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말도 않고

양정욱展 / YANGJUNGUK / 梁廷旭 / sculpture.drawing

 

2022_0924 ▶ 2022_1021 / 월,화요일 휴관

 

양정욱_서서 일하는 사람들 #22_부분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월,화요일 휴관

갤러리 소소

GALLERY SOSO

서울 중구 청계천로 172-1

더 소소 The SoSo 4층

Tel. +82.(0)31.949.8154

www.gallerysoso.com

말없이, 정성껏 ● 서서 일하는 사람. 이 사람은 앉을 수 없다. 앉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는 성실하게 주위를 돌아보고 끊임없이 좌우를 확인하며 규칙적으로 종을 울린다. 높다란 망루의 빛은 바쁜 마음처럼 꺼지지 않고, 어깨 아래에 사방으로 뻗은 팔들은 접혔다 펴졌다 하며 시종일관 움직인다. 몸통에는 열심히 돌아가는 태엽과 끈들과 곳곳에 놓인 기물들이 엮이며 서로를 독려한다. 말이 없는 이 사람은 이렇게 착실하게 주변을 살피고 있다.

 

양정욱_서서 일하는 사람들 #22_부분
양정욱_서서 일하는 사람들 #22_부분

삶의 구석구석을 바라보며 상상을 이어가고 이를 작품으로 풀어내는 작가 양정욱은 이야기꾼이다. 그는 자신의 머리 속에서 끝없이 나오는 이야기들을 빠르게 그린 드로잉으로, 움직이는 조각들로, 자신의 음성으로, 글로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수필의 한 구절 같은 제목을 가진 그의 전시들은 작품들 사이를 떠도는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저 조각처럼 말없이 정성껏 작업한 작품들을 들고 나왔다. 아무 말 하지 않는 그의 이번 전시를 채우는 것은 무엇일까?

 

양정욱_아무런 말도 않고展_갤러리 소소_더 소소_2022

아무런 말도 않는 이번 전시에서 침묵의 행간을 채우는 것은 작가의 새로운 드로잉들이다. 움직이는 조각, 「서서 일하는 사람들」의 아늑한 빛을 받으며 벽에 걸린 「기억하려는 사람의 그림」연작은 조용히 침잠하고 있다. 그가 평소 빠르게 그려내던 다양한 형태들은 합판을 덮은 건물용 외벽재에 시간을 들여 새겨졌다. 외벽재 특유의 거친 표면을 철솔과 목탄 등으로 여러 번 긁고 손으로 문질러 완성한 드로잉들은 다음 이야기를 향해 빠르게 달려나가는 듯했던 이전의 드로잉과는 다르게 작품 하나하나의 속을 깊이 보여준다. 긁어낸 힘과 횟수, 도구의 종류를 달리하며 미세하게 음양이 표현된 드로잉들은 작가가 작업한 시간만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을 들여 천천히 보게 만든다.

 

양정욱_기억하려는 사람의 그림 #5_나무, 건물 외벽재에 스크래치, 목탄_125×125cm_2022
양정욱_기억하려는 사람의 그림 #10_나무, 건물 외벽재에 스크래치, 목탄_125×125cm_2022

이처럼 드로잉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있을 때, 작가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저 저 멀리 바쁘게 움직이는 조각이 사방을 부지런히 밝히고, 아슬아슬한 좌대 위에서 두 팔로 균형을 잡고 있는 작은 덩어리 조각들이 공간을 채울 뿐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들 사이에는 그들의 관계가 만드는 어떤 이야기가 공기처럼 흐른다. 시간을 들여 정성껏 채워진 하나하나의 작품들은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의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렇게 말이 없는 작품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며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양정욱- 우리는 그 대각선에 대해 설명했다 #s2_합성수지, 목재_47×17.5×18cm_2022

양정욱 작가는 언제나 그런 이야기를 해왔다. 사람들의 이야기. 한 사람이 어느 순간을 살아가는 이야기. 그 순간에 일어나는 모든 사소한 일과 그 사람이 느끼는 모든 감정과 각각의 사람들이 만나 펼쳐지는 그런 이야기. 그가 들려줬던 이야기는 나름의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그는 항상 정성을 다해 그것을 보여줬다. 그러다 문득 말이 없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삶의 이야기들이 아늑한 빛처럼 가슴에 잔잔히 스며드는 작품을 만들었다. 때로 그 어떤 말보다 힘이 되는 것이 있다. 따뜻한 눈빛, 작은 행동, 함께 하는 짧은 시간. 이번에 양정욱 작가가 '아무런 말도 않고' 바쁘게 움직이며 준비한 이번 전시에는 조용히 곁을 지키는 다정한 마음이 흐르고 있다. ■ 전희정

 

