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도 보이는 툭 툭 Detached

최성임/ CHOISUNGIM / 崔成任 / installation

2023_0827 2023_1001 / 추석 당일 휴관

최성임_아주 오래된 나무_철제 프레임, 스테인리스 스틸, 플라스틱 공, pe망, 실_가변크기_2023

 

최성임 홈페이지_www.sungimchoi.com

인스타그램_@sungimchoi_works

초대일시 / 2023_0901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추석 당일(929) 휴관

 

아티스트 토크 / 2023_0916_토요일_04:00pm

움직임 워크숍 / 2023_0930_토요일_03:00pm

 

기획 / 강은미_박현

디자인 / 김아해

사진 / 전병철

설치 도움 / 스톤김_최혜진_최성문

후원 / 서울문화재단

 

 

온수공간

ONSU GONG-GAN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74 2,3

Tel. 070.7543.3767

www.onsu-gonggan.com

 

이곳 아닌 저곳 ● … 그것의 역사가 존재하게 되는 것은 작업자가 그것을 자료로 수집한 순간부터가 아니라 그것을 향해서 질문을 던지는 순간부터다. 그래도 그 흔적을 잊을 수는 없다. 어느 날 그렇게 눈앞에 나타난 씨앗의 색깔, 헝겊의 글자(아를레트 파르주, 아카이브 취향(파주: 문학과지성사), 김정아 옮김, 2020, p.21.) * 최성임에게 작가로서의 10년이 찾아왔다. 반복되는 돌봄 노동을 자기 재현으로서 풀어내어 일관된 작업을 펼쳐 온 작가는 이번 전시 눈을 감아도 보이는 툭 툭에서 '떨어짐'에 주목한다. 익어서 툭 떨어져 일그러진 감. 아무렇게나 벗어 놓아 몸의 일부만 알아볼 수 있는 허물과 같은 옷가지. 노안이 찾아와 뿌옇게 보이는 시야. 자신의 주양육자와도 다름없었던 할머니의 죽음. 그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또 다른 시간의 배열로 줄 세워 전시장에 가져온다. 여전히 삐그덕대는 계단, 다세대 주택을 개조한 전시장이기에 끊임없이 채울 수 있는 방 안들, 못 하나 제대로 박을 수 없는 유약한 천장, 합판으로 된 벽체, 증축하여 쌓아 올린 3층의 다락방까지. 이 모든 것이 제약이자 도전적으로 작용한 이 요소들은 작가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이번 전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주춧돌이 됐다.

 

최성임_물러난 얼굴_아크릴, 실, 비즈_Ø 150cm×5, Ø 130cm×2_2023
최성임_살갗_플라스틱판, 연필 드로잉_가변크기_2023

최성임 개인전은 온수공간을 하나의 유기체적 몸체로 바라본 작가의 그 시선에서 출발한다. 뼈와 살이 있는 공간, 기관과 기관이 만나는 그 통로, 피가 흐르는 혈관이 지나는 길목. 몸으로 상정된 전시 공간은 얽히고설켜 자란 덩굴과 같이 안팎으로 넘나들며 생동한다. 그 모든 몸이 끝나는 공간인 3층에 최성임은 책의 집(2023)을 배치했다. 이는 단단한 물성인 책과 그 책을 읽는 몸이 가장 가까이에 만날 수 있도록 고려된 평상으로, 지난 10년의 기억이 퍼즐처럼 담긴 8권의 책들을 읽을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이다. 이곳은 앉을 수 있도록 하여, 몸으로 상정한 온수공간을 '안에서 밖으로' 볼 수 있도록 시점의 전환을 유도한다. 이제 관람객은 3층에서 2, 1층 그리고 바깥으로 나가는 길목에 몸 안쪽에서 생성되는 뒤엉킨 (그래서 피같이 진한) 서사와 겹쳐볼 수 있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주안점이 되는 키워드는 작가가 지속해서 천착했던 긴장과는 반대인 '허물(어짊)'이다. 아카이브 공간 너머 창밖에는 아주 오래된 나무(2023)가 쏟아진다. 끝없는 나무(2015~) 시리즈의 신작으로 최대 28미터가 넘는 PE 망 안에 수만 개의 플라스틱 붉은 공이 매달려 있는 대형 설치다. 이 광경은 마치 온수공간에서 피를 쏟아내는 듯, 공간 안쪽까지 붉은색이 스미며 공간을 물들인다. 붉은색은 뼈의 일부인 누워 있는 몸(2023)에 관통하며 또 다른 몸으로 변모한다. 계단을 통해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며 맨드라미가 있는 풍경(2023)을 스친다. 전통 민간요법으로 지혈제의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맨드라미는 쏟아지는 피를 응고하여 하나의 지층을 쌓아준다. 사운드 작업_살갗에 닿기(2023)는 다시금 작업자와 작업자가 초대한 사물들과 맞부딪히는 사운드로, 우리에게 지혈된 몸을 피부 그 가까이에서 접하게 한다. 공간 1층 전면에 빼곡히 붙어있는 살갗(2023)은 미색의 반투명 색지에 드로잉 작업으로, 이는 아주 오래된 나무의 붉은빛을 투과한다. 이렇듯, '허물(어짊)'은 과거의 작업이 단단한 물성으로 쓰인 책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시작되어 다시금 뼈, 늘어진 살점, 지혈된 피, 살갗이라는 부산물이 파편화된 장면으로 펼쳐진다.

