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주씨의 한국화전이 지난 3일 후암동 천주교회를 장식했다.

전시장엔 이른 시간부터 주민들의 축하 발길이 이어졌다.
‘동자동사랑방’ 선동수 간사장을 비롯하여 조두선, 강동근, 유영기, 이난순씨 등
많은 분들이 작품을 감상하며, 전시를 축하하고 있었다.






윤용주씨는 작품을 돈으로 환산하지 않고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겠다고 했으나.
다들 그냥 가져가지 않았다. 하나 같이 어려운 처지인데도
몇 만원씩이라도 모아 서로 정 나누고 있었다. 이게 사람 사는 맛이다.






여지 것 많은 전시를 보아 왔지만, 이 보다 더 성공적인 전시는 없었다.
이번 전시에 30여점을 내걸었으나 여섯 점만 남았는데,
그마저 가져가기로 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작품의 질이 높고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함께 나누었다는 사실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근사한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들도 한두 점 팔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시장마다 파리 날리는 실정인데다, 전시가 끝나도 작품을 집에 쌓아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용주씨 전시는 달랐다.

단 하루 전시로 이만한 관객이 다녀가기도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전시된 작품들이 모두 주인을 찾아 벽에 걸린다는 사실이다.






모든 작품을 팔아도 큰돈은 아니지만,
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이젠 작가 윤용주 만의 색깔을 찾아 작품의 질을 높이는 일에 정진해야 한다.
또 다른 윤용주씨의 변신을 기대하며,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 글 / 조문호























2017년 12월 04일 (월) 19:34:54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es@sctoday.co.kr  
 

두 발 없는 지체 장애인 윤용주(54세)씨의 한국화전이 지난 3일 후암동 천주교회에서 개최되었다.

이 전시는 절망의 늪에서 다시 일어 선 흔치 않은 전시라 주변에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 윤용주, '산하' 73x 53cm (국제장애인미술대전 특선작)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 온지가 13년 된 한국화가 윤용주씨의 인생은 눈물과 한숨으로 얼룩진 세월이었다.

전시장마다 좋은 전시가 한 둘이 아니지만, 어려운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결실이라 더 아름다웠다.



    

▲ '포도' 45x53cm



아름다운 진경산수를 먹물로 풀었는데, 대부분 화려한 꽃이 어우러진 채색화가 주를 이루었다.

그가 그려낸 붉은 꽃이 핏빛인양 처연하게 보이는 것은 그림 한 점 한 점에 다시 일어서려는 결기가 서렸기 때문일 것이다.



    

▲ '만추' 59x56cm



그는 IMF가 만들어 낸 희생양이다. 전주에서 건설회사 하청업체를 운영하다 부도가 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술로 한탄의 세월을 보내다 가족에게 버림당했고, 서울의 고시촌과 쪽방 촌을 전전하며 죽지 못해 연명해 온 것이다.



    

▲ '단풍' 45X35cm



기나 긴 체념의 세월은 건강을 돌 볼 여유조차 없었다.

천식과 고혈압, 신장질환, 뇌전증, 폐기종, 당뇨 등 그의 종합병원 수준인데,

몇 년 전 합병증에 의해 혈관이 막혀 다리가 썩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해 볼 때만 해도 오른쪽 다리만 절단하였으나, 이젠 두 다리를 모두 잃은 1급 지체장애인이 되어 있었다.



    
▲ 전시작품 앞의 작가 윤용주씨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그에게도 한 가닥 희망이 생겨났다.

30대에 화가로 활동한 이력을 알게 된 사진가 김원씨가 그림을 그려보라며 사준 화구가 용기를 내게 했다.

20여년 중단되었던 한국화였지만, 그의 집념은 단숨에 세월을 되돌렸다.

한 사람 눕기도 불편한 그 비좁은 쪽방에서 틈만 있으면 붓을 잡았으니,

옛 솜씨가 다시 살아나며 한의 무게까지 실려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들



지난 8월, 제2회 국제장애인미술대전에 출품한 작품이 당당하게 특선으로 뽑히므로 자신감을 얻게 되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전시를 이틀 남긴 지난 1일 동자동 ‘새꿈공원’앞을 지나다 작가 윤용주씨를 만났다.

전시가 눈앞에 닥쳐 할 일도 많을 텐데, 자신의 발 역할을 해주는 전동휠체어가 고장 났다고 했다.

마침 봉사단체에 연락이 닿아 휠체어를 실어 보내고 있었는데,

표정도 밝지만 뚜벅 뚜벅 무릎으로 걷는 걸음에 힘이 실려 있었다.



    

▲ 전시를 앞 둔 윤용주씨가 바삐 걸어가고 있다



절망과 희망의 엄청난 차이를 실감하는 자리였다. 인간의 강한 의지 앞에는 몹쓸 병마도 무릎 꿇게 한 것이다.


지난 3일 후암동 천주교회에 마련된 전시에는 많은 쪽방 촌 이웃들이 찾아와 축하해 주고 있었는데,

작가 윤용주씨는 작품을 돈으로 환산하지 않고 필요한 이웃과 나누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삶을 사는 동자동 사람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전해주는 따뜻한 손길에는 정이 서려있었다.



▲ 축하하러 온 동자동 주민들과의 기념촬영



예술의 가치란 작품성만 논하며 구중궁궐에 갇히는 것 보다, 대중들이 같이 좋아하며 함께 나누는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윤용주씨의 재기전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은, 그의 작품에서 예술의 위대한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ss@s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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