양정욱_아무런 말도 않고展_갤러리 소소_더 소소_2022

Silently and Caringly ● Standing Worker. This person cannot sit here. He can't afford to sit down because of his busy mind. He looks around sincerely, checks left and right constantly, and rings the bell regularly. The light of the high watchtower does not go out like what the busy mind would hope for, and the arms extending in all directions under the shoulders are folded and stretched, moving all the time. The body is woven with hard-working mainspring, straps, and objects placed everywhere to encourage each other. This silent person is looking around steadily like this. ● Artist Yang, Jung Uk continuously imagining by looking at every corner of people's lives and coming up with artworks is a genuine storyteller. He has told people in quick drawing, moving sculptures, his own voice, and writing stories that endlessly came out of his head. His exhibitions, which have the same title as a passage from an essay, have made the audience listen to his stories wandering among the works. This time, he came out with works he created with care like the diligently moving sculpture. What is it that fills his silent exhibition?

 

양정욱_서서 일하는 사람들 #22_나무, 모터, 전구, 실, 복합재료_250×180×180cm_2022

In this silent exhibition, it is his's new drawings that fill in the lines of silence. Doodles of someone who recorded their memories series hung on the wall in the cozy light of Standing Workers, a moving sculpture is quietly silent. Various forms that he usually draws quickly were engraved on the exterior wall material for buildings that covered plywood. The drawings, which have been completed by scratching the rough surface unique to the exterior wall several times with iron brushes and charcoal, show the inside of each work in depth, unlike his previous drawings, which seemed to run fast toward the next story. Drawings, which vary in strength of scratching, number of scratching times, and type of tools and where light and shade are finely expressed, provoke the audience to take the time to gaze at them taking as much as the artist worked on them. ● As such, when the drawings are holding the flying time, he does not talk about anything. It's just that the busy moving pieces in the distance diligently light up all over the place, and the small lumps balancing their arms on the narrow pedestal fill up the space. Nevertheless, there is a certain story that their relationship creates between these works like air. Each piece of work that has been carefully filled over time tells each other their own story, and my story flows out while listening to their story. As such, the time of the silent works slowly flows and creates a story that nobody has told. ● Artist Yang, Jung Uk has always told such stories about people, how a person lives through a certain moment, all the banalities and emotions felt in that moment, and the stories that unfold as people of different emotions get together. The stories he has told were the those of people who lived their best and he always showed it with all his heart. Then suddenly, even if there was no word, and even if he did not say anything, he created artworks that the stories of their lives permeate into people's heart like a cozy light. Sometimes there are more empowering drivers than any other words – caring eyes, small acts of love, and quality time spent together albeit short. In this exhibition with works of Yang, Jung Uk, he moves busily "without saying anything" flows a friendly heart that quietly stands by him ■ Chun Heejung

Vol.20220924b | 양정욱展 / YANGJUNGUK / 梁廷旭 / sculpture.drawing

 

그 집

松巖 탄신 100주년 기념展 

2017_0513 ▶ 2017_0701 / 일,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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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토크2017_0531_수요일_07:00pm2017_0628_수요일_07:00pm


참여작가

석지 채용신_우청 황성하_박경종_박종호

양정욱_유근택_이우성_이현호_임택

은희_정재호_한상익_허수영_홍정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수요일_10:00am~09:00pm / 일,월요일 휴관


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수송동 46-15번지)

Tel. +82.(0)2.734.0440

www.ocimuseum.org



그 집: 미술관의 된 집 ● 서울 종로의 한복판, 호젓한 옛 골목에 단정한 미술관이 한 채 들어서 있다. 바로 OCI미술관이다. 주변에는 하루가 다르게 마천루가 치솟으며 세상은 이리 바뀌어가는 것이라고 채근하여도, 그래도 세상의 어떤 것은 여전히 가치 있지 않으냐고 되묻듯 빨간 벽돌과 뽀얀 대리석으로 튼튼하게 쌓아 올린 건물이다. 외벽에는 큼직하게 '松巖會館(송암회관)'이라 적혀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데, 여기는 과거 송암 이회림(松巖 李會林, 1917~2007) 선생이 자신의 사저 터를 미술관으로 내어준 곳이다. ● 개성 출신의 송암이 이 자리에 둥지를 튼 것은 동란이 막 끝나 부산 피난길에서 올라왔던 1954년이었다. 이 터를 유난히 아껴 오래된 양옥집에서 직접 살다가, 다시 5층짜리 송암문화재단 건물로 증축과 개축을 거듭하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이 건물을 지을 때는 송암이 손수 나무를 가꾸고, 벽돌을 쌓는 조적공(組積工)까지 직접 데려왔다고 하니 그 정성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된다. 매일 서류를 검토하고, 서예를 연마하던 여기에 그는 1989년 전시장을 만들었다. 자신이 모아온 소장품을 혼자 보는 게 아까워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처음에는 '송암미술관'의 이름으로 한학(漢學) 사료와 문인화(文人畫)를, 그리고 고향 땅을 그리며 모아온 북한 유화를 전시하여 연구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0년, 이곳은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OCI미술관'으로 다시 한번 탈바꿈을 하였다


