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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가 조문호 / 사진이야기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직도 이른바 다큐멘터리 작업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크고 작은 잡지들 기자로 일하면서 저널리즘 사진은 많이 찍어봤지만 아무래도 다큐멘터리 사진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래서 작가에게 궁금한 질문을 많이 해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나섰던 인터뷰여서 그런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긴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전화 목소리가 너무 젊으셔서 오늘 선생님 찾느라 좀 헤맸습니다. 이렇게 직접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저도 사진을 공부하고 있는 중인데요, 제가 평소 접근하는 시선과는 사뭇 달라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조심스럽습니다. 선생님 젊으셨을 적 이야기부터 좀 들려 주세요.
- 저는 원래 국문학을 전공했어요. 대학을 중퇴하고 나서 음악에 빠져서 음악주점을 했었는데, 저희 가게에 최민식 선생님이 단골이셨어요. 하루는 ‘휴먼’ 사진집을 건네주고 가셨는데, 글은 자기 감정도 들어가고 부풀려서 거짓말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사진은 백 마디 말이 필요 없는 거예요. 그리고서 사진을 시작하게 됐는데 주인이 가게에는 안 붙어 있고, 종업원들이 맘대로 하다 보니까 얼마 안 가서 살림살이가 거덜나고 말았지요. 정선에 작업하러 들어온 지는 6년밖에 안 됐어요.
지난주 전시 오프닝에 왔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던데요. 선생님 팬들이 많은 것 같아요. 막상 저도 전시회를 해보니까 전시회보다 전시장에 오는 손님들 챙기는 일이 더 어렵고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정선 들어가시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는가요?
- 부산에서 주점 그만두고 서울에 올라와서 「월간사진」 편집장으로 한 2년 있었고, 사진협회 회보 만드는 데에 2년 정도 있다가 ‘87 민주항쟁‘ 전시하면서 뜻이 안 맞아서 그만뒀어요. 그리고 삼성포토클럽 편집장으로 4년 정도 있었고요. 아무래도 이런 곳에 있으면 사진하는 사람들 많이 알게 되지요. 환경사진가회 일도 지난달에 그만두고 다른 분을 추천해 드렸어요. 별로 도움을 준 것도 없는데 인복이 있어서 그런지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번에는 은염이 이니라 디지털 프린트로 만드셨던 데….
- 인화지는 종류가 한정되어 있어서 비슷비슷한 느낌이 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드럼 스캔 받아서 판화지에 프린트를 해봤는데 따뜻한 느낌이 나서 괜찮더라고요. 사실은 꼭 써보고 싶은 종이가 있었는데, 내가 프린트하려는 참에 딱 떨어져버려서 아쉽기는 했지만….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동강주민, 두메산골 사람들, 민주항쟁, 588번지 등 대상은 바뀌고 있지만 지금까지 일관되게 ‘인간’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전시회를 하셨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으시다면요?
-「전농동 588번지」사진이에요. 그 때 사진을 하면서 그 곳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을 하다시피 하면서 작업을 했어요. 당연히 집에도 못 들어가고, 말도 못하지. 마누라가 교편을 잡고 있어요. 그래도 사진을 하면서 만난 사람이라 다 이해를 해줘서 참 고맙더라고….
다큐멘터리의 중심은 인본주의
작년 한 해는 평론가들 사이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논쟁이 많았었는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다큐멘터리 사진이란 무엇인가요?
- 학문에서도 무엇이 절대적으로 그렇다는 단정적인 정의가 있나요? 시대가 바뀌면서 언어에 대한 의미도 변화하는 것이 순리겠죠. 아날로그나 디지털의 의미도 변화되고 하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다큐멘터리의 중심은 인본주의예요. 사진 찍으러 가서 인간적으로 공감대가 없으면 작업하기도 힘들고 좋은 사진을 얻기도 힘들어요. 낯선 사람이 처음 카메라를 메고 가면 거부감이 들고 하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돌아다니면서 낮에는 그 분들 일도 함께 거들고 저녁에는 막걸리도 마시면서 사람들과 친해져요. 그런 다음에 촬영을 하지요.
