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예총을 후원하는 일일 맛집이 지난 25일 인사동 코트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강욱천씨가 운영을 총괄한 이번 후원 모임에는 류연복씨의 서예퍼포먼스를 비롯하여

김민정, 송희태, 이광석, 손현숙, 송병휘, 레드로우, 고이, 박인호, 라오니엘 등 많은 분의 공연이 이어졌다.

 

늦게 들려 류연복씨 서예 퍼포먼스는 보지 못했으나

장경호, 곽대원, 김이하, 임동은씨 등 반가운 분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표적 예술단체인 한국민예총이 아직도 보금자리가 없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셋방살이를 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정부의 지원 없이 가난한 예술인의 힘으로 단체를 이끌어 가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자를 내건 단체지만,

최소한 일할 수 있는 공간은 정부에서 도와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민예총의 재기를 기원한다.

 

사진, 글 / 조문호

 

인터넷에서 스크랩한 사진
인터넷에서 스크랩한 사진

 

 

해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일이 다가오면 노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작가들이 모여

‘사람 사는 세상’ 전람회를 개최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4주기(23일)를 맞는 올해 ‘사람 사는 세상’ 추모전은 지난 19일부터 오는 24일까지 대학로 .혜화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참여작가는 전시를 주도한 수묵화가 유준을 비롯하여 고경일, 김광성, 김운성, 김종도, 김주표, 김태용,

레오다브, 아트만두, 양 영, 이구영, 유현병, 이선복, 이윤정, 이은희, 이 하, 임진순, 정찬민, 주홍수씨 등

열아홉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지난 20일 오후 4시에 열리는 개막식은 마음이 급해 차를 끌고 나오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녹번동에서 정영신씨를 태워 30분 전에 출발했으나, 차가 밀려 30분이나 늦어버렸다.

 

전시장에는 가수 문진오씨가 '껍데기는 가라' 노래를 열창하고 있었다.

 

반가운 분도 여럿 보였다. 유준 화백을 비롯하여 전활철, 방기식, 박미루,

임동은, 이한복, 김주표, 남기은 씨 등 성함이 잘 생각나지 않는 분도 여럿 보였다.

 

전시장을 돌아보니 유준의 ‘동행’이나 아트만두의 ‘노무현과 친구들’ 등 눈길 끄는 작품들이 더러 있었는데,

다들 노무현 대통령을 대하는 것처럼 반갑고 그립게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란 글에 마음이 끌렸다.

글이 담긴 주홍수씨의 ‘마음속의 슈퍼맨 노무현’과 김주표씨의 전각에 유독 마음이 끌리는 것은

암울한 시국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족발집에서 열린 뒤풀이에 갔다가 전시장에서 뵙지 못한 주홍수씨를 만났다.

그 좋은 안주에 차 때문에 술 한잔 마실 수 없으니, 고문도 그런 고문은 없었다.

 

정치가 개판이라, 노무현 대통령이 더욱 그립습니다.

다 함께 응원합시다.

 

 

사진, 글 / 조문호

 

[2023,5,23작성]

녹번동에서 동자동 갈 때는 안국역에서 내려 인사동 거리를 지나쳐 종각역에서 갈아탄다.

빨리 가는 코스도 있지만, 인사동 들리는 재미가 좋아서다.

 

일주일에 한 번은 별 볼일 없이 인사동 길을 걷게 되는데,

더러는 좋은 전시도 보지만, 반가운 분도 만날 수도 있어 도랑치고 게 잡는 일이다.

 

지난 월요일은 작심하고 볼만한 전람회를 찾아 나섰다.

제일 먼저 들린 곳이 나무아트에서 열리는 원치용의 길 건너기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전시장에 올라가니, 문명 비판적인 작품들이 더 숨 막히게 한다.

 

드로잉 방식으로 그린 원치용의 화법도 독특했다.

철로에 코뿔소가 있거나 고속도로에 오리가 방황하는 

현대 문명에 의한 반생명적 개발행위를 비판하고 있었다.