그 집展_OCI 미술관 1층_2017 (Photo ⓒ 박성훈)


한때 송암의 '집'이었던 OCI미술관은 이제 한국 현대미술의 보금자리가 되어 가고 있다. 경쟁과 시장 원리로 각박한 미술계에서 작가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고, 언제라도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OCI미술관의 활발한 움직임 중에서도 특히 손꼽히는 것은 'OCI Young Creatives'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해마다 만 35세 이하의 신진 작가를 선발하여 창작지원금 1천만 원을 수여하고 개인전을 열어, 젊은 작가들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공모 때마다 5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고, 개관 이후 벌써 55명의 작가가 배출되었다. 또한, 작업 공간이 없는 작가들을 위하여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다. 인천 남구 학익동 소재의 사무동 건물 일부를 작업실로 개조한 것으로 매해 8명의 작가에게 '방'을 내어주고 있다. 그뿐이랴, 한 번 이렇게 작가들과 인연을 맺으면 그 정(情)이 행여라도 옅어질까, 작가들을 우리 "OCI 아들", "OCI 딸"이라고 부르며 알뜰살뜰 챙긴다. 수시로 안부를 묻는 건 물론, 격년제 지방 순회 전시인 『別★同行(별별동행)』을 기획해 전국에 알리기도 하고, 해외 교류 프로그램으로 국제무대에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작가들도 미술관을 제집처럼 불쑥 드나들고, 또 그렇게 스스럼없이 찾아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니 정말 '집'이 되어 가고 있다.


그 집展_OCI 미술관 2층_2017 (Photo ⓒ 박성훈)


송암 탄신 10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특별전 『그 집』은 이렇게 미술관이 된 집에서, 미술품으로 지어보는 상상의 집이다. 송암이라는 한 사람이 뿌린 씨앗이 이처럼 무럭무럭 자랐다는, 그리고 지금은 그 집에서 미술 작품이 어엿이 주인공이 되어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보고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OCI미술관이 처음으로 그 집의 '곳간 보물'인 소장품을 내어 보인다. 송암이 모아왔던 고미술품과 북한 유화, 그리고 최근 수집한 현대미술품 중 14점을 엄선하였다. 더불어 OCI Young Creatives와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를 거쳐간, '그 집에 세 들었던' 작가 중 여덟 명의 최근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 전시의 구성은 건물의 1, 2, 3층의 계단을 오르며 바깥에서 점차 집안 깊숙이 들어와, 거기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살림살이를 구경하고, 또 누군가의 방을 살펴볼 수 있는 순서로 꾸며보았다. 1층에서는 집 안으로 들여온 바깥세상, 즉 풍경화로 이루어졌다. 우청 황성하의 10폭 산수화를 중심으로 박종호, 유근택, 이현호, 임택, 허수영이 바라보는 하늘, 숲과 산, 호수의 풍광을 담았다. 또한 OCI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500여 점의 북한 유화 중 한상익이 그린 금강산 풍경 「삼선암에서」를 출품하였다.


그 집展_OCI 미술관 2층_2017 (Photo ⓒ 박성훈)


2층에서는 전은희와 정재호가 그린 오래된 집으로 거리를 만들고, 양정욱의 「어느 가게를 위한 간판」을 세워 보았다. 거기에 석지 채용신의 「팔도미인도」와 이우성의 'outdoor painting'으로 사람이 북적이게 하였다. 또, 그 집의 물건도 꺼내보았다. 책가도와 도자를, 여기에 홍정욱이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탁자와 작품을 함께 배치하여 세간을 갖추었다. ● 3층은 박경종의 '시공간 나그네'가 우연히 들러 모험을 펼치는 곳이다. 여기에서는 과거 송암이 사용하던 붓, 지팡이, 골프채 등과 현대의 일상용품이 작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뒤섞여 흥미로운 시공간을 빚어낸다.


 

그 집展_OCI 미술관 3층_2017 (Photo ⓒ 박성훈)


『그 집』은 벽돌 쌓듯 차곡차곡 모아온 시간과 정성, 그리고 인연으로 만들어낸 집이다. 별난 사람, 별난 사건이 넘쳐나는 미술계에서도 고미술품과 현대미술품이 함께 전시되는 경우는 드문데, 이번 전시에서는 과감하게 시대의 경계를 짓지 않았다. 미술품이 주는 즐거움과 상상의 기쁨은 시간에 국한될 수 없기에, 게다가 대(代)를 이어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송암이 내어준 '집'이기에, 형제자매가 많은 대가족처럼 작품 이미지들이 저마다 마주치며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자 하였다. 잔칫날처럼 흥겹기를 바라며, 이번 전시는 OCI미술관이 관람객에게 보내는 '그 집으로의 초대'이다. ■ 김소라

 


   Vol.20170513c | 그 집-松巖 탄신 100주년 기념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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