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태원에서 이전개업을 준비하는 김상현씨를 찾아갔다.

신사동 ‘뮤아트’ 가게를 비워주고 이태원에 다시 가게를 얻은 것이다.

 

이태원 공사 현장에는 혼자서 가게를 정리 하고 있었는데,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그러나 코로나가 4단계로 격상되며 개업도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처럼, 지지리도 운이 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가게 임대료만 물어야 할 판이다.

 

실내장식을 살펴보니 너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신사동 가게에 붙어있던 사진 한 장 버리지 않고 모두 그대로 옮겼더라.

 

긴 세월 벽에 붙여두었다 떼어내면 망가질 수도 있을 텐데, 하나도 망가진 게 없었다.

그 자료는 30여년을 끌어 온 ‘뮤아트’의 역사나 마찬가지다.

 

바닥 장식도 일품이었다.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 신선감이 일었다.

보여 준 공사현장에서의 공연 동영상은 또 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

 

김상현씨는 의지의 뮤지션이며 불굴의 사나이다.

이태원에서 신사동으로, 신사동에서 이태원으로 옮겨온

30여 년의 세월이 녹녹치 않았다.

 

영업 장소라기보다 뮤지션들의 공연장으로서 의미가 더 컸다.

손님도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메니아들로 한정된 회원제였으니까...

 

그동안 ‘뮤 아트’를 거쳐 간 가수나 연주자도 헤아릴 수 없지만,

매년 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정기페스티벌을 가져왔다.

 

그런데, 비싼 가게 임대료와 운영비는 어떻게 마련하였을까?

말은 안 해도 그 사정은 보나마나다.

그동안 문 닫기 직전에 이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란다.

 

그럴 때마다 의인이 나타나 도움을 주었다니, 아마 천직인 것 같았다.

얼마 전에는 암에 걸려 투병까지 했으나 그마저 털고 일어났다.

 

음악에 미쳐 산 인생이 힘들기는 했으나 행복했을것 같다.

그가 즐겨 부르는 노래처럼, 봄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다.

 

하루속히 코로나가 꺾여 ‘뮤 아트’ 음악이

삶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길 축원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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