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언어학자, 일문학 교수...65세 첫 개인전 <MY Story>


    
[스크랩] 프레시안 /  박세열 기자

ⓒ이재강



할머니는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78세 되던 해인 1938년, 한 평범한 그림 수집가가 시골의 약국 창문에 진열된 그의 그림을 발견했다. 수집가는 그의 그림을 점당 3달러에서 5달러를 주고 10점을 샀다. 이 그림의 힘은 놀라웠다. 뉴욕 맨해튼 시내에 할머니의 그림을 내걸리자 금새 팔려버렸다. 할머니는 80세 되던 해인 1940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다. 제목은 <한 촌부(村婦)가 그린 것>(What a Farm Wife Painted). 이 할머니는 101세에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그림을 그렸다. 100세에만 작품 25점을 남겼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그랜마 모지스(Grandma Moses, 본명은 Anna Mary Robertson Moses, 1860~1961)의 이야기다. 

65세의 여성 화가가 전시회를 연다. 주제는 <MY Story>. 자신의 삶을 내면의 의식 흐름 기법으로 그려낸 화가 이재강(65세)의 첫번째 개인전이 오는 2월 13일 수요일부터 19일 화요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갤러리 이즈(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인사동길 52-1)'에서 열린다. 



ⓒ이재강


이재강의 이력은 독특하다. 성악도에서 언어학도로, 일문학 교수에서 60살엔 화가로 변신했다. 성악을 전공한 이 작가는 이후 언어학도로 변신,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에는 서울대와 한양대에서 언어학 박사와 일문학 석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음악과 언어에 대한 탐구는 일본의 엔카를 공부하면서 깊어졌다. 그는 대전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정년퇴임을 3년 앞두고 '문화센터'에서 취미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만에 대한민국미술대전, 이른바 각종 '국전'에 입선한다. 그간 50여 점에 가까운 그림을 그려냈다.  

60살이 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에게 영감을 준 인물은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다. 모지스의 말을 인용해 그는 "시작에 있어 나이란 의미가 없어요. 인생에서 늦은 때란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60~70대에 대뷔해 관심을 모으는 예술가들은 많다. 역대 최고령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인 일본 소설가 와카타케 지사코도 63세에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재강 작가는 "그림은 정신과 육체의 무서운 집중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면서 "학문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무엇이 그림으로 많이 해소됐다"면서 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첫 개인전에는 작가 내면이 의식을 꼴라쥬 형식으로 표현한 서양화의 비구상 아크릴 그림 4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다섯가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각의 제목 (My Story- you,  My Story 0 image 1~3 여고시절, 우리아버지 이야기, 우리 엄마 이야기)에 따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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