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전 녹번동에서 뜻밖의 술자리가 만들어졌다.

오래 전, 정동지의 ‘어머니의 땅’ 전시 때, 김남선씨가 준 선물을 찾아 낸 것이다.
‘수정방’이라는 중국술인데, 50도가 넘는 독주였다.

둘다 몸이 아파 마시면 안 되지만 '죽어도 고'를 외쳤다.
좋아하는 음악 들어가며 재미있게 보낸 분위기 탓일 수도 있겠으나
너무 행복해 눈물을 흘리게 한 것이다.
쪽 팔려 평생을 말 못한 '사랑한다'는 말까지 하며...

그 날밤에 찍힌 사진을 보니, 아무래도 간이 배 밖에 나온 것 같다.
집에서 안되는 담배까지 피우고 있었다.

기어아 술병 바닥을 보고서야 쓰러졌는데,
취하여 기분좋게 죽자고 명세에 명세를 했건만, 그만 잠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너무 가뿐했다.
그 정도 마셨으면 속이라도 쓰릴 텐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처음 맛본 '수정방', 정말 쥑이더라.
"고맙게 잘 마셨어요. 남선씨!"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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