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날의 의정부 공원묘지는 후덥지근했다.
지난 26일 양주 광적면 공원묘지로 스물한 번째 천상병선생 추모제 ‘봄 소풍을 간 것이다.
오랜만에 함께한 봄나들이지만, 지난 밤 과음 탓인지 도무지 마음의 봄바람이 일지 않았다.

봄 소풍에는 목영태, 목영진씨를 비롯한 유족들과 심우성, 임계제, 공윤희, 전강호, 최일순, 노광래, 고 헌, 김진규, 유진오, 김병호, 나재문, 편근희, 김보경, 주승자, 길상호씨 등 20여명이 함께 했다. 최일순씨가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을 모시고 온 것과 먼 부산에서 김진규씨가 올라 왔다는 게 다를 뿐, 해마다 참여율은 줄어들고 있었다. 노광래씨가 여기 저기 지인들을 불러 모아 예년 수준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목여사님 살아 계실 때처럼 알뜰살뜰 챙기지 못해서 오지않을까? 그보다는 ‘천상병예술제’에 봄 소풍을 맞추다보니 날씨도 더워지는데다, 소풍 끝난 후 들리는 ‘예술의 전당’ 행사로 인해 시간적인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모두들 묘소에 술잔을 올리며 고인의 넋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고, 불편한 몸으로 산소에 올라오신 심우성 선생으로부터 지난 시절의 추억담을 듣기도 했다. 뒤 이어 몇 몇 분의 시낭송이 이어졌는데,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낭송은 ‘몽롱한 것이 장엄하다’란 김진규씨의 ‘주막에서’였다.  추모제를 마친 후 준비한 도시락으로 반주도 한 잔 하였으나 시국이 시국인지라 노래는 삼가 했다.

오후에는 ‘천상병예술제’가 열리는 ‘의정부 예술의전당’으로 자리를 옮겨 시화전과 유품전을 둘러보며 천상병 시상 시상식에 참가했다. 올해의 천상병시상에는 최명란시인이 받았다. 그러나 수상자의 약력이나 시편들을 읽으 볼 수 있는, 시상에 관한 유인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정호승, 고영직, 김병호씨가 심사한 것으로 알고있으나, 사회자의 말에 의하면 김병호씨 대신 몇 년 전 천상병시상을 수상한 길상호씨를 들먹였다.

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하고,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행사지만, 대부분의 기념사업회 이사들마저 운영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천상병예술제’ 추진과정 일체를 모르고 있었다. 몇년 전 임원등기 후 가진, 첫 이사회 외는 한 번도 이사회나 모임조차 가진 적 없는 이름만 걸어놓은 ‘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였다. 이 날의 시상도 ‘의정부 예술의전당’ 이사장이 시상토록 조치하여 천상병기념사업회 김명성이사장이 참석할 수 있는 명분을 잃게 하였다.

사업 전모나 모든 절차가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는다면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 굴욕감을 떠나, 더 이상 고인의 명예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되겠다는 책임감에 법적 조치까지 마다하지 않을 각오다.
이 날 김명성이사장의 이사회 개최요구에 이어, 김병호씨에게 행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이사회를 개최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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