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목숨의 길고 짧음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말일 것입니다.

지난 5일 아내의 핸드폰으로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장모님(김덕순씨/94세)이 위급하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데,
이미 항문은 열려있었고 의식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의사로 부터 폐 기능과 콩팥기능이 정지되어 곧 임종을 맞을 것 같으니,
가족들에게 급히 연락하라는 사형선고가 내려졌습니다.
갑자기 온 집안이 초상집 분위기가 되었지요.
그런데 가족들의 면회를 위해 응급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자 이변이 생긴 것입니다.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장모님이 점차 의식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TV까지 보시며 병문안 다녀 간 사람까지 체크하고 계시니,

담당의사가 임상실험 대상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답니다.

장모님은 그동안 입 퇴원을 수시로 하시며 약 힘으로 견디어 왔고,
아내의 지극 정성에 의해 정신 줄을 놓지 않고 버텨왔던 것입니다.
그동안 고통이 너무 심해 저승에 빨리 데려 달라고 교회에 특별헌금까지 내가며
밤낮으로 기도 드린 분인데, 지금은 통증도 없는 듯 편안해 보입니다.

지난 닷새동안 밤낮으로 환자를 지켜보며 간병했던 아내는 귀신형상이 되어가는데,
곧 세상을 떠나신다는 장모님은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찾고 계십니다.
드실 수만 있고 회생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몸의 기능들이  정지되어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이토록 정신이 초롱초롱하시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형편이랍니다.
인명은 재천이라 듯이 하늘의 뜻에 맡기며  전화위복[轉禍爲福]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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