살아오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딪힐 때가 가장 힘들지요. 술을 마실 때는 돈이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이지만, 집에 누가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겨 해결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면 난감해요. 제 아들도 사진을 전공했는데 막상 사진 전공하고 나와 보니까 취직이 안 되어서 힘들죠. 처음에는 강남에 있는 패션 스튜디오에서 1년 정도 일하다가 워낙 박봉에 힘들어서 그만두고, 지금은 포항에 내려가 의료기기 수입하는 회사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어요. 요즘엔 자기 벌이가 없으면 장가도 못 가잖아요.
사진이 실용적인 측면이 많아서 그런지, 사진을 한다고 하면 저에게도 가까운 사람들이 이런저런 부탁을 해오는데 거절하기가 곤란했던 적이 많아요.
- 일은 일이니까요. 그 대신 확실히 대가를 요구합니다. 프로필이나 작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찍어주고 제값을 받아요. 사진을 찍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공짜로 해주면 대충대충 하게 되잖아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그런 게 아닌가요? 상대방이 내 대접을 해주면 나도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서 찍어줄 수 있으니까. 나의 일에 대한 대가를 받은 만큼 책임을 지고 할 수 있으니 서로를 위해서라도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요즘 작가들이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참 많아졌습니다. 공모전이나 지원금, 수상제도, 입주작가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서 작업, 전시할 수도 있고요. 저도 얼마 전 공모전에 당선되어서 두 번째 개인전을 했는데요, 작가에게 있어서 전시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 이번 작업도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서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었는데. 2002년에 강원다큐멘터리 상을 받으면서 작업에 진척을 보였어요. 전시장도 덕원 갤러리 초대전으로 대관료 없이 했고, 마침 문예진흥기금도 받아서 프린트하고 액자도 하고 했지. 사진은 사진이면 그만인데 연지 찍고 곤지 찍고 너무 포장을 근사하게 해서 부담스럽기도 해요.
진정한 다큐멘터리는 삶, 그 자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하나 고르신다면 무엇인가요?
- 그야 ‘사랑‘이지요…. 좁게 보면 이웃에 대한 관심과 넓게 보면 인간에 대한 박애주의랄까. 가장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인 존재가 인간이잖아요. 아름답다는 게 어찌 보면 참 허무맹랑한 것 같아요. 마누라가 일산에 사는데 서로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몰라요. 그게 어디 사람 사는 곳입니까? 아무리 힘들게 살아도 정이 있는 곳이 정말 사람답게 사는 곳이 아닌가요?
선생님께서는 가장 큰 즐거움이 무엇인가요?
-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노는 시간이 제일 좋아요. 정말 프로들은 일과 노는 것은 구분해서 잘 하거든요.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해요. 사진 찍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의 교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사동에 친구들과 자주 가는 조그마한 단골집이 있었는데 그 집이 한 번 방송을 타더니 요즘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너무 많이 와요. 아무래도 단골집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인생을 다시 한 번 사신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으세요?
- 지금도 사실 조금만 젊었으면 절에 들어가서 중이 되고 싶어요. 쉰 넘으면 요즘 절에서 안 받아 준다고 해서 못 가고 있지만….(웃음)
사진하는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을….
- 예전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라고 했어요. 이게 경제적인 여건과도 맞아떨어지면 금상첨화인데, 요즘은 그렇게 말을 못하겠어요. 다들 살아야 하고 어차피 사진은 해야 되니까. 대신 즐기면서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진이 대중화될수록 자기 철학이 필요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확실해야 해요.
다른 전시회는 가끔씩 보러 다니세요? 최근에 본 전시 중에서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 인사동에는 친구들이 많아서 이 동네에서 전시회가 있으면 많이 보러 가는데, 강남이나 그런 쪽은 찾아가기가 힘들어서 자주 못 가봤어요. 개인적으로 이갑철 씨 사진 좋아합니다. 얼마 전에 가나아트포럼에서 했던 김영수 씨 사진도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어요.
오늘이 전시 마지막 날인데 전시 끝내고 앞으로의 계획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 작업을 하나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인데, 고민을 하고 있어요.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데…. 이런 게 유행이다, 잘 팔린다고 하면 이것저것 찍어보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실천에 옮기지 않을 뿐이지. 아마 2년 정도 이 작업을 계속할 것 같아요.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덕원 갤러리 근처 어느 전통찻집에 자리를 잡고, 선생님은 매운 계피차를, 나는 단맛의 이슬 차를 주문했다. 서로를 잘 모르는 탓으로 오히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어려운 형편을 말씀해주시면서 “그 때 사진을 시작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어렵게 살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잠깐 흘리셨던 한마디가 인터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 날 선생님께서 낡은 지갑을 털어 사주셨던 차 한잔의 무게가 마치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하게 느껴졌다.
