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탐욕이 부질없음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해탈을 열망하는 선방의 스님처럼 묵직하게 다가오거든요. 우리 민족 정서와 애환이 담겨 있는 소나무를 평생 그리는 이유입니다.”

오는 23~29일 서울 인사동 상상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서양화가 홍소안 씨(56)의 소나무 예찬론이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그림을 배운 홍씨는 지난 30여년간 전국에 자생하고 있는 소나무를 직접 스케치해 화폭에 옮겨왔다.

소나무를 그리면 그릴수록 소재가 무궁하다는 홍씨는 50대 중반을 넘어서니 이제 겨우 예술세계에 눈을 떠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제 철이 드는 것 같다고 할까요.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니 할 것이 더 많아졌습니다.”

작가는 요즘 서울 부암동 작업실에서 날이 새도록 화폭에 매달린다. 붓끝에 소나무의 혼을 담아내다 보면 날이 훤히 밝기가 일쑤다. 그래도 소나무에 취해보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다. 그저 ‘소나무에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꿈이다.

그는 산업사회의 기술 발전 속도에 눌려 에너지와 호흡을 잃어가는 소나무를 안타까워했다. “물질 만능으로 변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소나무의 초월적 존재감을 못 느끼고 있어요. 현대인들에게 소나무의 아름다움을 되찾아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홍씨는 최근 도심의 소나무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외로이 서 있는 소나무, 도심 도로까지 가지가 뻗어 나간 노송(老松) 등은 생동감이 더 커지고 에로틱하기도 하다. 작가는 “풍진 세파를 견뎌내는 현대인들의 강인한 의지와 관능적인 욕망을 한꺼번에 소나무에 아울렀다”고 했다. 그저 풍경의 대상이 아닌 대자연과 하나 된 소나무와 일체감이 들 때까지 숙고하다가 휘어지고 구부러진 소나무의 신성(神聖)에 관능미를 추가했다는 얘기다.

기법도 특이하다. 그는 소나무의 거친 질감을 살리기 위해 광목천에 아크릴 물감을 칠한 후 구기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고된 작업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의 소나무’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모진 비바람을 이기고 버티고 선 소나무의 자태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근작 30여점을 내보인다.(02)732-3777

한국경제 /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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