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모바일에 뜬 글·그림 무심코 복제·배포하다간 나도 모르게 분쟁 휘말려
자신의 곡도 복제권 없어 조용필 등 저작료 물기도
권리자 - 사용자 상생하는 대안적 공유 확산 바람직


작품성 낮고 윤리성 없는 음란물 '야동'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되기에 함부로 다운로드 받았다간 곤란해진다. 너도나도 따라 추는 아이돌 그룹의 안무도 엄연한 '무용저작물'이라 즐겨 추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안무학원에서 교습비를 받고 가르치거나 광고에 그대로 썼다간 문제가 생긴다. UCC를 제작하면서 배경음악을 넣고 싶다면 작사·작곡가, 실연자(가수), 음반제작자 모두의 허락이 필요하다. "30초 이내는 허용된다"는 주장은 낭설이다. 본인이 직접 노래를 불러 녹음한다 해도 작곡·작사가에게 이용허락을 받는 게 원칙이다.

저작권이란 문학작품을 비롯해 음악·미술·영화·연극·컴퓨터프로그램 등과 같은 '저작물'에 대해 창작자가 갖는 권리를 말한다. 저작물에 대한 복제·배포권은 물론 다른 장르로 제작하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공연권, 방송권 등도 포함된다. 최근 콘텐츠 융·복합화와 스마트기기 보급 등으로 콘텐츠산업이 성장하면서 저작권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 개인은 물론 창작자나 기업 등 누구든지 자신도 모르는 새 '저작권 도둑'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풍경사진에도 저작권이 있나=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의 '솔섬'. 소나무로 빽빽한 이 작은 섬은 2007년 영국 출신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61)의 동명작으로 명소가 됐다. (원래 '속섬'으로 불리던 무인도였으나 케나가 소나무가 있는 섬이라는 뜻의 작품명을 붙인 뒤 '솔섬'으로 통한다.) 국내외 사진 애호가들의 전범(典範)이자 촬영 성지(聖地)가 됐으며 2009년 인근에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건설이 확정됐을 때는 케나의 사진을 앞세운 시민단체들이 '솔섬 보존'을 이끌어냈다. 케나는 2011년 8월 방영된 대한항공 광고 속 사진을 두고 '솔섬' 표절을 주장했다. 그의 한국 에이전시인 공근혜갤러리는 대한항공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3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대한항공은 발끈했다. 광고 속 이미지는 2010년 여행사진공모전 입선작인 아마추어 사진작가 김성필씨의 '아침을 기다리며'이고 케나의 작품과 달리 "역동적인 구름과 태양의 빛을 다양한 색채로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대한항공 측은 "케나 이전에도 솔섬을 촬영한 작가는 많으며 자연경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는 것으로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광고제작을 위한 저작권 관련 비용만 연간 8억5,000만원 정도를 집행한다. 반면 케나의 공근혜갤러리 측은 "케나 이전에도 그곳 사진은 있었지만 '소나무가 물에 비쳐 일직선을 이루는 완벽한 반영(reflection)'은 그가 찾아낸 장면이며 그 때문에 사람들이 그 사진에 열광했다"며 "김성필씨도 케나의 사진을 본 뒤 월천리에 가 솔섬을 찍은 것이니 논문출처를 밝히듯 오마주(경의·존경)를 인정해야 한다. 작가가 바라는 것은 꼭 돈이 아니라 명예이고 존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유사한 저작권 다툼은 있었으나 국내 판례는 아직 없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 경주 남산의 소나무 사진으로 잘 알려진 작가 배병우가 2011년 SK하이닉스가 광고 에이전시를 통해 제작한 광고에 이의를 제기한 뒤 합의와 광고중단이 이뤄진 사례가 전해진다. 앞서 2000년에는 미국의 팝아트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 재단이 국내 화장품 회사가 그의 작품을 무단 복제·변형해 광고에 사용한 것을 지적하며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었다. 이에 당시 재단의 잭 코워트 책임 디렉터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뿐 아니라 저작권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해당 기업의 해명 같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유사 사례가 빈번하다. 유명한 사건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작가 제프 쿤스(조형작품 '풍선개' 2013년 626억원 경매 낙찰)의 판례다. 그는 1988년 두 남녀가 8마리의 강아지를 안고 있는 '강아지의 봄'이라는 목조각을 만들었고 총 4점 중 3점이 36만달러(38억4,400만원) 이상에 팔렸다. 문제는 사진작가 아트 로저스가 1980년에 찍은 강아지 사진의 저작권을 주장하며 불거졌다. 로저스는 이 흑백사진으로 엽서를 만들었고 쿤스는 조각 제작에 앞서 실제 이 사진을 봤던 것. 로저스의 작품은 흑백 사진이었고 쿤스의 것은 색깔 있는 조각이었다. 로저스가 강아지 탄생 기념사진을 찍은 것과 다르게 쿤스는 현대사회의 대량생산과 탐욕을 비판한 작품이라는 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상업적 사용 여부에 무게를 실었다. 쿤스의 작품은 판매 목적이 있었고 실제로 4점 중 3점이 고가에 매매돼 상당한 이익을 얻었으며 이로 인해 로저스의 작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등 저작권자의 수입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영국 판례는 원작자의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더 중시하는 추세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건너는 빨간색 이층버스를 촬영한 풍경사진을 두고 원작자인 영국의 템플(Temple)이라는 회사가 이 이미지를 차용해 차 포장을 제작한 뉴잉글리시티(NET)사에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다. 법원은 NET 측이 원사진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점과 사진 구성상의 원작자 아이디어를 중시해 원작자 템플사의 손을 들어줬다.