● 글/사진 권연정 (사진가, 포테이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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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 2007. 2. 9 /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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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호씨 사진전 `인사동 그 기억의 풍경' 20일까지
정선군 귤암리 동강변에 정착해 7년째 살며 지역민들의 삶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조문호(60)씨가 `인사동 그 기억의 풍경' 전시회를 열고 있다. 1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화랑에서 개막된 이번 전시회는 정선 이주전 살았던 서울 인사동의 옛 추억과 인간미 물씬한 풍류를 더듬어 낸 이벤트. `정경을 되살리자'는 메시지를 담은 전시회다. 예전 인사동을 누비며 조씨가 포착한 시인, 소설가, 화가, 사진가, 행위예술가의 모습과 인사동에서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의 초상사진 등 80여점이 전시된다. 무세중(행위예술가), 김언경(설치미술가), 이청운 수안스님(화가), 신명덕(장승 조각가), 전유성(방송인), 장사익(가수), 이계익(전 교통부 장관), 고 천상병 시인, 중광스님, 김신용 신경림(시인), 박인식(소설가), 이미례(영화감독)씨 등의 모습이다. 사진의 배경은 음식점 찻집 골목 등 인사동 공간이다.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공간이지만 이번 전시회 사진에 등장하는 모델(문화예술인)들에게는 특별한 장소다. 조씨가 각각 자신이 기억하는 추억의 장소 앞에서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인사동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도 모델이 됐다. 장재창 인사동보존회장, 김완규 통인가게 대표, 공창호 공화랑 대표, 임영주 가람미술문화원장, 김영복 문우서림 대표, 천호선 쌈지대표 등이 그들. 고(故) 천상병 시인의 아내 목순옥씨는 카페 '귀천' 앞에서 단정한 자세를 취했고, 문학평론가 구중서씨는 우산을 들고 어느 레스토랑 앞 의자에 앉아 있다. 조씨는 “인사동은 함께 나누는 술잔과 따뜻한 이야기 속에서 정신적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언제나 고향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던 곳이었다고 회고하고 “문화예술인들이 즐겨찾아 풍류가 흐르던 인사동이 너무 많이 변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전시회를 마련해 인사동의 풍류를 조명하는 이유다. 설연휴 첫날인 17일 오후5시에는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행위예술가 무세중, 이혁발씨가 참여하는 `인사동 정체성을 위한 퍼포먼스'가 열리며 전시기간(20일까지)에는 조씨가 관람객의 사진을 찍어준다. 문의 (02)735-9938. 용호선기자·yonghs@kw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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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사동에는 과거보다 문화를 향유하려는 사람들이 줄고 잡상인들이 많아졌어요. 건물이 현대식으로 바뀌는 거야 어쩔수 없죠. 하지만 사라져 간 인사동의 옛 풍정은 아쉽습니다. 이번 작업은 인사동의 풍류를 조명하는 것이죠."
서울의 전농동 성매매 집결지, 강원도 동강 등을 다니며 다큐멘터리 사진을 촬영해온 조문호(60)씨가 이번에는 인사동 사람들을 찍었다.
14일부터 인사동 공화랑에서 열리는 '인사동 그 기억의 풍경'전에는 조씨가 포착한 시인, 소설가, 화가, 사진가, 행위예술가의 모습뿐 아니라 인사동에서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의 초상사진 등 80여점이 전시된다.
배경은 모두 인사동의 어느 공간이다. 음식점, 찻집, 골목….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공간이지만 모델들에게는 특별한 장소다. 조씨가 각각 자신이 기억하는 추억의 장소 앞에서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고(故) 천상병 시인의 아내 목순옥씨는 카페 '귀천' 앞에서 단정한 자세로 카메라를 응시했고 문학평론가 구중서씨는 우산을 들고 어느 레스토랑 앞 의자에 앉았다.
전시 사진 중에는 인사동을 근거지로 삼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장재창 인사동보존회장, 김완규 통인가게 대표, 공창호 공화랑 대표, 임영주 가람미술문화원장, 김영복 문우서림 대표, 천호선 쌈지대표 등이 그들이다.
