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나무, 이야기를 새기다 / 오병훈 지음 / 을유문화사


 애국가에 등장하는 ‘남산의 소나무’를 비롯, 청계천의 버드나무, 아차산의 싸리나무, 그리고 종묘광장공원의 모과나무, 창경궁의 매화나무, 탑골공원의 자두나무…. 서울 도심의 고궁 공원과 야산에 또 주택가 곳곳에 자생하는 나무들은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의 벗이며 소중한 자원이다.

사람들은 나무에게 자연의 미학을 느끼고 심신의 안정을 얻기도 한다. 벚꽃 개화기에는 여의도 윤중로로 벚꽃놀이 인파가 몰리고, 산행길에 접하는 북한산 진달래와 관악산의 철쭉, 청계산의 칡도 서울서 누리는 ‘나무가 있는 풍경’이다.

전국 각지에서 우리 나무와 꽃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으며 생태를 연구해온 저자는 이번 저서에선 서울의 나무를 주목했다. 부제가 ‘나무지기의 도시 탐목기(探木記)’다. 서울 사람들이 심고 가꾸었던 나무를 통해, 당대의 사회상과 그 흐름을 읽어낸다. ‘조선왕조실록’ ‘열하일기’ ‘산림경제’ 등 옛 문헌이며 한시 등 고전문학 속 나무이야기를 인용하고, 나무에 얽힌 역사적 인물의 흥미로운 일화와 고사도 전달한다.

서울의 나무들은 ‘선비가 좋아하는 나무’ ‘전설 속에 자라는 나무’ ‘산을 지키는 산신령 같은 나무’ ‘마을의 이웃과 같은 나무’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나무’ 별로 총 44종이 등장한다.

그 첫 주인공이 서울 한복판, 종로 조계사 앞마당의 회화나무다. 은행나무 느티나무 팽나무와 더불어 4대 장수목으로 꼽히는 회화나무는 ‘삼국사기’ 열전에 “성이 함락되자 백제의 해론이 회화나무에 머리를 박고 죽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자랐다. 학문과 지혜의 상징이며 입신양명의 염원을 담고 있는 회화나무는 전통적으로 서원, 향교와 사대부의 뜰에 회화나무를 심었다. 지체 높은 양반의 집, 관아 터, 서원용 고급정원수였던 것. 회화나무는 근래 그 상징과 가치를 평가받으면서 학교와 아파트단지 내 정원수 및 가로수로도 인기다. 인사동 길과 강남의 가로수들이 대부분 회화나무다.

저자는 나무와 연관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한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정작 마로니에는 없고, 일본서 건너온 칠엽수뿐임을 지목한다. 또한 아카시아는 열대나무이며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나무의 정확한 명칭은 아카시나무다.

경운동 운현궁 감나무, 경복궁 돌배나무부터 금화터널의 능소화, 양재 나들목의 사과나무 및 서초구청의 영산홍 등. 저자는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나무에서 동양 특유의 미감과 정신문화를 짚어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촌 봉원사 느티나무, 공자의 상징으로 한국서도 문묘에 심었던 성균관대 은행나무와 금호동의 장미 등, 서울의 나무들을 찾아 서울 탐구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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