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연주된 아리랑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사동 아리랑'이 유튜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2월 28일자 A25면). 외모도 차림도 수수한 젊은 음악도들이 쌈지길에 하나둘 모여들면서 연주된 아리랑·애국가는 민족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년들의 나라 사랑을 느끼게 해 가슴 뭉클했다. 비록 작은 스케일의 짧은 동영상이었지만 야외 연주실황의 관건인 잔향 처리 기술과 고른 화질은 높이 살 만했다. '이런 것이 삶의 아리랑이구나' 하는 느낌은 로마 콜로세움 원형극장에서 펼쳐진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의 개선행진곡보다 더 큰 감동으로 와닿았다.

일찍이 소프라노 조수미는 안정준 편곡의 '아리아리랑'을, 가수 나윤선은 재즈로 편곡된 아리랑으로 세계인들의 가슴속에 파고들었다. 아리랑의 정서와 애환 속에는 세계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감대가 녹아있다. 초·중등 음악 교과서에는 세계 각국의 민요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이젠 우리도 아리랑이 각국 음악 교과서에 실려 불려질 수 있고, 또 외국의 연주 단체들이 아리랑을 연주곡으로 선곡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이 필요한 때다.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지정된 아리랑을 정작 한국에서는 듣기가 쉽지 않다. 아직도 아리랑은 행사용 음악으로 연주하는 데 머무르며 생활 음악으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 인사동을 비롯해 팔도 아리랑의 소재 지방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 상설 무대를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아리랑 공연을 보여주고 즐겨 부르는 것이 아리랑을 지켜나가는 우리의 문화적 사명이다. '인사동 아리랑'을 만든 김신중 감독처럼 나라 사랑 정신과 탁월한 문화적 콘텐츠를 겸비한 젊은 공연 기획자가 문화계 전반에 많이 배출되어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고 나아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문화축전에서도 큰 활약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하갑돈 / 전 남도문화센터 대표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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