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초대                     

                                      남성희展 / NAMSUNGHEE / 南晟熙 / painting 

                                                2013_0612 ▶ 2013_0618

 
                                         남성희_봄동산에 숨다 Ⅱ_아트지, 토분, 수묵채색_112×145cm_2012

 

                                                                                          초대일시 / 2013_061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JMA스페이스INSA ART CENTER JMA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82.2.736.1020www.insaartcenter.com

빗소리타고 봄 동산에 오르다 ● 비만 오면 '날씨 끝내준다'는 어린 친구에게 "엄마 아시니?"하던 내가 눈이 빠지게 비를 기다린다. 안절부절 하는 내 모습이 기우제였던지 비가 온다. 거짓말처럼 마음이 차분히 내려앉는다. 준비 끝. 이제 겁 없이 덥석 받아 온 과제를 시작해 볼까? 참으로 긴 시간 침묵 속에 앉아있던 사람이 있다. 어느 날 바지를 털고 일어나 몸을 길게 뻗어 기지개를 켜더니 이내 걷기 시작한다. 한참을 가다가 동요소리 가득한 언덕에 훌쩍 뛰어 내린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남성희_내가 꽃이 되어 Ⅰ_아트지, 토분, 수묵채색_40×80cm_2012
 
 
                                         남성희_사랑_아트지, 토분, 수묵채색_91×73cm_2012

 

2011년, 南河 남성희의 3회 개인전 작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에겐 고통이었을 긴 침묵의 시간들을 지켜보았던 畵友 중 한 사람으로서 그의 기지개가 정말 반갑다. 이제까지 조급해 하는 그의 모습 본 적 없고, 최소한의 대답으로 말 건 낸 사람 머쓱하게 만들기도 하고, 딱히 좋은 것도 싫은 것도 표현하지 않는 그를 보며 "南河도 급하면 뛸까?" 성질 급한 내 속만 부산했었다. 참 오지랖도 넓지 ● 그런 그가 마치 체했던 사람마냥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를 화판에 울컥 토해낸다. 참 시원하겠다 싶은데 이젠 말문을 연다. 그 희한한 광경이 어찌나 재밌던지 나도 모르게 실실 웃어대니 경쾌하게 핀잔을 준다. 어쨌든 나에게는 畵友가 생기는 순간이다. ● 다른 기질을 가진 畵友가 내 작품을 어떻게 읽어내는지를 아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며 작품에 대해 가감 없는 표현을 서로 나눌 수 있는 畵友가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아주 쬐그만 작품을 만만히 보았다가 큰코다치고 작품 앞에 꾸벅 절하며 코맹맹이 소리로 '무시해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 경험을 남하에게 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南河가 "나도 오늘 소품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네요"라며 특유의 미소를 짓는다. 자주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 중 하나이지만 고단한 작가의 일상이 잠시 위로받는 순간이다. ● 어느 날인가 '영혼의 흔들림'을 그리고 싶다는 나의 다소 몽상적인 소망을 진지하게 듣더니 南河는 '시를 그리고 싶다'는 말로 화답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리더의 역할보다는 시대가 잃어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조용히 풀어내어 그 향기가 흔들리는 눈동자를 거쳐 조용히 내려와 잠시라도 가슴에 머무는 작품이고 싶다는 작가의 소망을 짧게 표현한 것인데 이점이 南河와 나의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 그 소망이 이루어지려면 '나'와 '대상'의 관계는 '나'와 '그것'이 아니라 '나'와 '너'라는 인격적인 만남이어야 하며 그 만남은 세상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 고독한 자리로 자신을 이끌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세상의 바람을 거슬러 걷는 걸음인데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 해도 그게 어디 만만한가.

 

 
 
                                          남성희_봄동산에 숨다 Ⅳ_아트지, 토분, 수묵채색_130×97cm_2012
 
 
                                         남성희_노랗게 물든 날 Ⅲ_아트지, 토분, 수묵채색_40×80cm_2012
 
 
                                           남성희_축제의 노래 Ⅰ_아트지, 토분, 수묵채색_112×145cm_2012

 

南河의 작업 과정 또한 버거울 만큼 복잡하다. 황토에 물, 먹, 접착제를 혼합하여 종이 위에 바르면 따스하고 품위 있는 회색이 드러나는데 그 색은 바탕의 기본이 된다. 그 회색을 나는 참 좋아한다. 그 다음 단계부터 인고의 시간이 요구되는데 솜에 물을 적셔 단계적으로 하염없이 벗겨내는 정말 신음소리 나는 과정이다. 작업과정에서 기법의 치열함이 좋은 작품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원하는 표현을 위해 치열한 과정이 꼭 필요한 南河가 긴 한숨과 함께 소리를 냅다 지른다. "돌아버리겠네!" 아, 성질 낼 줄도 아는구나.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그 순간에 내 웃음보가 터질게 뭐람. 남 일이라서 그랬을까? 남 일 같지 않아서일까? 아. 이거다. ● 그의 작품은 몸과 마음의 투쟁을 거름삼아 詩를 써 내려 간다.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약간 거만하게 드러누운 나무' '동화 속 풍경처럼 나무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알록달록 집들' '지가 바람인양 멋대로 살랑대는 꽃송이들' 그냥 자유분방한 봄이다. 작품마저 '한 까칠'하는 나는 그 '화사한 자유'가 은근히 부러워져 궁시렁거린다. "아주 난리 났네"

 

 
                                           남성희_흐린날_아트지, 토분, 수묵채색_162×111cm_2012

 

南河의 다섯 번째 개인전, 이번에도 그는 봄꽃 흐드러진 나무에 익숙하게 걸터앉아 우리에게 손짓한다. 착한 나는 "네"하고 냉큼 나무에 올랐는데 어디선가 나즈막한 소리가 들린다. 처음 듣는 소리에 눈썹까지 치켜뜨며 두리번거린다. 음, 그것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가 함께 내는 허밍소리였다. 아주 작은... 이 작은 소리를 듣기 위해 南河의 돌아버릴 것 같은 한숨이 참 바빴겠다. 작가란 등불과도 같아서 오직 자신을 태운 만큼만 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미지근한 온도의 작가 작품에서 고스란히 읽혀지는 권태를 두려워하며 또박 또박 걸어가는 南河 남성희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내가 너무 앞서가나? ● 이런 저런 생각 속을 헤매다 정신을 차려보니 빗소리가 없네. 좀 더 내려주지. 성질 급하기는... 南河 마음에 품은 것을 글로 풀어낸다는 것, 그림 그리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는 밤이오. 술 한 잔 사시오. ■ 김경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