무세중(행위예술가), 김언경(설치미술가), 이청운 수안스님(화가), 신명덕(장승 조각가), 전유성(방송인), 장사익(가수), 이계익(전 교통부 장관), 고 천상병 시인, 중광스님, 김신용. 신경림(시인), 박인식(소설가), 이미례(영화감독)씨 등의 모습도 들어있다.
인사동의 향기가 점점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그동안 만나왔던 풍류객들을 찾아 나서 사진을 찍었다는 조씨는 "인사동을 사랑하는 토박이들과 제 집처럼 드나드는 문화예술인들의 기억을 통해 인사동의 풍류를 조명하고 그 정체성 모색을 위한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사진잡지사에 자리를 잡고 박봉에 허덕이던 조씨에게 인사동은 함께 나누는 술잔과 따뜻한 이야기 속에서 정신적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언제나 고향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던 곳이었다.
조씨는 "모델로 서 준 사람들은 현재의 인사동의 변화를 아쉬워하면서 옛날 그 모습으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었다"며 "언제나 인사동 거리를 지키며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록하는 거리의 사진사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14일과 17일 오후 5시에는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행위예술가 무세중, 이혁발씨가 참여하는 '인사동 정체성을 위한 퍼포먼스'가 열린다. 전시 기간에는 조씨가 관람객의 사진을 찍어준다.
20일까지. ☎02-735-9938.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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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한장면] 인사동 빛깔 남아있나요?
<인사동 이야기- 빛깔 있는 사람들>
조문호 사진/눈빛·2만원
인사동에서 길을 잃다
김여옥
밤인지/ 낮인지/ 분간이 없다
성인지/ 속인지/ 구별이 없다
봄바람에/ 낭창낭창한/ 이 무기(無己)의/ 거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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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 인사동 이야기(조문호 사진집/눈빛) = 인사동에 얽힌 추억과 풍류를 흑백사진 150여점에 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다.
작가 조씨는 한국사진굿당 대표로 인사동 문화지도가 상업적으로 변해가는 게 아쉬워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우리 문화를 지키자”고 말한다. 조씨는 관련 사진전을 5월4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북스에서 연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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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이야기 = 사진작가 조문호 씨가 인사동에 얽힌 추억들을 150여 장의 흑백 사진과 글로 담아낸 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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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으로 무너지는 삼색세상-인사동' 퍼포먼스, 퍼포먼스 선보이는 전위예술가 무나미씨![]()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퍼포먼스 【서울=뉴시스】 14일 오후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사진작가 조문호(60)씨의 '인사동, 그 기억의 풍경'전이 열린 가운데 전위예술가 무세중씨가 '흑백으로 무너지는 삼색세상-인사동'을 주제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조문호 작가의 '인사동, 그 기억의 풍경'은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공화랑과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다. 박정호기자 pjh2035@newsis.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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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다가오는 인사동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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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봄날은 간다'를 잘 부르는 이가 있다. 평상시보다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멋드러지게 그 노래를 뽑는다. 그의 노래는 긴장했던 마음을 풀리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는 사진작가 조문호다.
사진작가 조문호(59)는 거리의 사진사로 통한다. 적어도 2006년 한해는 그렇게 살았다. 변해가는 인사동이 안타까워 인사동의 풍경과 인물을 담기 시작했다. 그가 그동안 작업한 것들을 인사동 공화랑과 갤러리 라메르에서 14일부터 전시한다.
그의 카메라에 담긴 인물은 총 110명. 모두 인사동을 거점으로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그 중에서 97점. 전시 공간이 부족한 이유다. 작품은 한지로 프린팅 해 제작했다.
풍류의 거리에서 만나는 풍류객들, 그들의 삶이 궁금하다
인사동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풍류의 거리이다. 세월 따라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인사동만큼 살아있는 문화와 예술을 간직한 곳도 없다. 인사동 큰 거리의 납작 지붕은 시류에 밀려 철거된지 오래지만 골목으로 들어가면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 또한 인사동이다.
골목만 따라 걸어도 하루 걸음이 모자라는 인사동은 아무 때 어느 곳이나 들어가면 반가운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찻잔보다는 술잔부터 권하는 이들을 사람들은 인사동의 풍류객들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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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예술가 이혁발
설치미술가 김언경 |
인사동거리의 악사 함태근 |
[오마이뉴스 / 강기희 기자]
덧붙이는 글전시제목 : 인사동 그 기억의 풍경전시기간 : 07년 2월14일 ~2월20일전시장소 : 인사동 공화랑문의 : ☎ 02-735-9938- ⓒ 2007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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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사람들, 조문호의 카메라에 갇히다
[오마이뉴스 / 강기희기자]
지난해 연말 인사동에서 조문호를 만났다. 2007년을 꼭 사흘 앞 둔 날이었다. 몹시 추웠고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이었다. 해장국 생각이 간절한 그 날 나는 인사동 골목에 있었다.
