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30여점 출품 "사과란 情이자 욕망" 
     

       

 

`가을 향기` (120.3×59.7㎝)

 

 

지난해 `미술 올림픽` 카셀 도큐멘타(독일)에 갔을 때 유독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 독일 신부 코르비니안 아이그너의 사과 그림이었다. 알고 보니 그 신부는 나치 포로수용소에 감금당했을 때도 사과 종자를 개발했고, 날마다 의식을 치르듯 사과 그림을 한 점씩 그렸다고 한다. 그가 그린 작은 사과 그림이 방 한 칸을 가득 메우며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톨릭 사제가 그린 사과 그림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사과는 금단의 과일이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에서 추방당한 것도 그 사과 탓이다. 그래서 서구 화가들은 인간의 타락과 유혹, 죄를 상징하는 의미로 사과를 즐겨 그렸다.

국내 화단에서도 사과 그림으로 불황을 모르는 인기 작가가 있다. 극사실주의 화가 윤병락(45)이다.

그가 그린 사과는 나무 상자가 터질 듯 탐스럽게 그려져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둬서 그런지 그의 그림이 더 눈에 잘 들어온다. 사과만을 집중적으로 그린 지 올해로 10년이 된 그가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사과의 의미를 묻자 그는 "어떨 때는 인간의 욕망을, 또 어떨 때는 풍요로움과 결실, 추수의 의미를 담는다"고 설명했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그는 사과밭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때 사과와 얽힌 경험과 추억, 기억을 끄집어내 날마다 사과를 그린다. 사과에는 사람들의 따뜻한 정과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그가 사과를 그리게 된 것은 10년 전 우연히 사과를 파는 트럭 행상을 눈여겨보고 나서다. 사과는 `만국 공통어`라서 그런지 그의 사과 그림은 외국 아트페어에서도 인기다.
그는 화실 옥상에서 사과 박스를 사진으로 찍은 뒤 이를 극사실적으로 옮긴다. 사실적인 느낌을 더 살리기 위해 캔버스가 아닌 장지에 그린다. 사과가 얼마나 사실적인지 그림 앞에서 한 입 베어물고 싶은 충동에 침이 고인다. 신작 30여 점이 출품된 전시는 30일까지. (02)732-3558 

 

 [MK뉴스 /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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