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태형’ 추모식이 열렸던 장례식장은 전국각지의 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밤늦도록 문상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고, 자리를 옮겨가며 술상을 지키는 술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새벽 무렵에는 대부분 곯아떨어지거나 사라졌는데, 신학철사단을 비롯한 최종원, 김명성, 성완경, 정인숙씨 등 10여명만 남아 콩팔칠팔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미 소주와 막걸리는 떨어졌고, 조금 남은 캔 맥주로 간신히 연료를 공급하고 있었다.

나도 의자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깨어났는데, 아마 한 시간 쯤 지난 것 같았다.
주변을 살펴보니 함께 마시던 최종원, 김명성, 성완경씨는 보이지 않았고, 호상 김태서씨와 신학철, 박불똥, 장경호씨만 남아 장례식장을 사수하고 있었다.
신학철사단의 용맹은 진작 인사동에서 보아왔던 터지만, 술이면 술, 작품이면 작품, 논쟁이면 논쟁, 그들을 당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다음날 일이지만 노제, 화장터, 유골을 안치한 봉원사에 이르기까지 잠시도 이탈하지 않고, 술로 자리를 지킨 그들이다.
늦게는 그들과 헤어져, 김명성씨 일행따라 봉원사 이인섭선생 댁에 술 한 잔 더 하러 갔다. 그런데 돌아오던 길목의 어느 주막에서 술 마시며 논쟁하는 신학철씨와 류연복씨를 다시 발견한 것이다. 정말 대단한 깡다구였다.

이제 민중미술 판의 야전사령관이었던 ‘용태형’이 세상을 떠나, 그 역할을 대신할 인물이 절실하다. 시대적 상황이나 여건이 예전과는 다르지만 정신적 지주가 될 만한 인물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맡을 분이 바로 신학철선생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학철선생을 제2대 민중미술의 야전사령관으로 모시는 취임 축하연을 인사동에서 한번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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