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가 만나는 Here, We Meet

한문순展 / HANMOONSOON / 韓文順 / photography 

2023_0206 ▶ 2023_0303 / 일,공휴일 휴관

한문순_해우-소_피그먼트 프린트_66.6×100cm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일,공휴일 휴관토요일_예약제

 

스페이스 mm

SPACE MM

서울 중구 을지로 12(을지로1가 50-1번지)시청지하상가 시티스타몰 새특 4-1호

Tel. +82.(0)10.7107.2244

facebook.com/spacemm1@space_mmwww.spacemm.net

 

#장면1  "존, 이번 제 전시 작품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말해줄 수 있나요?" / "자네, 내가 이전에 이라크 시인 압둘카림 카시드의 시에 대한 감상을 말해주면서 프랑스 단어인 S.D.F(일정한 주거지가 없이 떠돌아 사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해 준 것을 기억하나? 자네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S.D.F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았네. 매일 매일의 삶은 있지만 그걸 둘러싸고 있는 건 공백이고, 그 공백 안에서 수백만 명의 우리는 오늘 홀로 있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자네 작품에서 동물들이 그런 상태로 있다는 느낌을 받았네." (존 버거,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中에서 재구성)

 

한문순_브레이크 타임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23

#장면2  "존, 그럼 제 작품의 의도를 S.D.F상태인 동물의 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계신가요?" / "자네, 내가 어려서부터 존경해 마지않아 폴란드를 사랑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로자 룩셈부르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나! 로자 룩셈부르크는 '아무리 다수라고 하더라도 특정 계층을 위한 자유는 전혀 자유가 아니다! 자유는 언제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자유여야 한다. 정의라는 관념에 대한 열광 때문이 아니다. 자유가 특권이 될 때 그 효용성도 사라질 것이다'라고 하였다네. 그런 맥락에서 자네는 동물들이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 아르카디아의 삶을 포착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네." (존 버거, 풍경들 中에서 재구성)

 

한문순_오체투지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23

#장면3  "존, 당신은 제 작품의 의미와 가치가 '동물의 자유'에 기반한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 "자네, 내가 말했던 사진의 의미에 대한 내용을 떠올려보게. 사진은 주어진 상황에서 실행되는 인간의 선택에 대한 증거라고 했지. 사진은 이 특정한 사건, 혹은 보이는 이 특정한 대상이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진가의 선택의 결과라네. 사진은 사건 자체도 시각 능력 자체도 찬양하지 않는다네. 사진은 작가가 '나는 이것을 보는 행위가 기록으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정했다'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네. 결국 자네는 '이 작품이 유심히 들여다 볼 가치가 있다는 작가의 믿음은, 이미 그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작가가 보여 주지 않기로 한 모든 것들에 비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봐야겠지. 이런 점에서 내 의견보다는 자네의 자세가 더 중요한 것 아니겠나?" (존 버거, 사진의 이해 中에서 재구성)

 

한문순_파파라치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23

이번 전시 제목 『여기, 우리가 만나는』은 존 버거(John Berger)의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이라는 작품명을 오마주하여 지었습니다. 존 버거는 이 작품에서 각 장소마다 떠오르는, 자신과 인연이 있었던 과거의 인물들을 현재로 소환해 함께 장소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저는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극히 사적이고 은밀한 경험과 기억을 특정된 장소에 투영하여 진행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해당 장소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존 버거와 함께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리스본에서 죽은 어머니와의 대화를 들으면서 저는 리스본 광장에서 맛보았던 군밤과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맛보았던 해물밥의 황홀한 식감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한편, 저는 존 버거가 느낀 우울한 크라쿠프가 아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으로 한껏 들뜬 활기찬 크라쿠프의 인상을, 마드리드에서는 타파스 바에서 맥주와 무료 안주를 유쾌한 현지인과 함께 즐겼던 제 행복한 경험을 존 버거에게 들려주고 싶어졌습니다.

 

한문순_사생활침해_피그먼트 프린트_50×70cm_2023

어찌 보면, 우리는 자신만의 경험을 은밀히 간직하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하는 욕망도 함께 지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개인 안에서 은밀히 잠들어 있던 경험이 남들과 공유될 때, 사회적으로 변화되고 다른 이들의 경험과 결합하면서 생명력을 지닐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문순_한입만_피그먼트 프린트_50×70cm_2023

그의 작품 제목을 오마주한 것은 자신의 경험을 저와 공유함으로써 저의 개인적 경험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존 버거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만 원래 제목에서 굳이 '곳'을 뺀 이유는 제 작품의 관심사가 '장소'가 아님을 명확히 밝히고자 한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생명'에 대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번 전시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기획한 것입니다. '환경과 동물 보호'라는 흔하다 못해 질려버린 식상한 레토릭이 아닌, 저만의 '생명'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제 작품에 등장하는 '생명'은 제가 이제껏 대면했던 '생명'입니다. 제 작품 속 생명들을 마주하시는 시간 동안 여러분들이 개인적으로 만났던 '생명들'을 떠올려 저의 경험과 여러분들의 에를레프니스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한문순_점핑 캣_피그먼트 프린트_50×70cm_2023

마지막으로 존 버거의 작품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하면서 마칩니다. ● "네가 찾아낸 것만 쓰렴. / 제가 뭘 찾아낸 건지 끝끝내 모를 거예요. / 그래, 끝내 모를 거야. 다만 네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는지, 그것만큼은 알아야 해. 더 이상은 그걸 혼동하는 실수를 용납할 여지가 없으니까."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中에서)  한문순

