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as a Jaybird 부유하는 파편들

조성현展 / JOESUNGHYUN / 趙星現 / photography 

2023_0414 ▶ 2023_0506 / 일,월요일 휴관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16_90×75cm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KP 갤러리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서울 용산구 소월로2나길 12(후암동 435-1번지) B1

Tel. +82.(0)2.706.6751

www.kpgallery.co.kr@kpgalleryseoul

 

"사진은 아름답지만 보는 이의 감정을 속이고 때로는 진짜로, 때로는 가짜로 혼동을 주며 허망하고도 아름다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순수하거나 아니거나, 그 속에 들어있는 자신을 느끼고 세상을 향한 모습을 상상한다." (작가의 일기 중에서)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17_50×37.5cm_2023

KP 갤러리에서 4월 14일부터 5월 6일까지 조성현 작가의 개인전 『Naked as a Jaybird / 부유하는 파편들』 전시가 개최된다. 낯선 공간을 내면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조성현작가의 과거 작업과 달리 이번에 새롭게 소개되는 사진들은 작가의 내면에 침착되어 있던 고유한 감정들을 주변의 사물들을 통해 드러내는 작업이다.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07_120×80cm_2023

내면의 복잡한 감정들과 생각의 덩어리들, 조성현은 규정할 수 없지만 자신 속에 존재하는 '날 것'과도 같은 그의 마음을 '순수'라 정의하고 '사랑', '미움', '분노', '연민', '자유'와 같이 그와 연결된 각각의 감정과 울림을 사진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작품 속 하얗게 빛나는 몸과 인간의 신체를 연상하는 형상들, 완성된 형태를 갖추지 못한 일련의 덩어리들과 흩뿌려진 가루들을 통해 존재함을 이야기한다.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05_90×75cm_2023

솔직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일기장처럼 그의 작업에서 깊숙하게 숨겨져 있던 감정들이 표면으로 떠올라 부유한다. 하나로 뭉쳐질 수 없는, 그러나 떼어놓을 수도 없는 '날 것'의 감정들.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응시하며 찾아낸 그만의 시각들. KP 갤러리는 『Naked as a Jaybird / 부유하는 파편들』 전시를 통해 우리 안에 존재하는 순수함과 스스로를 확인하고 지키고자 했던 노력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 KP 갤러리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08_50×37.5cm_2023

전작 'I Saw You'로 낯선 공간을 응시하던 조성현의 신작 '부유하는 파편들'은 객체를 바라보던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옮겨온다. 무엇을 말해야할지 모르면서도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많은 생각들, 그 생각의 덩어리들과 시선을 그는 자신의 언어로 옮겨온다. 하얗게 빛나는 몸, 주무르는 대로 뭉쳐지는 하얀 클레이,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액체 덩어리. 완성된 형태를 갖추지 못한 일련의 덩어리들. 그리고 떨어지는 가루들. 조성현이 말하는 순수는 '날 것'에 가깝다. 마치 언어를 갖추기 전의 아이들의 옹알이처럼. 아직 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겠다는 작가의 고백은 순수 이전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한다. 순수라는 언어가 생기기 이전의, 발화 언어 이전의 무엇. 그러나 모두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13_90×75cm_2023

후설은 "그 자신의 의미에 대한 순수한 표현을 가져오는 것이 문제되는 것은 바로 이런 말없는 경험(expérience muette)"이라고 말한다. 후설의 주장을 이어받아 메를로-퐁티는 『지각의 현상학』을 통해 철학의 근본 목표가 말없는 경험의 고유한 의미를 표현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조성현의 사진들은 언어적 사유를 넘어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시각적 사유로 빚어낸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작가의 고백은 순수 이전의 날것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메를로-퐁티의 논의를 빌면, 우리들의 '세계-내-존재(etre-au-monde)' 위에 토대하고 있는 지각은 그 자체로는 인식을 주지 못한다. 지각(知覺), 감각기관을 통하여 대상을 인식하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세계-내-존재'로부터의 물러섬이 필요하다.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한 단계 물러서는 행위가 선행되어야 한다.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11_90×75cm_2023

조성현의 작업들은 물러섬의 행위를 보여준다.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본인이 느끼는 것을 그대로 시각화한다. 작가의 말대로 '순수'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의 감정들 – 사랑, 미움, 분노, 연민, 자유를 물질적 요소들을 통해 사진 이미지로 구현해낸다. 매순간의 감정의 경험은 개별적 이미지로 전환되고 전환된 이미지들은 작가의 시간으로 구현된다.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균형을 잃어버리다가 다시 감정에 휩쓸리는, 날 것의 작가 그 자신의 모습으로. 솔직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일기장에서 잃어버린 날 것의 감정이 떠오른다. 깊숙하게 숨겨져 있던 감정들이 표면으로 떠올라 부유한다. 하나로 뭉쳐질 수 없는, 그러나 떼어놓을 수도 없는 날 것의 감정들.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응시하며 찾아낸 그만의 시각이다.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13_90×75cm_2023

철저하게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드러내는 작가의 노력은 '말해질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 사각의 프레임에 놓인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철저하게 작아진 '나'라는 존재일수도, 혹은 아무도 모르게 숨겨놓은 '나'라는 존재일 수도. 작가의 말대로, 순수하거나 아니거나, 우리는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이 세상에 놓인 존재들이다. '부유하는 파편들'은 조성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자, 관객들이 순수 이전의 무언가를 발견하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 레나

 

Vol.20230414d | 조성현展 / JOESUNGHYUN / 趙星現 /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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