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국립민속박물관 신년 기획전시 ‘힘찬 질주’ 등 풍성

 

[경향신문 / 도재기기자]



2014년 새해는 갑오년 말띠 해다. 갑오년에서 ‘갑’은 색깔로 치면 청색을 상징하기도 해 내년을 ‘푸른말(청마)의 해’라고도 부른다. 해마다 이맘때면 새해 띠 동물과 관련된 전시회가 마련된다.

말띠 해를 맞아 어김없이 말과 관련한 전시회들이 열리고 있다. 각종 유물이나 민속자료 등을 통해 인간과 말의 관계, 말이 갖는 상징성을 알아보거나 말을 주제·소재로 한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곤마도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말띠 해 특별전 ‘힘찬 질주, 말’을 2월17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말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과의 친밀한 교감을 통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유일한 동물이다. 전통적으로 말은 지도자의 탄생을 알리는 신의 메신저, 영혼의 인도자로 인식되기도 했다. 박혁거세 신화나 아기장수 전설 등에선 지도자의 출현을 알려주며 장례나 매장 관련 유물들에선 죽은 이의 영혼을 태워 저승으로 인도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때 말은 전쟁에 필수적 존재였으며 운송수단으로 국가 기간산업 역할을 맡기도 했다. 신분과 권위의 상징이기도 했다. 고기는 식량으로, 갈기는 갓으로, 가죽은 신발로, 힘줄은 활로, 똥은 종이 원료로 인간의 삶에 유용하게 쓰였다. 하지만 근대 들어 말은 중요한 운송수단 기능을 기차·승용차 등에 넘겨주고 이제는 승마·경마 등 레저·오락용으로 역할이 축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 지닌 역동성은 다양하게 재해석, 활용되고 있다.

특별전 ‘힘찬 질주, 말’전은 다양한 장르의 고고·민속 유물 등 60여점의 자료를 통해 한국인의 말에 대한 인식, 말과 연관된 민속, 말이 지닌 상징 등을 살펴본다.



장 동문의 ‘말-생성’


충북 단양에서 출토된 청동기시대의 온전한 ‘말 머리뼈’, 부산에서 출토된 삼국시대 초기의 ‘말모양 토기’, 서울 ‘마장동’의 유래가 된 유물들, 부부 금실과 자손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조선 후기의 ‘곤마도’, 악귀나 병마를 쫓는 조선후기의 부적 ‘신마부’ 등의 유물이 대표적이다. 또 재갈과 편자·등자 등 말과 관련된 용품들, 1970년대의 ‘말타기 장난감’ 등도 출품됐다. 천진기 관장은 “인간과 말의 교감·소통을 넘어 사람과 사람, 전통과 현대의 교감·소통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롯데갤러리 본점과 에비뉴엘에서는 한국·몽골·호주 등 3개국 현대작가 28명의 말 관련 회화와 조각, 설치 등 70여점을 2월3일까지 선보인다.

말과 관련해 유구한 역사를 지닌 나라들이지만 문화적 환경에 따라 말에 대한 인식이 모두 다른 데다 작가마다 독특한 자신만의 시각으로 말을 형상화하고 있다. 참여 작가는 한국의 김석영·김점선·박성태·박철종·송형노·장동문·조영철·최영·황창배 등 9명, 몽골의 차드라발·타미르 등 15명, 호주의 이본 보그·마기 셰퍼드·카를로스 바리오스 등 4명이다.




김점선의 ‘좋은날’


한국 작가의 작품은 말이라는 대상에 의미를 두기보다 말을 해석하는 데 집중한다. 과감한 필획으로 대상을 재구성하거나(황창배) 동화적으로 이야기를 펼치고(김점선) 전통자개의 기법을 이용하기도(장동문) 한다. 몽골 작가들은 말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초원이나 설원을 힘차게 달리는 모습, 속도감 있는 붓질 표현이 두드러진다. 세계 2위의 마필 생산국이자 경마클럽 등으로 유명한 호주의 작가들은 말에 개인의 심상을 투영시키는 등 서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경기 용인의 경기도박물관(관장 이원복)은 민속생활실 입구 통로에서 소규모 체험형 전시 ‘말 타고 지구 한 바퀴’전을 연중 개최한다. 책과 사진, 스티커, 소장 유물을 통해 말의 동물적 특징, 세계의 다양한 말의 상징과 이미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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