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0일 오후의 번잡한 인사동 풍경이다.

 

더위가 한 풀 꺾였다지만, 여전히 더웠다.

수제 옷핀을 파거나 재활용품을 줏는 할머니들의 모습들이 안스럽다.

관광상품가게를 기웃거리는 외국관광객들에게는 인사동이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했다.

거리에서 화가 장경호씨를 만나 'M갤러리'의 '피서전'을 비롯한 여러 전시장을 돌아보았다.

인사동사거리 구석에 버틴 목공소 하나가 급변하는 상권에 밀려나지 않는 것도 참 용타 싶다.

목공소 담벼락에 묻은 삶의 손때에 더 무게가 느껴진다.

 

나와 인사동의 인연도 어언 30년이 넘었다.

그 곳에서 많은 벗들을 만났고, 예술과 낭만을 만났다.

그러나 지금의 인사동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 버렸다.

풍정과 인심은 물론, 그 때 그 사람들 조차 대부분 사라진 것이다.

더러는 운명을 달리하기도 했지만, 대개 삭막한 인사동 출입을 자재한다.

 

인사동이 도떼기시장이 아니라 전통예술의 메카가 아니던가.

거리는 관광객들로 넘쳐나지만, 그 많은 전시장들은 텅텅 비어있다.

거리에 쏟아져 나온 그 많은 사람들을 전시장으로 이끌 수는 없을까?

군것질거리나 잡동사니를 파는 곳이 아니라 우리만의 고품격 문화를 팔수는 없을까?

 

인사동을 관할하는 지자체 관계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인사동 소재 갤러리의 큐레이트와 연계해, 주 단위의 인사동 전시 안내는 물론

좋은 전시를 행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전시별로 작업 내용이나 작가 의도를  간략하게 소개해 관심있는 전시로 행인들의 발길을 유도하자. 

이제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미술관에 자주 들려, 어릴 때부터 예술과 친숙해지도록 만들어야한다.

전시작가들도 텅 빈 전시장만 지킬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옛날 영화관 광대처럼 등짐 북을 메고 돌며 전시를 알리는 퍼포먼서는 안될까?

 

그리고 인사동 문화를 통괄하려면, 전문지식이 없는 행정 공무원으로는 안 된다.

문화기획자를 영입하여 각계 문화 인사들과의 연결망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오래전 구청 문화과에 제안한 적도 있으나 ‘쇠귀에 경 읽기’였다.

작은 이득에 눈이 어두워 큰 것을 놓치는 상인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단지 말 빨 없는 예술가들의 넋두리만 인사동 술집으로 흘러다닐 뿐이다.

인사동 터줏대감 격인 강민 시인이나 민속학자 심우성선생의 한숨 소리만 더 높아 간다.

 

행여 반가운 인사동사람들을 만날까봐 오늘도 하릴없이 인사동 거리를 방황한다.

변해가는 인사동 거리와 오가는 사람들을 기록하지만, 늦은 밤 술 취한 예술가들의 모습을 더 즐긴다.

같이 동화되려면,  카메라가 늘 막걸리에 얼룩져야 했다.

때로는 흔들리기도 하지만, 취중 분위기 그대로가 좋은 것이다.

 

나는 사진으로 인사동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기처럼 기록할 뿐이다.

아무리 디지털카메라에 의한 이미지홍수시대에 산다지만,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는 그 사진들이 보석처럼 빛날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역사 아니던가.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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