사진작가 조문호는 나를 데리고 골목을 이리저리 돌다 인적이 드문 곳에 나를 세웠다. 연인이라면 입맞춤을 하기에 적당했고, 취한척 오줌발을 세워도 미안하지 않을 장소였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인사동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지금까지 작업한 이가 100여명 된다고 한다. 모델로서는 내가 거의 마지막인 셈이었다. 지금까지 조문호의 사진 속에 가두어진 인물은 이름만 대면 다들 알만한 이들이다.
신경림 시인을 비롯해 김용태 민예총 이사장, 황명걸 시인, 민영 시인, 구중서 문학평론가, 설치미술가인 김언경, 행위예술가 이혁발, 사동면옥 아주머니, 웰빙카페 '시인'을 운영하는 김여옥 시인, 김명성 문화기획가, 그리고 소설가인 나 강기희까지.
인사동에서 자주 만나는 이들 모두가 망라된 작업이다. 인사동에서 마주치는 이들 대부분이 포함된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맞다. 분야도 다양하다. 문학을 비롯해 미술, 음악, 연극, 무용, 연극 등 모든 예술 장르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들 오래된 인연들이다. 조문호에게 있는 파일만 열어도 인사동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그 동안 작업한 사진은 곧 책으로 만들어진다. 사진은 2월 14일부터 인사동 공화랑에서 전시도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인사동, 그 기억의 풍경"으로 진행된다
그날 조문호는 나를 찍고 나는 그를 찍었다. 나를 찍는 조문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일은 모델인 자의 예의에서 벗어난다. 그럼에도 나는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나를 찍는 조문호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담배 하나 붙여 물지예?"
사진작가는 모델을 맘대로 움직이는 힘이 있다. 날이 춥다. 작가의 말을 듣는 게 서로에게 좋은 날이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카페 <뽈> 여직원구함'이란 광고를 본다. 선급도 준다고 적혀있다. 얼마나 줄까, 생각하는 사이에도 작가의 카메라는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1년 동안 고생한 카메라, 스스로 몸을 던지고
너무 추운 날씨 탓이었을까. 삼각대에 올려져있던 카메라가 바닥으로 낙하를 감행한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모델인 나도 조문호도 놀란 눈으로 마주볼 뿐이다.
"사진 그만 찍으라는 가비네예."
바닥을 뒹군 카메라는 고장났다. 조문호가 이러저리 돌려보더니 멎쩍게 웃는다. 그 표정이 맑다. 조문호표 웃음은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그의 웃음은 그를 좋아하게 하는 이유에 포함된다.
영하의 날씨 인사동의 골목은 정물처럼 고요하다. 골목에 사는 한 아주머니가 무슨 일을 하나 싶어 철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여자의 얼굴은 겨우 오른쪽 눈 하나만 밖으로 나왔다. 여자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지 오른쪽 눈을 급히 거두어들인다.
여자의 오른쪽 눈이 벽으로 갇히는 사이 조문호의 카메라가 가방에 들어가고 모델의 시린 손도 주머니로 들어간다.
"사진이고 뭐고 추운데 술이나 먹으러 갑시더!"
진작 그러셔야지. 그래야 인사동 사람들이라 할 수 있지. 골목에서 나와 아무데나 들어갔다. 그곳에서 아는 얼굴을 만난다. 잔을 청하니 술이 따러진다. 네 사람이 시작한 술 자리는 곧 십여 명으로 늘어난다. 그렇게 인사동의 밤이 깊어간다. 조문호가 노래를 뽑는다.
"연분홍 치이마가 봄 바람에 흩날리더라 ~"
인사동의 사랑 노래는 곧 다가 올 봄을 부른다. 겨드랑이 밑에 숨겨져 있던 봄이 조문호의 노래를 따라 부르다 술잔을 받아마시고 길을 떠난다.
