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1일 인사동 오찬 모임으로 나섰는데, 인사동은 나설 때마다 마음이 늘 바쁘다.
갈 곳도 할 일도 많다는 생각이 앞서나 막상 당도하고 나면 새로운 전시를 찾거나 길거리를 돌며

사진 찍는 일이 전부다. 수시로 드나드는 인사동에 무슨 사진찍을 것이 그렇게 많으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사진은 만남의 예술이고, 발견의 예술"이기에 부지런히 돌아다니는게 상책이다.


거리는 전통과 무관한 별의 별 장사들도 많지만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인사동이다.
세상의 중심인 사람보다 더 좋은 사진 소재는 없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을 함부로 찍을 수도 없는 시대다.

작년에는 인사동과 장터에서 사진찍다 문제가 생겨 종로경찰서와 안동경찰서에서 각 각 조서를

받은 적이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평생의 주제가 사람인데, 이제 와서 사진 작업을 접을 수는 없다.

그래서 오래 전 부터 허락한 사람의 이름과 나이를 기록해 두고, 정면 입상사진을 찍어왔으나

스냅의 가치 또한 무시할 수 없기에 가끔은 카메라를 휘 둘 때도 더러 있다.
찍을 때 사전 양해부터 구해야 되지만 순간적인 감정 표현이나 동작을 포착하려면 순서가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이 바뀌기 전에 찍은 후  인사도 하고 양해를 구하는 식이었는데, 본인이 거부하면 즉석에서 지워줘

말썽의 소지를 없애면 된다. 그러나 그 사람을 찍지 않았는데, 찍었다고 우겨 가끔 문제가 생긴다.

정오무렵, 안국역 6번출구로 나오니 한 아주머니가 조각천을 이용한 밥상보등을 만들어갖고 나와

손바닥만한 노점상을 펼쳐놓고 있었다. 인사동에 어울리는 노점상이란 생각에 카메라를 들었더니

대뜸 손사레를 치며 “초상권 침해야~”라고 쏘아붙였다. 카메라는 내렸으나 뒷 맛이 씁쓸했다.

요즘 젊은이들이나 외국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면 오히려 포즈를 취해 난감할 정도로 적극적인데 비해, 

나이가 지긋 할수록 거부하는 분들이 많은 건 무언가 피해의식이 있는 듯했다.
초상권이란 얼굴모습을 분별할 수 있는 사진이 상업용으로 활용되었을 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정면사진이 아니거나 군중 속에 뒤 섞여 있는 조그만 모습까지 시비 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거리에는 중국관광객들이 몰려다니기도 하고, 패션쇼를 홍보하는 모델들이 줄지어 다니기도 했다.
원로사진가 이명동선생님을 만났고, 음유시인 송상욱선생과 박찬성씨,사진가 육명심, 한정식, 이완교선생

그리고 현장스님도 만났다. 그래도 인사동 나들이의 묘미는 우연히 인사동 터줏대감이나 인사동을

사랑하는 유목민들을 만날 때가 가장 즐겁다.

'노마드'에 도착한 현장스님에게 카메라를 겨냥하자 쓸데없는 기념사진은 왜 만날 때마다 찍느냐고 반문하였다.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정식선생의 말씀처럼 "사진예술의 첫머리에 기념사진이 존재하고, 기념사진의 밑바닥에 초상사진이 존재한다"

는 것을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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