 

눈앞에 다가온 재앙에 대한 일종의 경종이었다.

 

두 번째 들린 곳은 인사아트센터 지하 제주갤러리에서 열리는

4.3미술아카이브 기획전 바라 이었다.

 

4,3과 관련된 전시로는 이달 초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렸던,

동백이 피엄수다에 이은 두번째 전시로 탐라미술인협회에서 주최했다.

 

참여작가로는 고길천, 고혁진, 김수범, 박경훈, 양미경, 오석훈,

이경재, 이명복, 정용성씨 등 아홉 명이었다.

 

4,3의 아픔을 상징한 작품들이 걸린 전시장 분위기가 숙연감을 주었다.

그 가운데 이명복 작품 광란의 기억이 있었다.

이승만 도당의 본색과 악질 패거리 만행에 치를 떨었다.

 

지난 달 세상을 떠난 미술평론가 성완경선생의 글도 반가웠다.

 

세 번째는 한국펜화가협회전이 열리는 '인사아트프라자'로 갔는데,

관람객 없는 다른 전시장과 달리 관람객이 몇 있었다.

 

평소 회원전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지만,

지난해 많은 초상을 그려 보여준 임동은씨 작품이 기억나서다.

  

이번에는 사람이 아니라 군침 도는 문어 한 마리가 꿈틀대며 글자를 흘리고 있었다.

내 이름이 문호라 그런지, 문어가 남 같지 않더라.

 

네 번째는 김명식씨의 ‘East side story’가 열리는 선갤러리에 들렸다.

 

이분은 동아대에서 오래동안 교편잡던 분인데,

20여년 전부터 ‘East Side Story’연작으로 주목받은 화가다.

 

비슷한 집들이 적당하게 배치된 그림들은 주택단지의 평면도를 연상시키는데,

벗겨질 듯 연하게 묻은 물감 자욱들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전시제목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란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사람들의 공동체 이야기를 뜻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집 배열이 새마을 운동 같은 느낌도 난다.

 

담백한 구도와 풍부한 색감을 빚어낸 칼 질의

민감한 리듬성은 설렘의 활력소를 만들어낸다.

색으로 모인 집들의 조화와 여백이 따스하고 행복한 느낌을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이하 시인의 홍제천 사진전’이 열리는 ‘다섯시’에 갔다.

김교서 시인의 비득치에 가면출판기념회도 함께 했다. 

 

김이하 시인은 오랫동안 사람과 홍제천을 기록해 왔다.

 

지난해의 사람에 이어 두 번째 보여 준 홍제천’은, 결국 사람과 자연은 하나라는 것일게다. 

사람을 좋아하고 자연 생태를 사랑하는 한 작가의 일상적 기록이고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작가가 오랜 세월 찍어 온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떤 목적에 의한 기록이라기보다

좋아하는 자연환경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소통하는 것이다.

 

홍제천에 서식하는 청동오리나 왜가리, 해오라기 같은

작은 몸짓들을 살피며 함께 정 나누어 온 것이다.

 

아직 서울이 살아 있다는 것에 위안하며...

 

사진전과 함께 김교서 시인의 비득치에 가면’(영화나무) 출판기념회도 있었다.

 

40여 년 전 등단한 이래 처음으로 시집을 냈다는 김교서의 시는

시인 모습이나 이력처럼 갯벌처럼 끈적거렸다.

 

이 시집은 편향된 사회에 대한 그의 편향된 분노이자

음습하게 가려진 그곳을 되비추는 거울이다고 김이하시인이 적고 있다.

 

전시장에는 김이하. 김교서 시인이 자리를 지켰고,

연극배우 이명희, 시인 이승철, 홍순창, 이동엽, 강경석씨 등

여러 명이 축하 술자리를 만들었다.

 

술자리 피해 콜라를 방패막이로 앉았는데,

이명희씨는 '스마트협동조합'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는

일인극을 핸드폰으로 보여주었다.

 

앤지 한 번 안 내고 단숨에 촬영했다는 동영상인데,

배우 이명희의 절규가 처절하도록 슬프게 만들었다.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순정의 드라마가 아니겠는가? 

