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나 상묵 스님 4월 23일~29일 회화·목어 전시
경남 하동 지통사서 작업한 다양한 목어 작품 전시
산사 풍경 점으로 표현한 회화 작품도 30여 점도


 

▲ 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통사에서 목어를 만들며 그림을 그리는 노사나 상묵 스님은 4월 23일~29일 인사동에서

 ‘산사에 눈이 내리면’(갤러리 이즈)과 ‘천년의 소리 목어’(경인미술관)전을 각각 연다.

 

수행자가 공부를 목적으로 삼아야지 다른 걸 하면 불법에 어긋나요. 취미라면 모를까. 부처님한테도 미안한 일이죠. 그래서 난 실패작이야. 이번 생은 이미 늦었고 다음 생에는 미얀마 같은 곳에서 수행만 하는 스님으로 태어나고 싶어.”

 

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통사에서 목어를 만들며 그림을 그리는 노사나 상묵 스님의 솔직한 이야기는 듣는 이를 웃음 짓게 한다. 40여년 수행자로 살아온 당신의 삶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상묵 스님이 수행하며 완성시킨 작품은 적어도 성공작으로 보인다. 그래서 스님의 말은 맞는듯하면서도 아닌듯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10여년 만에 서울 전시를 여는 스님은 4월 23일~29일 인사동에서 ‘산사에 눈이 내리면’(갤러리 이즈)과 ‘천년의 소리 목어’(경인미술관) 두 개의 전시를 열며 대중들을 찾아간다. ‘산사에 눈이 내리면’이 미술학도로 출가해 50여년 그림을 그려온 작가의 시선으로 완성해낸 회화 작품이라면 ‘천년의 소리 목어’는 매일 매일 수행하듯 나무를 깎으며 생명의 소리를 찾는 구도의 결과물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점으로 부피감을 살린듯한 ‘산사에 눈이 내리면’ ‘산사의 기도’ ‘나를 찾아’ 등 30여 작품을 선보여 산사의 겨울 정취와 오롯이 수행을 향해 걸어가는 스님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 점을 찍어서 완성한 산사의 풍경을 소재로 한 회화 작품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산사에 눈이 내리면’

 

12년전 갤러리가 불이 나 작품 2000점을 다 태운 적이 있어요. 건물이야 다시 지으면 되지만 작품이 다 사라져버리니 허탈감에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때 캔버스에 계속 점을 찍으며 그 마음을 달랬는데 나중에는 그것이 그림이 되더라고요. 출가 전부터 치면 한 50년 그림을 그렸어요. 그림은 일상이자 놀이죠. 이번 전시에서는 산사의 풍경과 바랑을 짊어진 스님들의 모습을 표현해 봤습니다.”

 

스님에게 이번 서울 전시가 의미 있는 이유는 스님이 거주하는 지통사에서 볼 수 있던 목어를 처음으로 서울 인사동에서 선보인다는 것이다. 26년째 목어를 깎고 있는 스님의 작품은 전국 사찰 곳곳에 걸릴 만큼 알려져 있다. 스님은 매일 매일 목어를 깎으며 번뇌 망상을 버리고 삼매의 경지에 이른다고 말한다.

 

“통도사에서 참선을 하는데 목어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깜짝 놀랐어요. 목어가 항상 깨어 있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뜻이 깊잖아요. 해제를 하고 혼자 목어를 만들어 봤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전국 사찰을 돌며 모양도 연구하고 제작 방법도 구하면서 목어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스님에게 있어 그림은 일기이고 생활이자 습관이라면 목어는 노동이자 하나의 도전이며 구도의 길과 그 맥을 같이한다.

 

“목어 만드는 나무는 3년전부터 준비를 해야해요. 겨울 소나무를 골라 제재소에서 다듬어 잘 말리고 건조해 3년을 묵혀 놓아야만 쓸 수 있죠. 처음에는 둔탁한 소리가 나지만 목어의 배를 파면 팔수록 소리가 좋아져요. 이렇게 목어를 완성해나가면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목어의 소리는 생명의 소리죠. 새벽에 일어나 망치로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가 공간으로 퍼져나가면 마음이 시원해지고 기분도 좋아요.”

 

그래서 스님에게 있어 목어를 만드는 과정은 즐거운 창작이자 도전이다. 최소 50cm에서 최대 3m까지 다양한 크기의 목어를 수십년 만들다 보면 이제는 나무만 봐도 어떤 모양으로 목어를 깎아야 될지가 이제는 가늠이 된다는 스님.

 

휘어지면 휘어진 대로 꼬부라지면 꼬부라진 대로 그 나무에 맞는 모양이 스님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다. 최소 보름에서 최대 5개월까지 나무를 깎고 깎아 나가면 어느새 수행자의 정진을 일깨우는 목어가 완성된다고 한다.

 

40여년 전 사바세계 이외의 또다른 세계를 찾기 위해 출가했다는 스님. 연화세계를 뜻하는 노사나불의 노사나를 따와 법호로 하는 스님은 그렇게 자신의 작품을 통해 연화의 세계를 향해가며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010)3573-3751

 

                                         ▲ ‘고향의 아침’

                                                       ▲ ‘나를 찾아’

 

현대불교신문/정혜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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