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정복수씨의 바닥화 및 벽화 제작 전시회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가 2주째 접어 든 지난 24일, 정복수씨의 신체 해부실을 찾아 나섰다.
시작한 날은 다른 일정도 있었지만, 작업의 전체적인 틀이 짜이면 볼 작정으로 미뤄뒀기 때문이다.

몇일동안 살벌한 현장을 상상한 탓 인지, 마치 유령의 집을 찾아 나선 듯 어시시한 느낌마저 일었다.
작업실을 들여다보니 정화백이 바닥에 웅크려 앉아 붓으로 뼈를 발라내고 있었다.
온 사방은 신체 부위들로 어지럽게 늘려 있었고,
그 영혼들은 좁은 공간을 허허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정화백은 한마디로 인간의 욕망을 난도질하는 인간백정이다.
인간의 모순성을 파헤치며,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는 작가도 드물다.

마치 신체구조가 건축도면처럼 나타나기도 했고, 입과 눈 내장들이 얼기설기 이어지기도 했다.
바닥은 물론 사방 벽에 양면성으로 위장된 인간의 모습은 사라지고, 본질적인 욕망만 나뒹굴고 있었다.

인간이란 태어날 때부터 욕망을 안고 나왔기에 욕망이 없다면 산 송장이나 마찬가지다.
세삼 스스로의 이글거리는 욕망을 발견하고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뒹구는 자궁 속으로 다시 기어들고 싶었으나, 그 또한 하나의 욕망에 다름 아닐 것이다.

 

해부작업이 잠시 중단되었다.
‘나무화랑’관장 김진하씨가 막걸리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오마이 뉴스’에 이번 바닥화 기사를 쓴 박건씨를 비롯한 몇 명이 둘러앉아,
피 같은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바닥화, 정말 난생 처음 대하는 독특한 체험이었다.
술잔이 놓인 바닥엔 나를 유혹하는 씹도 있고, 나를 지켜보는 눈도 있었다.
눈을 가만히 내려 감으니 온몸에 짜릿 짜릿한 기운까지 전달되었다.
마치 심령치료 같은 생각이 들었으나, 피로 빚은 술 탓으로 돌렸다.

아무튼 온 몸으로 그림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김진하씨가 바닥에 깔린 정화백 그림 값을 호수대로 산출해보니 12억이나 된다고 하였다.
12억을 깔고 앉아 마시는 술 맛이 과연 어떻겠는가?

최고의 호사였다.
해부가 마무리되는 11월4일이 벌써 기다려진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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