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2일 오후6시30분부터 인사동 툇마루에서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장 :민건식변호사) 8월 정기모임이 있었다, 날씨도 더운데다, 지방촬영에 쫓겨 다니느라 오랜만에 참석했는데, 관우 김완규씨가 만나자마자 대뜸 “이동엽이 죽었어”라며 부음을 알렸다. 세상을 떠난 지 보름이 지났건만 오랫동안 함께해 온 회원들마져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인사동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들 대개가 가족들과의 소통은 물론 가족들 연락처도 모르고 있어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는 것이다.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서양화가 이존수씨도 몇 개월이 지나서야 알았고, 서양화가 여 운씨도 장례 치루는 날 알게 되어 급하게 묘소를 찾아 간 적이 있다.

 

이동엽 화백은 한국단색회화의 중심에 있는 유명작가이다. 어떻게 그 많은 언론사에서 그의 죽음을 알리는 한 줄의 부고도 게재하지 않았는가?  그는 홍대를 졸업한 청년시절부터 화단의 조명을 받은 작가였다. 72년도 제1회 앙데팡당전에서 1석을 차지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75년 흰색그림을 그리던 우리나라의 작가 허 황, 박서보, 서승원, 권영우, 이동엽씨의 작품이 ‘한국5인의 작가 다섯 가지 흰색 전’이란 타이틀로 일본 동경화랑에 초대되기도 했다. 그는 흰색그림을 통해 존재의 심연을 탐구했으며, 무를 통해 자연의 근원에 도달하고자 줄곧 지우는 작업만 해왔다. 어떻게 보면 지우고 지우다 더 지울 것이 없는 자신의 덫에 걸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몇 년 전 ‘통인갤러리’에서 전시한 나의 “산을 지우다” 사진전에 들려 “지운다는 의미에 너무 침착하지 말라”는 그의 말이 새삼 기억나기 때문이다.

 


뒤 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제 당신의 뜻대로 자연의 근원에 도달하였으니, 저승에서나마 신나고 재미있는 작업들을 하시게나...

 

 

이번 인사모 모임에 참석한 분으로는 민건식회장님을 비롯하여 대법관을 지내신 박일환 판사, 김완규 통인가게 대표, 계명대 석좌교수인 김양동 문인화가, 서양화가 김근중 교수, 시인 전국찬씨, 사업가 강윤구, 박원식, 송재엽씨, 세계일보 문화부 편완식 선임기자 등 모두 12명이 참석했다.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김양동화백의 성철스님 열반 20주기 추모 특별전 초대장을 받아들고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갑자기 떠나버린 이동엽씨 생각으로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우울한 심정을 노래로 풀어보려는 심산이었으나, 결국 그를 생각하며 부른 “불나비”에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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