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기억

2013 Flux展

2013_1226 ▶ 2014_0121 / 1월1일 휴관

 

 


구현모_Decalcomanie_비디오_00:06:47_2010

초대일시 / 2013_1226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구현모_노석미_노정하_사타_홍인숙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공휴일_11:00am~07:00pm / 1월1일 휴관


갤러리 룩스GALLERY LUX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Tel. +82.2.720.8488

www.gallerylux.net


『명랑한 기억』은 단편적인 삶 속에서 의미 있는 순간을 발견하고, 이를 시각이미지로 환원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모았다. 그들이 생산한 시각이미지 뿐만 아니라, 작업의 모티브로 작용하는 태도에 주목하고자 한다. 우리는 삶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고, 평범한/특별한 사물과 풍경을 마주한다. 인간관계, 일상의 사물과 풍경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하고, 무수한 말들을 쏟아내게 한다. 무엇보다 그러한 경험에 의해 특수한 감정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그 감정에 따라 삶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사소하고/ 우울하고/ 고단하고/ 외롭게 느껴진다. 어떤 이는 전자보다 후자의 감정을 빈번하게 느꼈을지 모른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우리가 '삶'에 대해 아무것도 간직하지 않은 이미지를 근거로 '삶'을 판단하기 때문에 후자를 친숙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무의미한 이미지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유의미한 이미지를 기억하지 못해 삶이 사소하고/ 우울하고/ 고단하고/ 외롭게 느끼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진단에 따라 처방을 내린다면, 의미 있는 순간들을 흐리지 않게, 밝고 환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시각이미지는 대상을 기억하거나 경험을 보전하기 위해 고안된 방식들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시각이미지를 생산하는 이들은 보통의 사람보다 주어진 삶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망각되기 쉽지만 의미 있는 순간을 포착한다. 반복되는 것과 결코 반복될 수 없는 것들이 공존하는 우리의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생각하고, 반성하는 차원으로 나아간다. 결과적으로 일상이라는 얇은 표면에서 발견되는 미세한 차이와 굴곡을 읽어내 '지금-여기'를 보여준다. '지금-여기'란 커다란 테두리인 거대담론일 수도 있으며, 미묘하고 개인적인 미시담론일 수도 있다. 『명랑한 기억』은 담론의 형태보다는 평범한 순간의 이미지로, 밝고 유쾌하면서도 우울하고 진부하게 다가갈 것이다. 그러나 이를 명랑하게 (흐린 데 없이 밝고 환하게) 시각화하는 구현모, 노석미, 노정하, 사타, 홍인숙의 태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의 태도를 닮은 시각이미지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며, 우리에게 '괜찮다'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우리의 삶은 명확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상투성과 그로부터 오는 우울함을 견뎌내기 위해서 '흐린 데 없이 밝고 환하게' 유의미한 이미지를 기억한다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구현모의 영상작업은 일상생활에서 마주했던 사물이나 풍경을 관찰한다. 천천히, 그리고 조용한 '움직임'에서 우리는 삶 속에서 '시간'이란 선택적인 동시에 지속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또한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향하여 열려진 순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은은하게 담아내는 방식은 관자의 기억과 생각이 중첩시킬 수 있는 틈을 만든다..

 



노석미_우리지금만나! 당장만나_종이에 아크릴채색_25×19cm_2011


노석미는 일상의 사물과 풍경, 어구들을 작은 화면에 그린다. 집 주변의 나지막한 야산, 동네 어귀, 먹을 거리, 고양이 같은 동물, 혹은 '우리지금만나! 당장만나!'. '왜 길 위에 있나요? 길 위에서 많이 배우니까요.' 와 같은 평범한 어구들이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의 이미지들이 발견되고 따뜻한 시선으로 시각화된다.

 


노정하_14st of Manhattan_핀홀, 디지털 프린트_45×105cm_2010


노정하는 핀홀 카메라로 여러 장소들을 촬영했다. 그 장소는 단순히 3차원의 형태가 아닌, 공간 안에 존재했던/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와 유기적 관계에 의해 이루어진다. 일상적인 장소는 우리의 순간들과 기억들이 겹겹이 쌓아진 공간이다. 특히 핀홀 카메라의 흐릿하고, 어둑한 느낌은 우리를 꿈을 꾸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사타_SaTAND ZOO #06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0×80cm_2013


사타의 작업은 유년시절 키웠던 병아리로부터 시작된다. 병아리를 온전하게 성장시키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도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 견고하게 쌓아 올렸던 두려움의 벽을 허물어냈다. 사타의 기억 속의 닭은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삶 속에서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마음의 벽을 허물면서, 닭은 치유와 성장의 표상으로 환원된다. 그리고 그는 작업 속에서 동물과 자신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등장시키며 과거의 기억을 유희한다.

 


홍인숙_옛날식행복-나무가 옆에 있으면 그 어떤 것도 외롭지 않다_드로잉, 지판화_130×76cm_2009


홍인숙의 그림은 삶의 무수한 인연들 사이의 관계망에서 파생된 기억을 일상적으로 담아낸다. 어린 시절 즐겨 그렸던 그림처럼 누구에게나 친숙한 것을, 한편으로는 무심히 여겨졌던 것을 드로잉과 종이판화의 방법론으로 담아냈다. 종이 위에 먹지, 연필 등을 이용해 드로잉을 하고, 종이를 조각 조각 오려 판을 만들어 잉킹을 하는 종이판화 작업 과정은 일상에 대응하는 태도를 되돌아보고,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을 깨닫고, 반성하는 마음, 그리고 무수한 마음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태도이다.

■ 갤러리 룩스

Vol.20131226e | 명랑한 기억-2013 Flux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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