'광고로 사용하면 대박나겠다'며 바람도 넣었다.

 

               

다섯시에서 열린 김이하의 홍제천을 마지막으로 서울역 가는 지하철을 탔다.

 

원치용의 길 건너기 한국펜화가협전은 지난 화요일로 전시가 끝나버렸다.

그러나 제주갤러리’에서 열리는 4.3미술아카이브 바라   5 9일까지 열린다.

선갤러리에서 열리는 김명식 ‘East side story’ 426일까지고,

다섯시의 김이하 홍제천 4월30일까지 열린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인사동에서 봄바람 나자.

 

사진,  / 조문호

 

아래는 인사아트센터 제주갤러리에서 열리는 4.3 미술아카이브 '바라-봄' 전시작입니다

 

 

악몽을 지우려 해도 도무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일단 방안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만나려 나섰는데,

불난 지 일주일만의 인사동 나들이였다.

 

지난 30일 오후 무렵, 정동지와 전시 보러 나갔다.

 

마침 ‘한국펜화가협회’ 단체전이 ‘경인미술관’에서 열렸다.

지난 1월 전시를 목전에 두고 돌아가신 김영택화백이 생각났다.

 

그 분이 창립한 ‘한국펜화가협회’ 회원전이 벌써 10회를 맞았더라.

 

아직까지 명예회장으로 남아있는 고)김영택화백을 비롯하여

구본옥, 권창용, 김경희, 김나현, 김선옥, 김애선, 김욱성, 김중섭,

김현석, 박영정, 손상신, 신미화, 안승일, 안충기, 윤희철, 이승구,

이지승, 이호진, 임동은, 장병수, 정상용, 조명혜, 허진석씨가 참여한 회원전인데,

경인미술관 1관 1-2층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마치 흑백사진을 대하는 것 같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많은 필선들이 살아 움직이듯 저마다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동양의 먹물과 서양의 펜이 만나 순백의 화폭을 수놓고 있었다.

 

펜화는 다른 그림에 비해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섬세한 펜 자국들을 보자니 내 몸의 주리가 틀리는 것 같았다.

대단한 인내의 소산이었다.

 

사진 같은 정교함이야 노력 여하에 따라 이룰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감정이나 사유를 집어넣기는 유화에 비해 더 어려울 것 같았다.

 

대개의 출품작이 오랜 세월 그려져 온 풍경이나 고건축을 소재로 했다.

 

날씨나 세월의 궤적을 묘사한 박영정씨와 장병수씨 같은

작품 외는 너무 많이 본 펜화라 좀 식상해 보였다.

 

오히려 디자인적인 구성의 김중섭씨와 김현석씨 작품이 돋보였다.

 

기존의 관념을 깨고 작가적 감성을 드러낸 이지승씨 작품도 좋았다.

 

사람을 좋아해 그런지 몰라도 인물 눈동자 묘사로 감정을 드러낸

김경희씨 작품에 애착이 가고, 임동은씨 작품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임동은씨는 코로나 방역에 혼신을 쏟는 정본부장과 방역 요원의 얼굴들을 그렸는데,

사회적이고 시대적인 메시지가 어떤 멋이나 기교보다 가슴에 와 닿았다.

 

펜화의 정수보다 작가의 문제의식을 더 중시하는 개인적 편견인지 모르지만...

 

이 전시는 5월 4일까지라 이틀밖에 안 남아 서둘러야 한다.

 

전시장에서 나와 한동안 인사동을 돌아다녔는데,

아는 분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유목민’은 시간이 일러 문이 닫혔고,

돌아가신 강민 선생께서 자주 갔던 ‘포도나무집’은

문 닫은 지 오래되어 마치 폐가 같았다.

 

도처에 문 닫은 술집이나 가게들이 즐비했다.

코로나가 끝나 정상을 되찾으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전시 개막식에서 반가운 분들을 만나고 싶고,

함께 어울려 술도 한 잔 하고 싶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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