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7시부터 구미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소극장에서

구미문화도시만들기에서 실시한 제2기 구미시민문화예술 아카데미 사진 강좌가 있었다.

 

한 달 전 구미예총지회장 이한석씨로부터 강연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난감했다.

30여 년 전 삼육대학 사진반 강좌에 갔다가 혼줄 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강단에 올라서니, 나를 보는 눈동자에 주눅 들어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어렵게 시간은 메웠으나, 그 뒤부터 일절 강연은 사양해 왔다.

그러다 한 2 년 전 갑작스레 불려 나간 적이 있었는데, 술기운에 넘길 수 있었다.

 

50만원의 강사료면 우리 집 한 달 생활비니 이젠 사양할 처지도 아니었다.

한 시간은 내가 맡고, 한 시간은 아내 정영신씨가 맡기로 작정한 것이다.

강사료 욕심에 허락은 하였으나 사실 걱정되었다.

아내야 한동안 IBS에서 강연한 적이 많아 염려할 것 없으나,

난 사진학자가 아니니, 일단 경험담에 대한 자료들을 준비했다.

 

강의 당일 정선에서 출발해, 서울을 거쳐 구미로 내려갔다.

버스터미널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딱 소주반병만 마셨다.

아주 기분 좋은 상태라 만나는 사람 모두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내가 먼저 장터에서 만나는 인문학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풀었다.

아내 강의도 처음 들어보았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잘 했다.

 

아내의 조언에 따라 준비한 원고는 무조건 무시하기로 했다.

돌아가신 홍순태 선생님에 대한 추모 묵념을 시작으로

사진 최고의 가치는 기록에 있다란 주제로 구라를 풀었는데, 술술 풀렸다.

한 시간이 금세 지나버려, 못 다한 말로 아쉬움까지 남았다.

술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이젠 방법을 알았으니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기념사진 찍고 나오다, 사진가 이한석씨와 이성석, 하준호씨를 만났다.

너무 반가워 그를 따라 술집부터 찾아 나섰다.

이한석씨는 80년도 초반 무렵 월간사진클럽 부산지부라는 동아리 맴버였다.

그 당시 이한석씨와 김아타, 조성제, 심경희, 장정수씨 등 열 몇 명이 최민식,

김복만, 이준무선생의 지도를 받았으니, 서로 할 말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밤 열한시에 떠나는 열차시간을 기다리며, 술과 옛이야기에 비벼 놀았다.

 

누가 술을 원수라 했던가? 적당히 마시면 약이던데...

 

사진 : 정영신, 조문호 / : 조문호





















 

 

 

 

 



문화재단 사진업무로 구미에서 인사동을 드나드는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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