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로 다시 태어난 전통 민화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다. 나의 길을 찾기까지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서 온전히 자유로워지기는. 칠순을 맞아 고희전을 여는 서양화가 최홍순은 "이제야 형식에서 자유로워졌다. 길이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화가에게 70이란 숫자는 의미가 깊다. 중진에서 원로화가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되기 때문이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화단에 데뷔했다면 화업 반세기를 지난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칠순을 맞이한 최홍순 이름 앞에는 ’화업 30년’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마흔 살의 늦은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연 탓이다.

어려서부터 화가가 꿈이었으나 서울대 미술대 졸업 후 미술교사로 생업에 나선 그는 현실적인 이유로 그룹전에만 참여했지 개인전을 미뤘다. 그러다 더는 방치할 수 없어 1984년 마흔이 되던 생일날을 잡아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가 30년간 화업을 조망하는 고희전을 서울 인사동 갤러리라메르 3층에서 연다. 1970~198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120여 점이 걸리는 대규모 전시다. 그의 대표작은 2012년부터 그리기 시작한 ’생ㆍ률(生ㆍ律)’. 삶과 리듬이라는 의미의 이 타이틀로 그는 각 존재의 몸짓을 생명력 있는 환희로 풀어낸다.

"전통 민화에 모든 것이 있더군요. 자유분방하고 파격을 즐겨 한 민화에서 모든 모티브를 얻었어요. 제 그림은 어찌 보면 민화에서 표현되는 색과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지요."

그는 우주와 자연의 생명력을 빨강 파랑 노랑 삼원색으로 붓질한다. 새와 물고기, 작은 곤충 등은 원시적인 형태로 언뜻언뜻 모습을 보이지만 화폭을 싸고 감도는 거대한 생명의 소용돌이에 있을 뿐이다.

"젊었을 때에는 어떻게 하면 전에 없는 그림을 그릴 수 있나, 어떤 형식을 만들어야 하나에 몰두했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의무감과 억압에서 해방됐어요. 자기 길을 찾는다는 것은 그림 안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화예술학교 미술주임으로 은퇴한 지 10년이 지났다. 은퇴 후 10년간 개인전을 네 번 열 정도로 왕성한 창작열을 보이고 있다.

"지금이 모든 면에서 가장 작업하기 좋은 때에요. 이제는 매년 전시를 열 겁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그림을 처음 선택했을 당시로 돌아가면 답이 보이더군요. 허허."

전시는 3월 5일부터 11일까지.
(02)730~5454

매일경제[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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