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화폭에


   


 누드를 통해 인간의 희노애락을 담아 온 서양화가 이주리씨(42)가 26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 서울관에서 '던져짐-살다' 展을 연다.

'살다'라는 주제로 작업을 이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점점 소외돼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그림 속에는 근육질의 남성들이 한데 뭉쳐있다. 머리카락 하나 없는 민머리와 함께 피부 톤은 피한방울 흐르지 않을 것처럼 차가운 회색이며, 금방 폭발할 것 같은 근육들이 뒤틀려있다. 이 몸들 사이를 비집고 숨어버리고 싶어 하는 듯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처럼 비추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삶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서로 뒤엉킨 채 밀치고 짓밟기도 하는 현실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낸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작품 제목은 '살다'이다.

그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물질·자본화 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자아를 잃어가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뭉칠 수밖에 없는 역설적인 현실을 환기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다치고 피 흘리며 결국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우리들의 삶 자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은 마치 무중력 상태 같기도 하고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유유히 떠 있는 듯 한 형태를 하고 있다. 이는 눈앞에 쉽게 드러나는 표정이 아니라, 몸을 통해 드러나는 마음속의 표정을 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

그의 작품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대상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얼굴은 모호하며,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이는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며 소비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고, 기계문명의 발달과 획일화된 소통에 의해 소외당하고 있는 인간들은 점점 그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광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2회의 개인전을 개최한 그는 우진문화공간 청년작가 전시 및 해외연수 지원과 청년작가위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전북인물작가회, 한국평면회화회, 전북시대미술연구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고 전북도의 해외전시지원사업에 선정돼 오는 10월 미국에서 '버질아메리카 초대전'을 열 예정이다.

 

 

[전북일보 / 2013.8.23 / 김정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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