▲ 인사동 골목 풍경, 골목에 있는 사동면옥에서 해장술을 먹다.ⓒ2007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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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가 조문호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직도 이른바 다큐멘터리 작업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크고 작은 잡지들 기자로 일하면서 저널리즘 사진은 많이 찍어봤지만 아무래도 다큐멘터리 사진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래서 작가에게 궁금한 질문을 많이 해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나섰던 인터뷰여서 그런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긴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전화 목소리가 너무 젊으셔서 오늘 선생님 찾느라 좀 헤맸습니다. 이렇게 직접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저도 사진을 공부하고 있는 중인데요, 제가 평소 접근하는 시선과는 사뭇 달라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조심스럽습니다. 선생님 젊으셨을 적 이야기부터 좀 들려 주세요.
- 저는 원래 국문학을 전공했어요. 음악에 빠져 대학을 중퇴하고 음악주점을 했었는데, 저희 가게에 최민식 선생님이 단골이셨어요. 하루는 ‘휴먼’ 사진집을 건네주고 가셨는데, 글은 자기 감정도 들어가고 부풀려서 거짓말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사진은 백 마디 말이 필요 없는 거예요. 그리고서 사진을 시작하게 됐는데 주인이 가게에는 안 붙어 있고, 종업원들이 맘대로 하다 보니까 얼마 안 가서 살림살이가 거덜나고 말았지요. 정선에 작업하러 들어온 지는 6년밖에 안 됐어요.
지난주 전시 오프닝에 왔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던데요. 선생님 팬들이 많은 것 같아요. 막상 저도 전시회를 해보니까 전시회보다 전시장에 오는 손님들 챙기는 일이 더 어렵고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정선 들어가시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는가요?
- 부산에서 주점 그만두고 서울에 올라와서 「월간사진」 편집장으로 한 2년 있었고, 사진협회 회보 만드는 데에 2년 정도 있다가 ‘87 민주항쟁‘ 전시하면서 뜻이 안 맞아서 그만뒀어요. 그리고 삼성포토클럽 편집장으로 4년 정도 있었고요. 아무래도 이런 곳에 있으면 사진하는 사람들 많이 알게 되지요. 환경사진가회 일도 지난달에 그만두고 다른 분을 추천해 드렸어요. 별로 도움을 준 것도 없는데 인복이 있어서 그런지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번에는 은염이 이니라 디지털 프린트로 만드셨던 데….
- 인화지는 종류가 한정되어 있어서 비슷비슷한 느낌이 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드럼 스캔 받아서 판화지에 프린트를 해봤는데 따뜻한 느낌이 나서 괜찮더라고요. 사실은 꼭 써보고 싶은 종이가 있었는데, 내가 프린트하려는 참에 딱 떨어져버려서 아쉽기는 했지만….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동강주민, 두메산골 사람들, 민주항쟁, 588번지 등 대상은 바뀌고 있지만 지금까지 일관되게 ‘인간’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전시회를 하셨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으시다면요?
-「전농동 588번지」사진이에요. 그 때 사진을 하면서 그 곳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을 하다시피 하면서 작업을 했어요. 힘들었지만 아무도 기록하지 않은 사회사의 중요한 곳을 남길 수 있었지요.
다큐멘터리의 중심은 인본주의
작년 한 해는 평론가들 사이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논쟁이 많았었는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다큐멘터리 사진이란 무엇인가요?
- 학문에서도 무엇이 절대적으로 그렇다는 단정적인 정의가 있나요? 시대가 바뀌면서 언어에 대한 의미도 변화하는 것이 순리겠죠. 아날로그나 디지털의 의미도 변화되고 하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다큐멘터리의 중심은 인본주의예요. 사진 찍으러 가서 인간적으로 공감대가 없으면 작업하기도 힘들고 좋은 사진을 얻기도 힘들어요. 낯선 사람이 처음 카메라를 메고 가면 거부감이 들고 하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돌아다니면서 낮에는 그 분들 일도 함께 거들고 저녁에는 막걸리도 마시면서 사람들과 친해져요. 그런 다음에 촬영을 하지요.
살아오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딪힐 때가 가장 힘들지요. 술을 마실 때는 돈이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이지만, 집에 누가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겨 해결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면 난감해요. 제 아들도 사진을 전공했는데 막상 사진 전공하고 나와 보니까 취직이 안 되어서 힘들죠. 처음에는 강남에 있는 패션 스튜디오에서 1년 정도 일하다가 워낙 박봉에 힘들어서 그만두고, 지금은 포항에 내려가 의료기기 수입하는 회사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어요. 요즘엔 자기 벌이가 없으면 장가도 못 가잖아요.