 

Vol.20230206a | 한문순展 / HANMOONSOON / 韓文順 / photography

푸른 잎사귀 Bright Leaf 明葉

 

한문순展 / HANMOONSOON / 韓文順 / photography 

2022_0217 ▶ 2022_0226

 

한문순_Go round_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16/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공휴일_11:00am~06:00pm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퇴계로 163(충무로2가 52-6번지) 고려빌딩 B1

Tel. +82.(0)2.2269.2613

gallerybresson.com

 

 

체르노빌(Чернобыль)은 '검은 잎사귀'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현재 우리는 이 단어를 '검은 잎사귀'라는 뜻을 가진 외국어로 생각하지 않고, 핵재앙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한다.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지역의 핵발전소 폭발사고의 여파 때문이다.

 

 

한문순_Hallway_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16/2022

2차 세계대전 이후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Atoms for Peace) 덕분에 원자력 발전은 전기 에너지를 값싸게 무한정 공급해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우라늄 1kg이 석유 200만 리터 또는 석탄 3000톤의 에너지와 필적하는 원자력은 인류가 역사상 지금까지 보유한 에너지원 중에서 최고의 출력을 갖고 있어, 고질적 인류 문제의 하나인 에너지 부족 현상을 완전히 해결해줄 수 있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북쪽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제4호기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인류는 최초로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최고 등급인 7단계 방사능 누출을 경험하게 됐다.

 

한문순_Window_피그먼트 프린트_91×61cm_2016/2022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건으로 인해 현재의 인간 기술력은 아직 원자력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질 못했음이 민낯으로 드러났고, 인류는 스스로 과학에 대한 맹목적 맹신에 빠졌음을 깨닫고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인간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체르노빌 지역을 도망치듯 쫓겨나왔고 발전소 일대 지역은 방사능 오염 구역으로 봉인되었다.

 

한문순_Classroom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16/2022
한문순_Court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16/2022

세슘 방사능 반감기인 30년이 지나고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 체르노빌 지역은 여전히 자기 이름만큼이나 검고 우울한 모습을 갖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였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인간이 만든 각종 구조물만이 검고 우울한 모습을 띠고 있을 뿐, 체르노빌 지역은 이미 자생하는 식물에 의해 복원과 치유가 진행 중에 있었다. 더 이상 검은 잎사귀로 뒤덮인 지역이 아닌 오히려 밝고 선명한 생명의 색깔을 띠고 있었다.

 

한문순_Pool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16/2022

인간의 죄악을 씻어 내고, 더 이상 인간의 해악이 범접할 생각이 들지 못하게끔 당당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그곳은 벌써 소도(蘇塗)와 같은 성지이자 마룬(Maroon)과 같은 자유구임이 선언됐던 것이다. 이런 점은 이 지역 일대의 곰, 늑대, 사슴, 순록 등 많은 종류의 야생 동물의 수가 사고 이전보다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방사능이 야생동물에 좋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라, 인간이야 말로 야생 동물들 입장에서는 방사능 물질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죽을 정도의 방사선 수치가 아니라면 차라리 체르노빌이 다른 곳보다 훨씬 안전한 장소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문순_Ride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16/2022

인류에게 인식의 대상보다는 소유의 존재로 여겨졌던 식물. 그런 식물의 위대함이 파괴된 자연을 훌륭하게 치유함으로써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그리고 식물의 위대함이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최악의 범죄 현장에서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흔적을 남긴다. ■ 한문순

 

한문순_Hotel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16/2022

Chernobyl is a word that means "black leaf." Currently, we don't think of this word as a foreign language meaning "black leaf," but use it as a word meaning nuclear disaster. This is due to the aftermath of the nuclear power plant explosion in the Chernobyl region in 1986. ● Nuclear power was considered to be capable of completely solving the energy shortage, one of the chronic human problems, as it had the best output ever in history. However, on April 26, 1986, the Chernobyl Nuclear Power Plant No. 4 reactor, located in the north of Kiev, Ukraine, exploded, and mankind experienced the highest grade of the International Nuclear Event Scale (INES). The Chernobyl nuclear explosion revealed bare face that the current technology was not yet fully capable of controlling nuclear power, and it served as important to realize and reflect on mankind's blind faith in science. ● Eventually, humans were chased out of Chernobyl area contaminated with radioactivity, and the area around the power plant was sealed as a radioactive contamination area. When I visited the accident site 30 years after the half-life of cesium radioactivity, I expected that the Chernobyl area would still be as black and gloomy as its name. However, contrary to my expectations, only various human-made structures were black and gloomy, and the Chernobyl area was already undergoing restoration and healing by native plants. It was no longer an area covered with black leaves, but rather a sacred place with a bright and vivid color of life. ● It was confident enough to wash away human sins and no longer allow human harm to come across. It has already been declared a sacred place like Sodo and a free slave zone like Maroon. Plants were considered possessions rather than objects of recognition to mankind. However, the greatness of such trivial plants is revealed by healing of the destroyed nature. ● To remember the ironic situation in which the greatness of plants is revealed in the worst crime scene of mankind, I leave a trace with pictures. ■ Han moon soon

 

Vol.20220217b | 한문순展 / HANMOONSOON / 韓文順 /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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