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없는 ‘최경태전’이 인사동 ‘나무아트’에서 열리고 있다.

술독에 빠진 작가를 위해 주변 분들이 마련한 전시다.

 

전시가 열리는 지난 2일 정영신씨와 함께 전시장에 들렸다.

 김진하관장과 박 건화백을 만났는데,

술에 중독되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지가 꽤 오래되었단다.

오로지 막걸리로 연명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최경태씨를 마지막 본 것은 문영태 화백 유작 촬영하러 간 강화에서다.

그 때 술집에서 본 후 만나지 못했으니, 4년은 족히 된 것 같다.

그 이후로 붓 대신 술과 놀았으니, 그림이나 그릴 수 있었겠나?

 

전시된 작품을 돌아보니, 초기의 민중계열 판화작품에서부터

여고생 시리즈와 인형 등 많지 않지만 골고루 걸렸다.

마치 십 구금을 뜻하듯 열아홉 점이 걸려 있었다.

 

최경태의 여고생 시리즈는 아이들이 처한 성문화를 현실 비판적 시각에서 그린 그림이다.

성기노출이 사람에 따라 불편할지 모르지만, 음란물로 매도해서는 곤란하다.

 

왜 사람들이 성기 노츨에 색안경을 끼고 과민반응 하는지 모르겠다.

안 보이는 곳에서는 더 추잡한 짓을 하는 그 위선에 침을 뱉고 싶다.

 

아직까지 작품을 예술이냐? 음란물이냐?로 따지는 세태가 더 슬픈 것이다.

까발리는 최경태의 작품에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여고생들이 담배를 꼬나 문 반항적인 포즈도 그렇지만,

스스럼없이 까발리고 앉은 자세가 기존의 도덕적 잣대를 분질러버린 것이다.

 

최경태는 한 때 민중미술가로서 권력을 비판한 위치에도 있었다.

그러나 여고생 연작에서 비윤리적인 변태로 취급 받았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발가벗겨 세상에 내 놓아 비난과 멸시를 받았지만,

성에 관한 집단적 위선과 기만을 들추어냈다.

고발에 따른 법정투쟁, 작품소각과 벌금, 반항과 부활에 이르기까지 고행의 연속이었다.

 

최경태가 인형을 통해서 말하려는 것도 바로 욕망의 문제였다.

최경태 그림에 등장하는 인형이나 여고생은 자신의 분신에 다름 아니다.

 

그런 문제작가가 알콜 중독자가 되어 나락에 떨어져 있으니 가슴이 아픈 것이다.

술이 취하지 않고는 버텨낼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한 시대를 풍미한 최경태 작품은 소장가치가 높다.

부디 재기를 바라며, 많은 분들의 관람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이 전시는 12월 8일까지 인사동 ‘나무아트’에서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아래 글은 박 건씨가 올린 글을 옮겼다.

 

송용민 작가가 강화에서 작품을 실어오고

김진하 관장이 1시간도 안되어 뚝딱 작품을 배치하고 조명을 비추자 준비는 끝났다

 

모두 19점을 걸었다

유화는 2000년 전후 남아 있는 작품들이다

목판화 3점은 1990년 초 30년 전 작품으로 유리액자 속으로 곰팡이가 슬었다

고분고분한 작품들이 피난 나온 느낌

 

전날 송작가가 최경태 작업실에 갔다

보일러 설정 온도를 보니 어이상실 8도

혈액순환이 안 되어 다리가 퉁퉁부었단다

급히 연탄난로를 정비하고 불을 지폈다

그제서야 몸이 녹기 시작하더란다

 

돌아버릴 일은 또 있다

집 안 화장실이 지척인 데 물내리기 아까워

소파 근처 깡통에다 오줌을 잘잘잘 싸더란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 붓더란다.

창 밖에는 버린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있고..

 

예전에 기초생활수급신청으로 하려고

작가가 스스로 마을 민원실로 찾아가 접수를 시키려 했단다

어르신 한 가지가 걸려서 안돼요..

경차는 되는 데 300만원도 안 되는 코란도 중고차량 탓에 딱지를 맞았단다

여러 가지로 딱하다..

