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3호선을 타고 안국역 6번 출구를 벗어나면 예술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골목 하나가 나타난다. 길게 늘어선 푸른 가로수들 사이로 구석구석 장인들의 손길이 살아 숨을 쉬는 곳. 바로 대한민국의 대표 전통 문화의 길, 인사동 거리다. 한국의 옛것과 새것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현재로 나아가는 곳. 때문에 인사동 거리는 패션과 예술에 민감한 젊은이들과 한국의 전통 공예품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의 발길로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런 인사동에 사람만큼 풍부한 것을 꼽으라면 그것은 단연 먹거리! 그중 오늘 소개할 곳은 한국인의 힘이자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사랑받는 밥, 그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후덕한 인심까지 대접받을 수 있는 어머니의 밥상을 소개해 올리고자 한다. 고즈넉한 한식 골목들 사이, 멋스러운 한옥을 개조해 손님을 맞는 이곳은 다름 아닌 서울시 종로구의 맛집 “음식이야기 밥”이다.

갓 지은 흰쌀밥처럼 새하얀 간판 위에 적힌 글씨가 흡사 식탁에 놓인 소담한 밥 한 그릇을 떠오르게 하는 이곳의 주 메뉴는 밥과 찌개로 대표되는 뜨듯한 우리네 어머니의 밥상. 실제로 여느 음식점과 같이 복잡하고 호화로운 요리를 보기 힘든 음식이야기의 밥상은 대신 이곳만이 가지는 묘한 정취가 있다. 마치 오랜만에 집에 들른 자식에게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처럼 푸짐한 고기반찬과 노릇노릇한 굴비 한 마리, 구수한 된장찌개가 나를 반겨주는 곳.



그러나 이렇듯 “음식이야기 밥“이한국인의 뿌리인 어머니의 밥상을 지향하게 된데는 대표의 남다른 소신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식당을 오픈하기 전부터 긴 시간 인사동에서 생활해 왔다는 이명노 대표. 그는 갈수록 외국 패스트푸드점에 밀려나 사라져가는 우리네 먹자골목의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것은 단순히 식당 하나가 문을 닫는 문제가 아니라 한식당이 가지는 푸근한 인심과 정취가 함께 사라지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전 세계인이 한국의 멋을 찾는 인사동에서까지 자국의 맛이 사라져가는 아이러니를 보고 있을 수 없던 그는 가장 한국적인 맛을 재현한 집 밥을 모티브로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지금의 음식이야기 밥을 오픈하게 되었다.

때문에 음식이야기의 밥상은 유난히 편안하고 따듯한 집 밥의 향기가 묻어나는 정겨운 반찬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꽈리고추와 메추리알을 짭조름하게 조려낸 장조림이나 두툼한 계란말이를 보라. 한국의 가정에서 가장 친숙하게 맛볼 수 있지만 그만큼 가장 그리운 반찬이 아니던가? 더욱이 이곳만의 특제 소스에 재워, 주문 즉시 연탄불에 구워내는 소, 돼지 석쇠불고기는 굽는 과정에서 베어 나온 고소한 육즙이 은은한 연탄불 향기와 어우러져 도저히 수저를 들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화끈한 감칠맛을 자랑한다. 따끈한 밥에 노릇노릇한 석쇠구이, 거기에 직접 담근 집 된장으로 끓인 구수한 된장찌개까지! 어느 면에서 보나 푸근한 우리의 정취가 담긴 근사한 밥상이 아닐 수 없다.

내 가족에게 먹이겠다는 진심이 담긴 우리네 밥상엔 삶을 어루만지는 훈훈한 온기가 있다. 때문에 이러한 맛을 지켜나가려는 “음식이야기 밥”에는 밥상 하나로 풀어낼 수 없는 무수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 한민족의 넉넉한 정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면 남모를 자랑스러움이 무럭무럭 싹튼다. 이렇듯 맛깔난 음식과 오가는 이들의 무수한 이야기가 담긴 음식이야기 밥. 모쪼록 이곳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한국의 정취가 듬뿍 담긴 뜨듯한 밥상을 꼭 한번 경험해 보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 주 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6길 3-8
◈ 전화번호: 02-720-8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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