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순수한 천재시인이었다"..천상병 추모사진집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1987년 인사동 칼국숫집에서 시인의 생일잔치가 열렸다. 이단

케이크 앞에 앉은 시인은 카메라를 보며 천진난만하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시인에게 가지

않겠다고 떼쓰며 우는 어린 처조카 딸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천상의 시인' 천상병(1930-1993) 시인의 20주기를 맞아 추모사진집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눈빛출판사)가 나왔다.

사진집 제목인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는 시인의 대표작인 '귀천'(歸天)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사동에서 주로 활동해온 사진가 조문호 씨는 시인의 일상을 촬영한 사진을 정리해 사진집을 펴냈다.

1980년 어느 봄날 시인의 부인 목순옥 여사가 운영한 인사동 전통찻집 '귀천'에서 시인과 처음 만났다는 조 씨는 그때부터 10여 년 동안 시인 곁에서 시인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귀천'에서 동료 문인들과 어울리는 모습, 의정부 장암동 자택에서 내복 차림으로 찍은 사진, 인사동 실비집에서 술잔을 앞에 두고 앉은 모습 등 소탈하고 순진무구한 시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선생의 시와 함께 수록했다.

전 한국일보 사진기자 김종구 씨가 찍은 사진, 선생이 남긴 앨범 사진도 실려 있다.

"선생님께서 귀천하신지 올해로 20년이 되었지만 선생님의 영혼만은 인사동 어느 주막을 떠돌고 있을 거라고 늘 생각해왔다"는 조 씨는 "순수한 천재시인"인 고인이 자신의 최고 모델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카메라만 들이대면 나의 마음을 헤아리듯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동작을 보여 나를 놀라게 했다. 그동안 숱한 초상 사진을 찍어왔지만 천 선생님보다 좋은 모델은 한 번도 만난 적 없었다"며 그리워했다.

132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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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4/22 17:5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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