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씨

지금은 농사를 짓는 분들도 씨앗을 받아서 심지 않고 거의 종묘사나 농협에서 모종을 사고 씨앗을 사서 심으시겠지요.

그런데 그 종자는 다수확을 목표로 개량한 품종입니다. 그렇다보니, 자연에서의 적응력이 부족해서 병과 충해에 약한 것이 대부분이라 그 종자를 심으면 농약을 치고 비료를 주지 않고서는 길러내지 못합니다. 재래종 또는 토종이라고 하는 씨앗들과는 특히 이런 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 이곳에 와서 토종의 열매들과 채소들을 보고 먹게 되었을 때는 그 차이가 무엇인지가 생각되거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이곳에 계신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책이나 자료들을 더러 찾아보기도 하면서 어렴풋이 떠오르는 생각은... 토종참외가 꼭 맛이 좋고 우리나라의 것이고..라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토착화된 이 땅에서 살아남은 씨앗이지요. 그러니까 더 건강한 농사에 잘 맞는 씨앗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씨앗을 받아서 보관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듭니다. 지금은 이렇습니다. 여기서는 무엇이든, 호박. 고추, 참외, 오이, 상추 등, 무엇이든 심어 먹으면 그것들의 씨앗까지 받아야만 농사가 마무리 됩니다. 참외를 먹으며 참외씨를 받습니다. 조금 노란빛을 띈 하얗고 조그만 씨앗, 자세히 보면 예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생각하면 참 대단하기도 합니다.

 

08.07 참외밭

 

참외가 막 달렸을 때에는 초록색에서 익으면 노랗게 바뀔 줄 알았지만 아니었습니다. 짙은 초록에서 점점 색이 연해지면서 보송보송한 털이 벗겨지고 냄새를 맡으면 달콤한 참외냄새가 날 때 다 익은 것입니다. 지금은 노란 참외 밖에 없지만 옛날에 참외는 초록색이었다고 합니다. 이 참외는 우리나라의 재래종 참외 종류 중 하나로 오류골참외 또는 열 골 참외라고 불립니다. 옛 한양 근교의 오류리(현 서울 금천구 오류동)에서 재배가 많이 되어 오류골참외, 골이 열 개라서 열골 참외로 부른다고 전해집니다.

 

 

08.07참외밭
08.16 참외 

 

 

노란참외와는 전혀 맛이 다를 거라고 말씀하셔서 기대를 하고 먹어봤는데, 정말 웃음이 났습니다. 제가 알던 참외 맛이 아니었거든요.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감자칼로 깎는 게 편했습니다. 겉에 육질은 메론처럼 부드럽고 단맛이 강했습니다. 안에 있는 씨는 밭에다 심으면 싹이 나는 진짜 씨앗이기 때문에 약간 딱딱합니다. 꼭꼭 씹어먹으면 고소하고 아니면 발라내서 씻고 말려서 보관하면 참외씨앗이 됩니다.

그런데 왜 사라졌을까요? 이 참외는 부드러운 만큼 보관기간이 짧아 다 익었는데 따지 않으면 밭에서 골아버립니다. 냉장고에 보관하여도 2~3일 안에 다 먹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시장 구조에서는 팔 수 없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참외뿐만이 아니라 많은 농작물들이 이러한 유통구조에 맞추어 개량되면서 옛 우리나라의 재래종 작물들이 사라져 갔습니다.. 고추는 껍질이 두꺼워지고 토마토도 단단해지고... 즐겨 먹는 들깻잎조차 다수확을 목표로 향이 사라져 가고...

 

 

이렇게 배꼽있는 참외가 맛있다고 합니다.

 

 

 

참외는 마트에서 5~6월경에 나오고 끝납니다. 7월부터는 여름이니 제철과일이라고 수박이 나오지만, 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 심는 작물의 사정은 좀 다릅니다. 어떤 것이 제철일까요? 봄에 일찍 참외를 심어도 밭으로 나갈 때는 6월에 모종을 심었습니다. 6월에 심으면 넝쿨을 뻗어서 세력도 넓혀야 하고 꽃도 피고 열매도 달리려면 한 달은 꼬박 잘 자라야합니다. 장마가 끝난 8월이 되어야 비도 마르면서 참외를 먹을 수 있습니다. 마트에서는 한참 전에 참외는 끝났고 이제 수박을 먹을 때인데요 하하. 이 수박은 한 참 수박을 먹을 때 씨앗을 심었더니 아직 손바닥 만합니다. 

가을이면 먹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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