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이 잡상들이 난무한 남대문시장처럼 변해 버린 지도 꽤 오래되었다.

돈 따라 유행 따라 가는 물줄기를 되돌릴 수야 없겠지만,

종로구청이나 인사동전통보존회등 인사동을 지켜야 할

민관 조직들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

 

아니 대책이 없다는 것 보다 방관하며 조장한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여러 차례 대안도 제시해 보았으나 시도는 커녕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세월만 지나면 월급이 나오는 공무원들의 안이한 관행도 문제지만,

돈이 먼저인 장사꾼들의 잇속을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더 애석한 것은 많은 예술가들이 풍미해 왔던 인사동 풍류마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인사동 문화와 풍류가 좋아 수십 년에 걸쳐 인사동을 기록해 왔으나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인사동을 지켜보는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젠 예술가들이 즐겨 찾던 대폿집마저 젊은이들 술집으로 바뀌어 버렸다.

 

인사동을 찾던 예술가들의 발길마저 뜸해져, 인사동을 기록해야 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7년 전부터 병행해 온 동자동 쪽방이라도 제대로 기록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몇 달 전부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인사동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정영신씨의 혼자 가본 장항선 장터 길전시를 돕기 위해

보름 동안 인사동에 머물 기회가 생겼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란 오래된 영화제목처럼 다시 한번 살펴볼 기회가 된 것이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인사동은 더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

옷가게야 예전부터 많았지만 대형 모자점도 두 군데나 생겼고

새로운 악세서리 전문매장도 여러 곳 들어섰다.

 

다행인 것은 새로 생긴 갤러리도 보인다는 것은 한 가닥 희망이 아닐 수 없었다.

작품이 팔리는 상업 갤러리는 주로 강남이나 평창동에 있지만,

인사동은 대관 위주로 운영되는 전시장이 대부분이다.

무려 100여 개나 전시장이 몰린 인사동은 전시문화의 본산 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건물주가 직영하는 통인화랑, 선화랑 등은 초대전으로 끌어 가지만,

관훈미술관이나 동산방’ 등은 문 열 때보다 문 닫은 때가 더 많은 실정이다.

그 외의 갤러리는 현상 유지라도 하기 위해 대관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유명세 덜한 예술가들이 몰리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비싼 점포세를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난 전통문화 가게들은 되돌릴 수 없으나,

갤러리가 밀집한 인사동만의 장점을 활용하여 전시문화를 일으켜 세우면 어떨까?

 물 건너 간 인사동 전통문화를 되살려야 한다는 사람은 있으나

인사동 전시문화를 부흥시키자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더 한심한 것은 인사동에 100여 개에 가까운 화랑이 몰려 있으나

종로구청문화과는 물론 인사전통문화보존회 등 어느 한 곳도

 인사동에 갤러리가 몇 개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종로구청 담당자의 궁색한 답변으로는 2년 전 기준으로 146개라는데,

그것도 골동 매장인지 화랑인지 구체적인 구분도 없었다.

 

그리고 인사동 홍보관을 비롯하여 인사동에 안내소가 두 군데나 있지만,

어디에도 어느 전시장에서 무슨 전시가 열리는지 아는 사람도 없고, 안내할 사람도 없다.

인사동에 관광객이 그렇게 많이 몰려 오지만 전시를 소개할 사람조차 없으니,

전시 보러 오는 사람 없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인사동에서 보름 동안 전시장을 지켜보았으나, 대개 알고 찾아온 분이 대부분이고,

지나치는 관광객이 전시장을 찾은 경우는 드물었다.

 

그리고 전시 포스터를 붙이려고 돌아다녔으나, 포스터 붙이는 벽보판이 없었다.

그나마 유리창을 벽보판으로 내준 부산식당이 유일했다.

 

겨우 다섯 장 갖고 나온 포스터를 아는 술집이나 식당에 넉 장 붙이고,

한 장 남은 포스터를 공사장 가림 막에 붙여 놓았더니,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무참히 찢겨져 거리에 버려졌다.

 

늦었지만 인사동을 전시문화 중심지로 부흥시키는 일에 힘을 모아보자.

화랑 주인과 예술가들이 나서서 민관단체의 협력을 이끌어내면 가능하리라 본다. 

먼저 종로구청 문화과에 전시행정에 밝은 전문가 고용을 청원하자.

 

그리고 안내소마다 인사동에 열리는 전시목록을 비치하고,

미술평론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좋은 전시를 선별해 내도록 하자.

좋은 전시나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전시가 선정되면 집중적으로 홍보하자. 

 

 가로등마다 그날의 중요 전시를 알릴 수 있는 세로 광고 현수막을 내걸어,

홍보하는 일부터 한 번 힘을 쏟아 보자.

 

관광객들에게 인사동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 인사동이 살길이다.

 

사진, / 조문호

 

 

인사동 곳곳에 토목공사로 분주하다.

안국역에서 인사동 들어가는 초입의 ‘관훈동118-2’지번에 지하1층 지상6층의 상가 건물이 들어서고,

‘통인가게’ 옆과 인사동사거리 선화랑 맞은편 ‘인사동178-2’ 지번에도 같은 층수의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오는 9월 완공을 앞둔 인사동사거리의 ‘갤러리 밈’은 전관을 갤러리로 운영한다고 한다.

신진작가 공모전, 큐레이트 전시기획 공모전, 현대공예 공모전 등 갤러리 자체 공모전을 준비하며

1,2부로 나누어진 개관전 또한 미술인들의 관심을 모우고 있다.

9개층의 대형 전시장으로 이루어진 ‘아라아트’와 H갤러리에 이어 갤러리 전용 건물들이 계속 생기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지만, 불황으로 전시할 작가들이 줄어들어 어려움은 없을지 걱정스럽다.

특히 비수기인 여름에는 기존 갤러리들도 텅텅 비어 있다,

자체 기획전들을 이어가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해 운영자의 재력도 따라 주어야 한다.

아무튼 인사동이 관광객들만 판치는 잡화점 거리에서 벗어나,

강남과 평창동을 재치는 미술거래의 본산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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