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봉화장에서 만난 서씨 아지매 이야기다.
통통한 알밤 한 되 박 펼쳐 놓고 쪼그려 앉은 모습이 안 서러워,
“아지매는 사는 게 어떻냐?”고 물어 보았다.

“사는기 다 그렇지 별거 있는기요?”
"별거 아닌 게 힘들게 한다"며 투덜거렸더니, 측은한 눈길로 쳐다본다.

그 무렵, 옆자리에 있던 아낙이 맛보라며 서씨에게 김밥을 건네준다.
“별 생각 없는데...” 하시면서도 한 점 집어 맛있게 드셨다.

돌아서는 귓전으로 들려오는 아지매 말에 인정이 묻어있었다.
“밥이나 묵고 댕기는지 모르겠다”
바로, 낯선 사람에 대한 관심이었다.

숱한 사람과 부딪히고 살아도 연관이 없으면 아무 관심도 없는 비정한 세상에
낯 선 사람에 대한 관심과 걱정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정이 메말라 기계처럼 사는 세상이지만, 아직까지 타인에 대한 정은 멸종되지 않았다.
시골장터에서나 만날 수 있는 훈훈한 정경이다.

별것 아닌 것이 별것이 된 세상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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