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윤섭 (사진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올해로 열네 번째 맞는 '동강국제사진제'가 지난 24일 오후7시 영월 사진박물관에서 개막되었다.
차가 밀려 개막시간 한 참 지나 당도하였고, 장대비가 쏟아져 진행 과정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했다.

사실 개막식보다는 오후1시30분부터 시작된 '오늘의 한국사진과 사진문화를 진단한다'라는 주제의 

워크샵에 참여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았다.

나머지 워크샵을 위해 2박3일 동안 머물며 '동강사진제'의 이모저모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 것이다.

정선 갔다 오는 길에 영월 사는 장꾼 정수옥씨를 만나 '동강사진제'에 대한 주민 반응도 접할 수 있었다.
정씨에게 사진축제는 가봤냐고 물었더니 아는 손님이라도 오면 같이 가 볼 생각이란다.

그런데 해마다 가지만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했다.

“어린 조카 놈이 사진 보며 물어 보는데 뭘 알아야 답을 하지..."

하기야 사진하는 우리도 이해 안 되는 작품이 많은데, 어찌 시골 장꾼의 눈높이에 맞겠는가.

그러나 최소한의 궁금증은 풀어주어 소통할 수 있도록 해 줘야한다.

전시장을 지키는 도우미라도 교육시켜 궁금증을 풀어주게 하면 안될까? 

그리고 '동강사진제' 문제점을 지적한 '한겨레신문' 노형석기자의 글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본 것이다.

'동강사진제' 집행부에서는 이 지적을 불쾌히 여기지 말고, 시정할 수 있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나 역시 '동강사진제' 만의 뚜렷한 색깔, 즉 정체성이 없다는 생각은 늘 했었다.

타 도시에서 열리는 사진축제들과의 변별력도 없었다.

오히려 기록사진에 초점을 맞추었던 2002년 출범 당시가 더 나았다.

무분별한 현대사진의 수용으로 마치 양공주 낯짝에 분칠한 격이었다.

작가주의로 시상되어 온 역대 수상작가 선정도 마음에 걸렸다.

한 때는 오형근씨와 노순택씨가 받아 뭔가 제대로 되나 싶었는데, 다시 원상복귀 되길래 그건 양념이란 걸 알았다.

'한국사진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를 내걸고 시작한 워크샵은 주제 자체가 너무 포괄적인 것 같았다.

좀 더 부분적이고 집중적으로 논의해 대안을 찿아내야 하는데, 노기자 말처럼 용두사미 꼴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 날 진행된 '사진전문지, 사진전문 출판의 현황과 문제'는 들을 만 했다.

그러나 참석률이 너무 저조했다. 다른 워크샵에는 200여명 가까이 되었으나 그 곳은 불과 20여명 밖에 참가하지 않았다.

마지막 날은 두군데서 동시에 열려 분산되기는 했으나 기실 사진 책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뜻 일게다.
참석자는 적었으나 가장 눈높이에 맞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발제자들의 워크샵에 임하는 자세도 달랐다.

발제문들을 프린트해 나누어 주는 것은 물론, 오래된 사진 책까지 들고 와 참석자들의 이해를 높였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동강사진제'에 초를 쳐 미안하다.
그렇지만 대꾸없는 침묵이 더 무섭다. 부정적이라고 여론을 수렴하지 않으면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사실 새로 구성된 '동강사진제' 운영위원회에 커다란 숙제가 안겨진 것이다.
각계의 의견을 수렴 논의하여 이 사진제를 반석 위에 앉힐 방법을 찿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체성 있는 성공적인 '동강사진제'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한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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