미지 생산이라는 미술의 원초적인 목적에 충실한 회화 작품이다. 하지만 천민정의 작업을 단순히 팝아트라는 장르로 구분 지어 형식적인 결과물만 놓고 판단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집단 무의식에서 '북한'이 자리 잡고 있는 부분이 너무 크다. '북한'과 연결된 천민정의 작업을 살펴보기 위해 우리는 미국에서 생활하고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고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물리적인 위치나 여성 작가로서 가질 수 있는 미시사적 접근 등 부차적인 요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어쨌거나 천민정이 주목하는 지점은 '북한'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는 남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 해석만이 아니다. 그보다 정치적 상징으로서의 '북한'이, 거기다가 실제의 북한이 아닌 권력 세습을 위한 형태로 포장된 '북한'이 말 그대로 '소비'되는 현대 사회의 인식 양상을 보다 직접적이고 직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천민정_Happy North Korean Children 1-2_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110×160cm_2014

 

 

천민정_Happy North Korean Children 2-2_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110×230cm_2014
 

 

천민정의 '폴리티컬 팝' 시리즈를 끌고 가는 화자는 '김일순'이다. '김일순'은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이자 예술적 페르소나로, 허구의 인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자는 작가의 셀프 이미지로 구체화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작가의 셀프 이미지는 북한에 대한 가장 상투적인 모습들, 이를테면 찬양하고, 행군하고, 경례하는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이 장면들은 무한 반복된다. 이것은 시대적 상황을 재현하거나 비판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북한'이라는 국가를 상징화하고, 우리가 매우 편향적으로만 인식하는 북한 체제에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형식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장면들의 배경에는 롤리팝 스트라이프나 공간 묘사의 디자인적인 요소 때문에 의미론적인 부담감을 경감시키고, 역사적인 무게감으로부터 탈피한다. 한편, 반복 등장하는 셀프 이미지는 일부분 분열 적인 개인의 상태를 고백하는 방법으로도 해석된다. 과장된 미소와 포즈는 물론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전형적인 상상이자 상투적인 미디어 콘텐츠 이지만, 구체적인 정치적 상황에서 배제된 자가 스스로 만든 프레임에서 한바탕 놀아보는 유희로도 읽을 수 있다. 그러니까, 작가의 셀프 이미지가 반복 등장하는 천민정의 그림은 서울에서 불과 50Km 남짓 되는 거리에 위치하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이해가 얼마나 편협하고 단순 한지를 풍자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지겨운 북한의 상투적인 이미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비정하게 말하는 듯 하다. 그런 면에서 천민정의 '폴리티컬 팝' 시리즈는 미술 작품의 사회 정치적 야망을 아주 냉정하게 제한한다. 아니, 그림의 예술적 가치가 사회적인 기능을 태연하게 분리하고 그 한계를 받아들인 듯 하다.

 

 

 천민정_Happy North Korean Little Bo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22×4cm_2013

Courtesy of Ethan Cohen New York Gallery

 

 천민정_Happy North Korean Little Gir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22×4cm_2013

Courtesy of Ethan Cohen New York Gallery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롭게 다가오는 지점은 '북한'이라는 '극장 국가'에 아이들을 연결하면서 작가가 남겨둔 감정의 여백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작가의 아들 걸슨과 딸 사샤로, 각각 '김시운'과 '김시아'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빨강과 노랑의 원색으로 단순하게 재단한 극장 무대 위에서 아이들은 교복을 입고, 자동적인 웃음을 지으며, 찬양하고, 동작한다. 시운과 시아의 행동들은, 일순의 그것처럼 반복해서 보여진다. 이 단순 반복적인 이미지는 분단 국가의 정치 문화적 공허함을 호소하거나 달래주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반대로, 작품 속에서 매끈하게 처리가 끝난 상황 자체가 단절하는 '실제성'이 강력한 아련함이 되어 아직까지도 불명확한 감성을 건드린다. ■ 권진

 

천민정_007 Ms. Kim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22×4cm_2013

Courtesy of Ethan Cohen New York Gallery

 

 

Vol.20140626e | 천민정展 / CHEONMINA / 千珉正 / photography.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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