사진이 실용적인 측면이 많아서 그런지, 사진을 한다고 하면 저에게도 가까운 사람들이 이런저런 부탁을 해오는데 거절하기가 곤란했던 적이 많아요.
- 일은 일이니까요. 그 대신 확실히 대가를 요구합니다. 프로필이나 작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찍어주고 제값을 받아요. 사진을 찍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공짜로 해주면 대충대충 하게 되잖아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그런 게 아닌가요? 상대방이 내 대접을 해주면 나도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서 찍어줄 수 있으니까. 나의 일에 대한 대가를 받은 만큼 책임을 지고 할 수 있으니 서로를 위해서라도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요즘 작가들이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참 많아졌습니다. 공모전이나 지원금, 수상제도, 입주작가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서 작업, 전시할 수도 있고요. 저도 얼마 전 공모전에 당선되어서 두 번째 개인전을 했는데요, 작가에게 있어서 전시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 이번 작업도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서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었는데. 2002년에 강원다큐멘터리 상을 받으면서 작업에 진척을 보였어요. 전시장도 덕원 갤러리 초대전으로 대관료 없이 했고, 마침 문예진흥기금도 받아서 프린트하고 액자도 하고 했지. 사진은 사진이면 그만인데 연지 찍고 곤지 찍고 너무 포장을 근사하게 해서 부담스럽기도 해요.
전시장 모습
진정한 다큐멘터리는 삶, 그 자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하나 고르신다면 무엇인가요?
- 그야 ‘사랑‘이지요…. 좁게 보면 이웃에 대한 관심과 넓게 보면 인간에 대한 박애주의랄까. 가장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인 존재가 인간이잖아요. 아름답다는 게 어찌 보면 참 허무맹랑한 것 같아요. 마누라가 일산에 사는데 서로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몰라요. 그게 어디 사람 사는 곳입니까? 아무리 힘들게 살아도 정이 있는 곳이 정말 사람답게 사는 곳이 아닌가요?
선생님께서는 가장 큰 즐거움이 무엇인가요?
-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노는 시간이 제일 좋아요. 정말 프로들은 일과 노는 것은 구분해서 잘 하거든요.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해요. 인사동에 친구들과 자주 가는 조그마한 단골집이 있었는데 그 집이 한 번 방송을 타더니 요즘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너무 많이 와요. 아무래도 단골집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인생을 다시 한 번 사신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으세요?
- 지금도 사실 조금만 젊었으면 절에 들어가서 스님이 되고 싶어요. 쉰 넘으면 요즘 절에서 안 받아 준다고 해서 못 가고 있지만….(웃음)
사진하는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을….
- 예전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라고 했어요. 이게 경제적인 여건과도 맞아떨어지면 금상첨화인데, 요즘은 그렇게 말을 못하겠어요. 다들 살아야 하고 어차피 사진은 해야 되니까. 대신 즐기면서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진이 대중화될수록 자기 철학이 필요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확실해야 해요.
다른 전시회는 가끔씩 보러 다니세요? 최근에 본 전시 중에서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 인사동에는 친구들이 많아서 이 동네에서 전시회가 있으면 많이 보러 가는데, 강남이나 그런 쪽은 찾아가기가 힘들어서 자주 못 가봤어요. 개인적으로 이갑철 씨 사진 좋아합니다. 얼마 전에 가나아트포럼에서 했던 김영수 씨 사진도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어요.
오늘이 전시 마지막 날인데 전시 끝내고 앞으로의 계획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 작업을 하나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인데, 고민을 하고 있어요.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데…. 이런 게 유행이다, 잘 팔린다고 하면 이것저것 찍어보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실천에 옮기지 않을 뿐이지. 아마 2년 정도 이 작업을 계속할 것 같아요.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덕원 갤러리 근처 어느 전통찻집에 자리를 잡고, 선생님은 매운 계피차를, 나는 단맛의 이슬 차를 주문했다. 서로를 잘 모르는 탓으로 오히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어려운 형편을 말씀해주시면서 “그 때 사진을 시작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어렵게 살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잠깐 흘리셨던 한마디가 인터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 날 선생님께서 낡은 지갑을 털어 사주셨던 차 한잔의 무게가 마치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하게 느껴졌다.
● 글/사진 권연정 (사진가, 포테이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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