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유 화'
여지
창 밖에는 눈이 옵니다
깊은 江 실타래를 풀면서 눈을 봅니다
오직 사모했던 눈빛
따스한 房안에는 불 꺼지고, 긴 복도의 담장
차가운 바람에도 얼지 않는 꽃 봉우리
저는 여지 손 모아
그대 사랑하고 있습니다
겨울 눈꽃이 꽃이라고 미쳐보면서
바람 부는 겨울 벌판, 허재비 꽃
여정도 인생이라 머물 수 없었고
지친 걸음으로도 풀리지 않는 실타래
태어나도 다시 사랑하는 까닭에
설유화, 차가운 그 자리를
제 몸 다바쳐 바꿀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천십일년 이월
'아침바다'
초침이 시침을 보고 있네
분침은 順理처럼 갯벌을 나누고 있지만
내 인생 나누지 못하고 깨어버린 아침바다
나는 그대 사랑했다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分針은 정지되고, 밤새 풀려버린 태엽
초침을 바라보는 그대는 파란 벽시계
어둠속에 피어나는 벼랑바위 꽃안개
꿈꾸듯 밟고있는 한순간에 발걸음이
주점주점 기억 못하고 제 자리를 맴돈다해도
시침과 초침이 겹치면서
逆流하는 바다
내 쏜살같던 파도는
이천십일년 삼월
'自 畵 像'
- 해장술을 마시며 -
진짜 같은 인생을
가짜처럼 살았어
속이 쓰려서
따뜻한 봄비가 온다면
울음 섞인 봄비도
보내버린 사랑도
속이 풀리면서
깨어나는 인생
이제 아침
텅 빈 그대
주룩주룩 밤새워
봄비는 가지마
물구나무 서있으면
바로 보이는 세상
이천십일년 삼월 이십일
'하염없이"
- 예순아홉 이인섭 -
눈 내리는 봉원사, 떨고 있는 산당화
七年 헤진 장갑을 끼고도 만질 수 없는 靑草
오르내리던 그 길도 녹지 않는 얼음도
그대 人生의 짧은 모퉁이 되었을까
바람 불어 돌아간다면
바람 되어 夢幻이라도 돌아가
바람이 불어 돌아갈 수 없다면
이제 메마른 기침 소리되리
하염없는 가섭은 七十
갈까부다 손 떨리는 귀밑머리 백발
사랑이라는 고드름 하나
봄이 와도 녹지 않는다는 봉원사 주렴 한송이
이천십일년 삼월 이십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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