 

5년전 인사동 '인사아트;에서 열린 '7인의 사무라이전' 개막식에 참여한 최경태와 마문호씨

 

 

최경태

경태가 사라지고 있다

모두 떠나간다

배도 끊긴 섬이 되었다

청소도 안하고 먼지도 쌓였다

쌓이고 쌓이고 무덤처럼 찌들었다

씻지도 벗지도 빨지도 않는다 안한다 할수없다

술을 마셔야 잠들고 자야 술을 마실 수 있다

꿈 아니면 술이다

3년 반도 넘었다

아니 그 보다 훨씬 더 되었다

자존감은 살아있다

부끄러워 홀로 마신다

잔소리가 싫고 짜증나고 신경질이다

폰 전원도 꺼버렸다

죽어 백골이 되고 있는 지 알 길이 없다

경찰이 문을 두드리면 부시시 문을 연다

다행인지 겁은 살아있다

소주는 안먹고 강화도생막걸리만 마신다

죽을 용기도 없고 죽는게 무섭고 두렵다

밖에 안나간다

사람 안만난다

모두 틀렸고 술만 옳다

 

보지를 그리기 때문일까

정치보지 경제보지 원조보지 예술문화보지

보지를 그리면 행복하다 기쁘다 가엾다 밉다

보지가 화엄이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전쟁과 평화도 그 속에 있다

구멍 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싶다

따스한 양수에 잠기고 싶다

보지를 그리고 싶은 데 보지로는 안된다

보지가 팔리다가 더 이상 안 팔린다

자지도 그려 보니 조금 팔렸다

일어서지 못하는 자지다

더는 못그렸다

이제 안그린다

못 그린다

다른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술만 마시고 잠들고 사라져간다

사라지는 경태가 최경태다

최경태는 최경태를 그린다

 

최경태의 '최경태'전

2020. 12. 2 - 12. 8 / 나무아트

기획, 후원 : 송용민, 나무아트

 


지난24일부터 이틀 동안 아내와 추석 대목장 촬영하느라 충청도 지역을 돌아 다녔다.

판교, 해미 같은 조그만 장들은 초장에 빤짝하다금방 한산한 파장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당진 같은 군소재지 장들은 온 종일 사람들로 붐볐다.

제수용품은 구해두었는지, 평소 자식들이 좋아한 음식들 찾느라 여기 저기 기웃거리신다.

 

우리내외도 서울에 들려 다시 정선으로 떠나야하기에 마음이 바빴다.

서둘러 올라 오던 중에, 미국에서 오신 최정자시인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추석 다음 날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얼굴 좀 보자는 것이다.

열흘 전에 서울 왔다는 연락은 받았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어 왔던 터라

급히 인사동으로 차를 몰았다.

 

인사동 '아라아트'에는 여러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정자 시인을 비롯해 김명성 시인, ‘유목민주인장 전활철, 그 아들 시원이,

인사동지킴이 공윤희, 사업가 이상훈, 이태규씨 등 여러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은 급하지만, 밥 먹고, 차 마시고, 술까지 마시느라 하루를 다 보내버렸다.

 

밤늦은 시간 유목민골목에 모여 앉아 술잔을 나누는데, 김여옥 시인과 화가 서길원,

최경태, '유카리'관장 노광래, 번역가 이지연씨 등 주객들이 차례 차례 등장했다.

시에 관한 시잘데 없는 이야기 끝에 "안 팔리는 시집은 왜 만드냐?" 는 김여옥시인의 말에

시집은 팔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해서 만든다.“는 명답을 최정자시인이 했다.

 

좀 있으니 술이 거나하게 취한 채현국 선생께서 쫄랑쫄랑 골목으로 들어오신다.

매일같이 강연에 끌려 다니시다 모처럼 술 한 잔 하신 모양이다.

요즘 돈 되는 강연회 요청은 다 물리치고, 가난한 모임의 강연회만 부지런히 다니시는데,

선생님이 계시는 시골 중학교 학생이야기로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얼마 전 조그만 학생 한 녀석이 채선생께 다가와 할배! 이런 말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너무 귀엽습니다

해 놓고 줄행랑을 치는대도, 선생님께서는 기분 좋아 그냥 깔깔 웃으셨단다.

그 이야기에서 채선생님의 교육철학이나 자유분방한 학교 분위기가 그대로 입력되었다.

 

또 한 가지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아라아트김명성씨가 병원에 누워있는 화가 이청운씨를 비롯하여 어려운 예술가 열 명에게

명절 쉴 돈을 일일이 보내 주었다는 것이다. 자기 코가 석자인 명절 직전의 온정이라 더 크게 다가왔다.


년에 최정자 시인이 귀국했을 때는,  어려움에 처한 김명성씨가 안 서러워 모아놓은 달라 천불을 놓고 가셨단다.

그러나 가난한 시인의 돈을 차마 쓸 수 없어 책상 서랍에 넣어둔 채, 여지 것 재기를 다짐해 왔다고 한다.

그 날, 돈을 다시 돌려 주려는 김명성씨와 안 받겠다는 최정자씨의 실랑이를 들으며 발길을 돌렸는데,

인사동 예술가들의 애틋한 정은, 꺼져가는 인사동의 한 가닥 등불 같았다.


"사람나고 돈나지, 돈나고 사람났나?"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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