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보다
강영길 사진展

 

2013.6.26 ▶ 2013.7.2

 


강영길_눈부신 외로움_컬러인화_180×270cm_2006



초대일시_2013.6.26_수요일_06:00pm


인사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170번지


"바다 보다" - 의미를 넘어선 이미지 ● 눈을 감아도 보이는 바다가 있다. 하늘을 닮은 바다. 바다를 품은 하늘. 그 사이를 가르는 얄궂은 수평선 하나. 그곳은 나의 바다. 답답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면 문득, 바다가 그립다. 바다 앞에 서고 싶다. 그곳이 동해든지, 남해든지 다를 건 없다. 그저 삶에 지쳐 희미해진 마음의 수평선을 되새기면 그걸로 족하다.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수평선 위로 요동치는 내 마음을 펼쳐본다. 바다 앞에서 나는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 헛된 고민들이 부서지고 또 부서진다. 마치 파도처럼.

 


강영길_이를 수 없었던 기억_컬러인화_100×150cm_2006

 

 

강영길_부산바다_컬러인화_100×150cm_2007

디지털이 범람하는 오늘날 사진은 예술가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굳이 예술을 운운하지 않아도 너무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짐작하건데 사진가들에게 사진이란 단순히 찍어서 기록해두는 행위, 그 이상이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새롭고 낯선 풍경 앞에서도 사진기를 꺼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한 순간이라도 헛되이 흘리고 싶지 않다면 사진기는 이미 거추장스럽다. 홀연히 나타나 사라지는 인상은 필름이 아닌 가슴에 남겨야 하는 법이다.

 


강영길_제주바다_컬러인화_100×150cm_2006

 

 

강영길_동해바다_컬러인화_40×60cm_2006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진들. 오래 전에 잃어버린 내 필름을 누군가 인화한 것 같은 느낌이다. 작가는 말한다. 존재하지 않았을 기억을 담고 싶었다고. 본래 사진은 빛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고, 셔터 속도만큼의 순간을 기록할 뿐이다. 하지만 그에게 사진이란 단순히 펼쳐진 인상을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라, 상상력과 사색의 흔적을 표현하는 매체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정서를 섬세한 감각으로 철저히 추적하고자 한다. 한 번도 보지는 못했으나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그런 기억을 포착하기 위해. 만약 누군가 그에게 극한의 외로움을 단 한 컷의 이미지로 보여 달라고 청한다면 그는 「눈부신 외로움」을 꺼내 보일 것이다. 계획된 즐거움을 연상시키는 수영장이란 공간 속에서 부유하는 이미지 앞에서. 그는 눈부시게 외로운 타인의 기억을 경험한다.

 


강영길_제주바다_컬러인화_40×60cm_2006

 

 

강영길_제주바다_컬러인화_40×60cm_2006

의미를 넘어선 이미지. 영원한 순간. 거짓된 진실. 한없이 그리운 타인의 기억을 쫓아 바다 앞에 섰다. 찬란한 나의 바다여. 하늘을 꿈꾸는 바다. 바다를 탐하는 하늘. 산 자들의 바다. 죽은 자들의 하늘. 그 사이를 가르는 영혼의 숨결. 그곳은 나의 바다, 보다. 가다. 서다. 앉다. 수평선 위로 이를 수 없었던 기억들이 출몰한다. 마치 태양처럼. ■ 권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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