◇내 노래 내가 부르고도 저작권 침해?= 가수 이승철은 자신이 가사를 쓰고 부른 '듣고 있나요'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와 관련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피소됐다. 사안이 다소 복잡하다. 해당 곡들은 기획사 코어콘텐츠미디어가 제작한 오리지널사운드트랙 (OST) 앨범에 수록됐는데 이 음원을 재사용할 경우 제작사의 승인이 필요함에도 이승철 측이 무단으로 자신의 10집 리패키지앨범에 담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승철 측은 사전 합의가 있었음을 강조하며 무고로 맞고소한 상태다.

'가왕(歌王)' 조용필은 '단발머리' '고추잠자리' '창밖의 여자' 등 자신이 작사·작곡하고 부른 31곡의 히트곡을 두고 이 곡들을 재녹음해 음반으로 발매할 때마다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했다. 국내 저작권 개념이 불분명하던 1986년 당시 레코드사와의 음반계약 과정에서 조용필이 방송권과 공연권은 갖되 배포권과 복제권은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었다. 거의 30년 만에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고 조용필은 최근 합의로 자신의 저작권을 모두 되찾았다.

음악 및 음원에 대해 가장 흔히 알고 있는 저작권 침해 사례는 불법 다운로드다. 여기다 하나 더 기억해야 할 것은 음악을 저장하지 않고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매장 내 음악을 트는 경우에도 저작권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서울고법 민사5부는 음악실연자연합회와 음반산업협회가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이를 지적한 공연보상금청구소송에서 "현대백화점은 2억3,5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지난해 성탄절에 대형 카페나 매장·백화점에서 캐럴이 울리지 않고 '썰렁'했던 것은 경기침체 탓도 있었지만 직접적 원인은 저작권 문제 때문이었다.

◇권리자-사용자 상생 필요…대안적 공유 확산= 저작권 분야에서 최근 흐름은 권리 보호가 강조되는 듯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의 유사성이 표절의 근거이던 것에서 원작자의 아이디어와 콘셉트까지도 존중되는 추세다. 그러나 카피레프트(copyleft·지적재산권을 중시하는 기존의 copyright에 대항해 사회적 공유를 강조하는 정신이자 운동) 같은 반대 운동도 활발하다. 저작권의 궁극적인 목표가 '문화 창달'이기에 저작권이 오히려 새로운 저작물 생산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디지털 시대에는 콘텐츠의 변형과 창의적 사용이 더 잦기에 절충안이 절실하다. 대안으로 저작물에 대한 '공유' 운동이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일정한 조건하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허락하는 표시로, 개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CCK(cckorea.org)가 자유로운 저작물 이용을 돕고 있다.

이미지 저작권과 관련해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영리 목적으로 이미지를 전유(專有)하는 것과 일반 아마추어의 창작자 권리 보장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저작물의 공정이용권이나 보편적 아이디어를 강변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유병한 위원장은 "저작권 권리자의 보호, 저작물 유통 활성화, 한류나 플랫폼을 활용한 관련 산업 육성 등이 '창조 선순환의 생태계'를 이룬다"며 "저작권은 '막자'는 게 아니라 문화적 가치창출이 목적이므로 권리자와 이용자가 법의 잣대로 갑론을박 대립하기보다는 상생의 노력이 필요하며 자유로운 공유 영역의 확보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 조상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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