 

최성임_살갗에 닿기_사운드 작업_00:07:00_2023
최성임_황금 이불 + 빛나는 벽_와이어 타이, 합판, led_240×310×245cm_2023
최성임_맨드라미가 있는 풍경_led, pe망, 실_가변크기_2023

수수께끼 같은 인생에서 죽음을 앞둔다는 것은 생의 진리다. 최성임은 그래도 살아있는 한, 이곳과 분리된 저곳의 생과 연결될 수 있는 그 흔적들을 찾고자 한다. 그는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을 감각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아리아드네의 실이 묶인 그 미로에 몸을 던진다. 생의 끝에 서게 된 몸이 피부에 닿았던 그 감각을 기억하기 위하여.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자전적 세계가 당신 몸 어느 한구석에 새겨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박현

 

최성임_두 개의 귀_철제 앵글, 플라스틱, 솜_215×240×120cm_2023
최성임_누워 있는 몸_패브릭, led, 콜라겐 케이싱, 철제 스프링, 스테인리스 스틸, 아크릴, 가죽_가변크기_2023
최성임_가족을 위한 식탁_와이어 타이, 비즈, 스테인리스 스틸, 합판_990×940×70cm_2023

나의 몸, 나의 집, 눈을 감으면 찾아오는. 몸은 참으로 특이한 '존재'. 몸은 세상을 마주하는 창이면서 또 자아를 현시하는 무대이자 또 그 자체로 주인공이며 수많은 불화가 찾아들며 화해가 일어나는 장소다. 나의 의식이 거처하는 곳은 나의 몸이며, 삶이란 나의 몸이 집에서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일련의 반복이다. 인간이 존재 자체로 목적을 달성하고, 주어진 시간을 살아내는 과정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기억으로 새겨지는 곳 또한 몸이다. 그렇게 나의 몸은 이 세상에서 주고 받았던 모든 관계의 보관함이다. 최성임 작가는 집에서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거리에 놓인 사물들과 친교를 맺으며 작업을 시작한다. 시선이 박혔던 사물을 움켜쥐고 자신의 사유를 통과시킨 형상을 집약적인 노동으로 잉태해 세상에 내어놓았다. 그의 지난 작업이 집의 안과 밖, 그 사이의 몸의 위상학에 대해 언급해왔다면, 이 전시를 통해 제시되는 신작은 실체적인 대상인 몸, '자기자신'을 물화시키고 있다. 그의 작업들이 전시공간으로 건너와 거주를 시작하면, 누군가의 집이었던 공간은 거대한 육체로 변모한다. 작가는 지금까지 사용한 설치의 전형, 천장에서 수직으로 내려오며 팽팽하게 당겨지고 매끈하게 정리되는 일련의 방식을 뒤집는다. 신체의 변화를 통해 삶의 곡절들을 온전히 목도한'오늘의 몸'3개 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에 배치시키며 늘어뜨리고, 내려 놓고, 펼쳐놓는다. 대문을 들어서면 붉은 색의 가지가 정원과 집의 깊은 곳으로 안내한다. 3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의 외벽을 덮은 거대한 다발, 선홍색 망에 알알이 들어찬 거대한 덩어리는 태초의 인간도 지켜보았을 법한 형태가 뒤틀린 아주 오래된 나무의 몸통을 닮았다. 모든 생명활동이 일어나는 몸의 경계를 구성하는 피막은 불투명하다. 건물의 유리창을 뒤덮은 피부색을 띤 정사각형의 트레이싱지에 새겨진 반원형의 반복된 드로잉은, 그 자체로 생명의 리듬이자 손끝에 각인된 지문, 혹은 신체를 따라 흐르는 완만한 곡선을 상기시킨다. 몸이라는 유기체에는 생명의 리듬이 있고 모든 접촉에는 울림이 있다.

