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와 신진사이서 위상 흔들… 왕성 활동불구 신작발표 부진


 


침체 미술시장에 활력소

원로나 ‘젊은 작가’ 위주의 기획전을 선호하던 미술가에서 새롭게 30대 중반 이후 40, 50대 작가의 재조명이 활기를 띠고 있다.

5월 한 달 동안 서울 종로구 평창길 갤러리세줄, 강남구 압구정로 유아트스페이스와 종로구 북촌로 누크갤러리에선 중견작가 기획전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들 기획전을 통해 한동안 전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던 국내 미술계 허리세대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지고 있다.

금호미술관도 영아티스트 시리즈와 별도로 새롭게 중견작가 기획 시리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미술공간들이 미술시장에서 검증된 대가와 주목할 만한 신진 중심의 기획에 주력하면서 중견작가들은 작품을 발표할 기회조차 갖기 힘들었다. 30대 후반∼50대 작가들은 활동 경력이나 작업 면에서 ‘미술가의 중추’지만, 미술시장이 급부상한 스타 작가 위주로 재편되면서 침체기를 맞았던 미술가의 ‘낀 세대’들이다.

그러나 근래 불황과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의 하나로 중견작가의 재발견이 이뤄지는 추세다. 갤러리세줄과 유아트스페이스는 수년간 펼쳐 오던 신진작가 기획전을 중단하면서 중견작가 시리즈를 시작했다. 또한 신생 화랑인 누크갤러리는 개관 직후부터 원로도 신진도 아닌 중간층 작가에 집중하며 전시 공간 운영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10년여 신진 대상의 ‘퍼니’전을 이끌어 온 성주영 갤러리세줄 대표는 “이즈음 젊은 작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시 기회가 드문 중견작가 대상의 기획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이 화랑의 5월 기획인 ‘회화를 긋다’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2010년 ‘올해의 작가’ 박기원(50) 씨를 비롯해 도윤희(53) 장승택(55) 최병소(71) 씨 등 각기 특유의 작업을 펼쳐 온 작가 4명이 출품했다.

유아트스페이스는 아예 30, 40대 작가 대상의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미술공모전이 대개 신진작가 대상이지만 이 화랑은 공모를 통해 청장년 작가들을 발굴·지원한다. 공모를 거쳐 지난 1년간 조각의 강인구 차종례, 회화의 차소림 씨가 개인전을 열었고, 네 번째 작가로 변선영(47) 씨가 31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다. 기획자 신경아 씨는 “공모에 100여 명이 응모하는 등 주최한 갤러리도 놀랄 만큼 중견작가들의 호응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미술평론가들도 “전시장별 기획전이 젊은 작가 위주로 편중돼 있다”며 “덜 드러난 허리세대 작가에 대한 지원과 재조명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40, 50대 작가들은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원로와 또 다르게 미술가의 ‘젊은 작가’로 주목을 받았으나 경매 아트페어 등을 통해 작품값이 급상승한 원로와 신진작가 등 몇몇 ‘블루칩 작가’들에게 관심이 쏠리면서 왕성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신작발표회를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문을 연 누크갤러리는 중견작가의 초대전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왔다. 개관기념전이 53세 동갑내기 부부 작가인 ‘맨드라미 화가’ 김지원-박소영 씨의 2인전이었다. 지난달 정보영-정승운전에 이어 5∼6월의 김윤수-노충현전 등 40, 50대 작가의 작품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조정란 대표는 “회화 외에 전시 기회를 갖기 어려운 설치작가까지 참여하는 2인전을 통해 역량에 비해 덜 알려진 중견작가를 연 5∼6회 재조명한다”고 밝혔다.

다소 뜸했던 중견작가 작품전이 활발해지면서, 미술계가 보다 다양성을 회복하고 침체된 미술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화일보 /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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