 

최성임_안기, 2023_가죽, 실, 솜_100×220cm×5_2023
최성임_책의 집_합판, 가죽, 실, 8권의 책_130×240×45cm_2023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운드 설치는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작가의 작업실에서 채집 된 백색소음이다. 황금 이불을 위한 와이어 끈을 엮거나, 구슬을 꿰거나, 실을 자르는 등의 반복 된 행위가 신체에 부딪히며 만들어낸 일련의 소리는 고요한 전시장에 작은 균열을 낸다. 전시장 1층에는 노안으로 흐려진 시야에 대한 감각을 제시하는데 가려진 작업들 사이로 사운드와 빛이 여리게 새어나오며 작품이 제시된 무대의 뒤편을 상상하게 한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들어서면 다양하게 변주 된 몸이 드러난다. 태어난 몸이 아닌, 살아낸 몸이자 죽음을 향해가는 몸이 1인 다역의 배우처럼 곳곳에 등장한다.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패널은 두 개의 귀라는 작업으로 외부의 진동을 흡수하는 고막을 닮아 세상을 감지하는 피막으로서의 신체를 더욱 극대화한다. 누워 있는 몸은 우리가 매일의 시작과 끝에 마주하는 그 자체의 덩어리이며, 생명의 시작과 끝이었던 수평으로 뉘어진 몸이다. 기관인지 하나의 장치인지 세계를 향해 열린 표면인지 알 수 없는 몸의 부분들이 공간을 점유한다. 3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들어선 곳에는 예성-예술가로 살아낸 몸, (flesh), 그 자체를 닮은 듯한 두 개의 작업, 가족을 위한 식탁, 안기가 제시 된다. 커튼처럼 늘어진 살덩어리의 다발을 걷어내고 3층으로 올라가면, 이 전시공간의 가장 높은 장소, 신체의 가장 높이 있는 머리에 해당하는 곳에서 책의 집을 만날 수 있다. 전시가 끝나고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작업들이 정박된 기억의 장소로서의 아티스트북 8권이 제시되며, 책은 몸의 피부와 같은 표면 위에서 자신의 거처를 마련하고 관객을 맞이한다. 자기를 경험하는 방법에는 수많은 길이 있고, 타자와 만난 수많은 경험에 대한 지각은 나의 신체에 새겨진 흔적에 흐르는 감각을 바라보는 일이다. 세월이 흐르며 희미해지는 기억의 장소도 몸이고, 팽팽했던 근육과 힘으로 버티게 한 것도 내 몸이다. 나의 몸이라는 무대를 바라보며 모든 곳에 내적 의식을 위치시키며 의미를 오랜동안 지켜보는 행위는 삶을 기꺼이 살아낸, 그리고 살아나갈 시간에 대한 깊은 유대이며 우정의 형식을 띤 사랑의 제스처가 될 것이다. 강은미

 

최성임은 집과 몸, 몸의 장소, 집의 자리라는 인간이라는 장소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자신이 머무를 자리를 탐사해왔다. 일상공간에서 만난 사소한 물질에서 촉발된 사유의 운동은 사적 기억과 연합하며 수행적인 노동을 통해 작품이 되고, 전시장이라는 영토에 그의 집을 지으며 연대의 지점을 찾아왔다. 온수공간에서 열리는 개인전 눈을 감아도 보이는 툭 툭(Detached)은 작가의 작업에 새겨져있던 육체에 대한 모티브를 발전시켜 무대의 중심에 올린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기억 혹은 잔상, 청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인상을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한다. 세대를 연결하는 몸이라는 장소에 새겨지는 공동의 기억과 존재적 한계, 생애주기에 따른 신체적 변화와 시간의 불가역성에 대한 무력함을 인정하고 모든 현재적 사태를 넘어서는 태도를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과거의 생활 공간인 집을 신체의 연장으로 삼고, 집이 그 자체로 거대한 몸으로 육화하는 전환을 시도한다. 또한 사운드 작업을 통해 몸의 표면과 물질세계의 마주침에 대한 고민도 내어놓는다. 예술가로서의 삶이 흐르며 찾아오는 나이듦이 주는 의미, 생활 장소로서의 집, 세계 내에 존재하는 몸은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유의 테이블에 초대하며, 시간이 몸을 통과하고 다시 또 다른 집을 지어나가며 생성의 공간을 창조해나가는 여정을 함께 하기를 바란다. 강은미_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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